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라우마를...‘이라는 문장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 오직 ‘트라우마는 나를...‘이라고 겨우 쓸 수 있을 뿐이다. p43

⟪ 환상의 빛 ⟫ - 이 소설을 읽으면 알게 된다. 인간의 뒷모습이 인생의 앞모습이라는 것을.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인간은 타인의 뒷모습에서 인생의 얼굴을 보려 허둥대는 것이다. (...)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 (...) 한 소설이 건드리는 ‘작은 진실‘은 독자적인 것이고, (...) 그런 소설을 읽으면 겸손해지고 또 쓸쓸해진다. 삶의 진실이라는 게 이렇게 미세한 것이구나 싶어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건 그 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구나 싶어 또 쓸쓸해지는 것이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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