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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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를 만나다>는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자들의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시작으로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청소년기, 그 시기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고, 친구와 가까워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교류, 갈등, 오해, 이별, 후회 등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여러가지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나는 주로 '기억과 관계'에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그때의 어떤 선택에 있어 늘 만족스러운 결과만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어떤 선택으로 내내 후회와 고통의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평생 잊고 싶지 않은 기억과 조금이라도 빨리 지우고 싶은 기억을 고루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기억은 뜻하지 않게 희미해진다. 물론 어느 순간 점점 선명해지는 기억도 있지만, 그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엔 희미해지고 옅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런 희미해진, 혹은 잊혀진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자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설정은 다양한 상상의 시간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후회가 많이 남은 과거의 어떤 시점, 그 시기로 잠시나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만약 정말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정말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쉬움만 가득했던 지난 이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 혹은 어떤 오해로 끝난 지난 일에 대해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시도를 하게 될까? 책에서처럼 내 인생이 기록된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나는 책장을 열게 될까? 와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읽은 책 <우리를 만나다>

나의 일생이 고스란히 적힌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내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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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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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방랑을 지지하고 응원해. 엄마는 그럴 만하니까 그래도 돼!"

작가님은 여러 이유로 스스로를 불량주부라고 표현했지만, 엄마의 용기 있는 도전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딸의 응원에 힘을 얻어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를 위해 혼자 떠날 용기를 낸 작가님의 모습은 불량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또한 '볼록은 나의 자리고 오목은 남을 위한 자리라면, 오목에 치중해서 살아왔다. 타인의 감정과 입장, 기대, 그들을 위해 맡겨진 역할을 다하며 오목을 메워왔다'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시간에 더 치중했던 지난 시간 동안 소리 없이 무너지고 약해진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일으키기 위해 매 순간 꾸준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맛깔스럽다'라는 표현과 함께 소개하기에 너무 잘 어울렸던 글들. 그만큼 참 잘 읽히는 글이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았고, 마냥 밝고 명랑한 것 같지만 어떤 묵직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하며 때론 뭉클한 슬픔으로 울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처럼 힘을 주어 거창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듯한 글이 아닌 사유의 흔적이 되어주는 작가님만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들이 그대로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왜 그리 두근거리며 살았을까. 작은 것 하나 결정할 때마다, 실행할 때마다 심장이 격했다. 예정된 일이 있어도 불안해고, 없어도 불안했다. 잘 가다가도 잘못 든 길일까 봐, 잘 되는 일에도 곧 잘못될 것 같아 초조했다. 행여 주변을 챙기지 못할까 봐, 혹은 너무 챙기느라 내가 사라질까 봐 근심했다. 그러다 보면 콩콩콩, 심장이 빨라졌다. 느슨한 일상과 느린 걸음, 푸근한 자연은 걸음을 잡아주었다. 나하고만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생활은 안팎으로 여유를 주었다. 심장이 느려졌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 영혼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느리게 걸어야지. 조금 더 느리면서 열렬한 생활을 격하게 누려야겠다. -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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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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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에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인종 문제에 관해 동시대에서 가장 신선하고 도발적이며 진보적인 문화비평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흑인 인종차별이 특히 더 심했던 시절의 어렵고 거친 환경 속에서 방황의 길을 걷던 그가 아버지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길에서 벗어나 훌륭한 철학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담아냈다. 그는 이 책을 그런 환경속에서 자신을 끌어내 준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담은 편지와 이전 세대의 흑인들을 위한 헌사라고 말한다.


네가 오랫동안 뭔가에 공을 들였다고, 으음, 그래. 좋은 말을 공들여서 길렀다고 해보자. 그 말이 경주에 나가서 멋지게 달리고 너를 자랑스럽게 해줄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야. 거기에 모든걸 바치고 온 힘을 다했어. 그 말이 언젠가는 너와 주위 사람들을 더없이 빛낼 업적을 이루리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렇게 오랜 세월 정성을 쏟고 기대를 걸었던 말이 진흙탕에서 당나귀나 노새들과 뒹굴고 있으면 너는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니? 그러다 다칠 수도 있잖아? 심지어 크게 다칠 수도 있지. 어디 그뿐이냐. 내가 볼 때 정말 위험한 일은 그 말이 자기가 당나귀나 노새라고 믿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큰 비극이냐? - 84p

