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을 두고 한번 무역을 가장한 수탈을 시작한 도시는, 이미 그 행위가 체질이 되고 수탈 자체가 도시를 이루는 바탕이 되어 버려서, 이후로는 빼앗지 않고는 도시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부담과 불안으로 더욱 수위를 올리게 마련이었는데, 지금까지 도시가 고원 지대의 자연에 해 온 일들이 바로 그랬다. p154
모든 것을 인과 논리로 분석하려는 도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문을 품고 때론 뜯어보고 싶다는 폭력적인 열망마저 품게 되는 게 큰 무리도 아니겠다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p197
그들의 노랫소리는 가사가 아닌 몸짓과 진동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깃든 마법적 감성을 자극했다. 세상에 태어난 존재 자체에 매혹되고 그것을 축하하며 기쁨을 나누는 데 있어서, 반드시 말이 통해야만 하는 건 아님을 저들이 몸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p194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도 때론 바람에 저항해야 하는데,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어. p203
무섭더라도 그대로 지켜봐 줘. 그게 비오의, 우리의 비행이니까. p203
... 그냥 그대로 꼭 안아주면 돼, 너의 두 팔로, 너의 가슴에. p18
늘 참지 않는 사람은, 참는 사람이 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의 시는, 그렇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한다.시는, 필요한 것이다. p81
별5개를 주어도 부족할 정도~!5부에서는 견해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4부까지만 읽는다고 해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시대, 역사, 세계 정세를 읽어내는 눈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도 읽을책 목록에 넣어주시길... 끊임없이 살피고 공부해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내용... 근래의 연구들이 곳곳에 보인다.#책은도끼다
‘나는 트라우마를...‘이라는 문장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 오직 ‘트라우마는 나를...‘이라고 겨우 쓸 수 있을 뿐이다. p43
⟪ 환상의 빛 ⟫ - 이 소설을 읽으면 알게 된다. 인간의 뒷모습이 인생의 앞모습이라는 것을.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인간은 타인의 뒷모습에서 인생의 얼굴을 보려 허둥대는 것이다. (...)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 한 소설이 건드리는 ‘작은 진실‘은 독자적인 것이고, (...)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