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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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방랑을 지지하고 응원해. 엄마는 그럴 만하니까 그래도 돼!"

작가님은 여러 이유로 스스로를 불량주부라고 표현했지만, 엄마의 용기 있는 도전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딸의 응원에 힘을 얻어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를 위해 혼자 떠날 용기를 낸 작가님의 모습은 불량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또한 '볼록은 나의 자리고 오목은 남을 위한 자리라면, 오목에 치중해서 살아왔다. 타인의 감정과 입장, 기대, 그들을 위해 맡겨진 역할을 다하며 오목을 메워왔다'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시간에 더 치중했던 지난 시간 동안 소리 없이 무너지고 약해진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일으키기 위해 매 순간 꾸준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맛깔스럽다'라는 표현과 함께 소개하기에 너무 잘 어울렸던 글들. 그만큼 참 잘 읽히는 글이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았고, 마냥 밝고 명랑한 것 같지만 어떤 묵직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하며 때론 뭉클한 슬픔으로 울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처럼 힘을 주어 거창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듯한 글이 아닌 사유의 흔적이 되어주는 작가님만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들이 그대로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왜 그리 두근거리며 살았을까. 작은 것 하나 결정할 때마다, 실행할 때마다 심장이 격했다. 예정된 일이 있어도 불안해고, 없어도 불안했다. 잘 가다가도 잘못 든 길일까 봐, 잘 되는 일에도 곧 잘못될 것 같아 초조했다. 행여 주변을 챙기지 못할까 봐, 혹은 너무 챙기느라 내가 사라질까 봐 근심했다. 그러다 보면 콩콩콩, 심장이 빨라졌다. 느슨한 일상과 느린 걸음, 푸근한 자연은 걸음을 잡아주었다. 나하고만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생활은 안팎으로 여유를 주었다. 심장이 느려졌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 영혼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느리게 걸어야지. 조금 더 느리면서 열렬한 생활을 격하게 누려야겠다. -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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