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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전에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인종 문제에 관해 동시대에서 가장 신선하고 도발적이며 진보적인 문화비평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흑인 인종차별이 특히 더 심했던 시절의 어렵고 거친 환경 속에서 방황의 길을 걷던 그가 아버지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길에서 벗어나 훌륭한 철학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담아냈다. 그는 이 책을 그런 환경속에서 자신을 끌어내 준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담은 편지와 이전 세대의 흑인들을 위한 헌사라고 말한다.
● 네가 오랫동안 뭔가에 공을 들였다고, 으음, 그래. 좋은 말을 공들여서 길렀다고 해보자. 그 말이 경주에 나가서 멋지게 달리고 너를 자랑스럽게 해줄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야. 거기에 모든걸 바치고 온 힘을 다했어. 그 말이 언젠가는 너와 주위 사람들을 더없이 빛낼 업적을 이루리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렇게 오랜 세월 정성을 쏟고 기대를 걸었던 말이 진흙탕에서 당나귀나 노새들과 뒹굴고 있으면 너는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니? 그러다 다칠 수도 있잖아? 심지어 크게 다칠 수도 있지. 어디 그뿐이냐. 내가 볼 때 정말 위험한 일은 그 말이 자기가 당나귀나 노새라고 믿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큰 비극이냐? - 84p
위기에 닥친 윌리엄스와 도움이 필요한 그의 친구들에게 매순간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보여준 태도와 말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권위적이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고 변화할 수 있게 묵묵히 기다려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태도로 상황을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이처럼 그가 조금씩 변화하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늘 아버지가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환경에 놓여지는지, 어떤 교육을 받아야하는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왔던, 지금의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민낯을 제대로 보는 과정과 성인이 된 후에 진짜 필요한 교육이 어떤 것인지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달라진 것 처럼 보여도 막상 들여다보면 20-30년전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재의 교육 현실을 이제라도 제대로 보고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의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경쟁사회에서의 승리하는 것만을 위한 준비만 하느라 혹여나 누군가는 반드시 패자가 되어야 할 전쟁에서 패자가 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과연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제라도 인생을 사는 동안 큰 힘이 되어줄, 진짜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이, 그런 환경이 더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다시금 또 한번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