위기에 닥친 윌리엄스와 도움이 필요한 그의 친구들에게 매순간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보여준 태도와 말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권위적이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고 변화할 수 있게 묵묵히 기다려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태도로 상황을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이처럼 그가 조금씩 변화하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늘 아버지가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환경에 놓여지는지, 어떤 교육을 받아야하는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왔던, 지금의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민낯을 제대로 보는 과정과 성인이 된 후에 진짜 필요한 교육이 어떤 것인지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달라진 것 처럼 보여도 막상 들여다보면 20-30년전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재의 교육 현실을 이제라도 제대로 보고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의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경쟁사회에서의 승리하는 것만을 위한 준비만 하느라 혹여나 누군가는 반드시 패자가 되어야 할 전쟁에서 패자가 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과연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제라도 인생을 사는 동안 큰 힘이 되어줄, 진짜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이, 그런 환경이 더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다시금 또 한번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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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66일 영어회화 - 당신의 영어가 습관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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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작과 함께 시작한 514챌린지, 만오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각자의 모닝루틴을 채우고 있다. 사람들의 미리 정한 다양한 새벽 계획들을 보다보면 '영어공부'라고 쓰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 걸 알 수 있다. 초.중.고 무려 10년을 넘는 시간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대학에 가서도 다들 영어에 매진함에도 많은 성인들의 새해 목표에서 영어공부는 꼭 등장하는 항목인 것 같다. 아마 우리가 배운 영어는 '말하는 영어'가 아닌 '정답을 맞추는 영어'였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많이 아쉽다. 막상 우리가 생활함에 있어 정말 필요한 건, 그때 맞은 점수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자기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건데, 그런면에서 여전히 예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은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이 책 역시 습관화 시킨 공부를 통해 속는셈치고 66일만 지속해보고 언어 공부가 주는 기쁨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한다. '남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짜릿한 기쁨을 이번 기회에 한번 느껴보라고.


노오란 우선순위영단어 책을 떠오르게 만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셀로판 필터가 포함되어 있다. 한글지문을 보고 영어로 말할 수 있게 연습하는 구조. 셀로판 필터를 덮으면 주요 힌트단어가 숨겨진다. 이 외에도 영어회화 회화맵, 감정맵, 동영상 쿠폰, 미니북, 훈련용 MP3, 원어민 1:1 영어회화 학습기, 66일 습관달력 등등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되어있다. 이처럼 책에 설명된 순서로 66일간 제대로만 따라간다면 큰 부담없이 영어공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습관화 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역시 올해는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하다 말다를 반복해 계속 그 수준에 머무는 영어 말고 이 또한 당연한 듯 매일 챙겨하는 습관이 될 수 있게 이번에는 조금씩이라도 오래 지속적으로 공부해 조금이나마 한 칸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하다보면 영어 정복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내뱉어보자' 와 같은 자신감은 좀 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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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오늘도 육아!
이일노(드로잉오뉴)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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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육아에 관한 책이라면 아이들 심리에 관한 책이나, 교육법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어서 이번처럼 영유아기의 시기의 육아 일상을 담은 육아 에세이는 참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경험해 봤을법한 일들을 현실감 있는 그림과 글로 재미있게 담아주셨다. 책을 읽으며 병원에서 아이를 데려왔던 날, 남편과 둘이서 '이제 뭐부터 해야 해?'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와 함께 시작된 서툰 육아를 해나가던 초보 부모의 일상들. 새벽시간 열 오른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가던 밤, 많은 종류의 분유들 중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분유를 고르느라 고민하고, 처음 이유식을 시작했던 날, 길에서 떼쓰는 아이와 대치하고 서있던 날, 언제 어디서나 시작되는 역할극 놀이, 안 먹겠다는 아이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그릇 들고 따라다니던 날, 처음 애착 물건이 생겼던 날,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가 혹여나 넘어지진 않을까 따라다니던 날,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날 등등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처음이었던 그날이 수시로 떠올랐다. 이처럼 책 속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준이, 담이의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해 보았고, 이제 두 돌을 앞두고 있는 조카의 귀여운 표정도, 모습도 자주 떠올랐다.

내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육아'라는 두 글자가 의미하는 범위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이전에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도 막상 내가 부모가 되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다채로운 상황들을 겪다 보니 먼저 경험한 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하나 둘 이해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결코 쉬운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틈에 더없는 행복함을 안겨주는 육아의 시간들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도, 그런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또 하나의 힘을 배우게 될 어른들에게도 결코 헛되지 않을 시기가 되어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육아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이 세상 부모의 육아는 서로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책 시작 부분에 작가님 남겨주신 한 문장이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만 그럼에도 쉽지만은 않은 육아의 일상을 보내며 힘들어하고 있을 이에게 이 책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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