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 2 - Saw I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쏘우'를 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 동아리 활동 시간에 속편을 볼 수 있었다. '쏘우'가 나온 뒤 열광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속편에 온통 관심을 쏟았다. 당연히 속편은 '쏘우 2'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토록 뜨거웠던 관심에 어긋나지 않고자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서 그런지 영화가 나온 뒤 그 반응은 수소폭탄이 터진 위력만큼이나 엄청났다.
 

일단 전편에서부터 그 치밀하고 천재와도 같은 잔인한 살인 장치를 선보인 직쏘가 처음부터 끈끈이주걱과도 같은 철투구로 한 남자를 죽인다. 머리에 백 개가 넘는 굵은 바늘이 박힌 남자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인다. 역시 남자에게는 살 방법이 있었지만 남자는 그 방법에 따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왜 심판(!)해야 할 대상이 됐는지도 직쏘는 분명히 그에게 말했다.

 

그 남자가 죽은 뒤 직쏘를 쫓던 형사 에릭 매튜스는 수사를 계속 하다가 그동안 장안을 공포에 떨게 한 직쏘를 뜻밖으로 쉽게 잡는다. 새하얗게 샌 머리에 그리 매섭지는 않지만 잔인한 천재성이 번뜩이는 눈빛을 지닌 직쏘는 자기를 겨누고 있는 총구와 자기를 금방이라도 갈가리 찢어놓을 듯한 험악한 눈빛을 보고도 섬뜩하다 싶을 정도로 태연하다.

 

에릭은 빨리 일을 끝내려고 하지만, 뜻밖에도 직쏘를 쉽게 잡은 것과는 반대로 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미 계획했다는 듯이, 직쏘는 에릭의 아들인 대니얼을 에릭이 누명을 씌워서 체포했던 범죄자 6명과 예전에 직쏘에게서 살아남았던 여자인 어맨다와 어떤 방에 가둬놓고 또 다른 심판을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 영상을 지켜보던 에릭은 아들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부성애에 미쳐버릴 듯하다.

 

그런데 직쏘는 에릭에게 그 부성애가 진실인지를 묻는다. 난데없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에릭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여기에서부터 영화가 던지는 정말 묵직한 생각거리를 담은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한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들었던 원문을 우리말로 옮겨서 쓰면 다음과 같다(실제 대사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것을 가장 쓰고 싶었다).

 

 

직쏘 :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존이라네.

 

에릭 : 또한 직쏘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

 

직쏘 : 글쎄. 나는 그런 별명을 스스로 붙인 일이 없는데.

 

에릭 : 어쨌든 내 아들 어디에 있어?

 

직쏘 : 진정하고 우리 게임이나 할까. 규칙은 간단해. 자네는 그냥 내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돼. 규칙에 맞춰 게임을 잘해준다면 자네 아들을 무사히 보내주겠네. 모두 나가라고 하게.

 

에릭 : 좋아. 모두 나가게. 왜 나에게 이러는 거지?

 

직쏘 : 진정하게. 이제 한 번 이야기를 해 보자고. 한 번 생각해 보는게 어때? 자네는 아들을 사랑하는가?

 

에릭 : 그래.

 

직쏘 : 아닌 것 같은데? 자네는 왜 아들이 엄마에게 가겠다고 했을 때 어서 가라고 했지? 자네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가?

 

에릭 : 아니야. 나는 내 아들을 정말 사랑해.

 

직쏘 : 거짓말 하지 말게. 아들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용서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가? 역시 내가 옳다는 걸 자네가 증명하는군. 삶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자는 살 자격도 없다네.

 

에릭 : 그렇다고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은 건가?

 

직쏘 :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어. 그들이 죽음을 선택했을 뿐이지.

 

에릭 : 권총을 쥐어주고 방아쇠를 당기도록 강요하는 것도 살인이야. 네놈이 살인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야?

 

직쏘 : 인간이 지닌 본성을 시험하는 사람이지. 모든 사람들은 욕심이 끝이 없어 만족할 줄 모르고 더 큰 쾌락을 찾아나서지. 그러다가 정작 삶 자체가 가장 큰 쾌락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지 전혀 모른단 말이야.

 

나는 삶에 감사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심판하는 구세주야. 자네 같이 증거를 조작하여 사람들을 감방에 처넣어 실적을 올리는데만 눈이 먼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에릭 : 헛소리는 집어치우는 게 좋겠네. 내 아들 어디에 있어?

 

직쏘 :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 그 기분을 아는가? 저 방 안에 있는 아들이 그 기분을 제대로 느끼고 있겠지. 나는 암 말기 환자라네.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아직까지는 의학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바로 불멸이야. 인간에게도 불멸성은 있어.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생존 본능이지.

 

나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차를 몰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죽지 않았어. 배에 쇠파이프가 꽂히고 수도 없이 많은 상처에서 피가 흘렀는데도 죽지 않았어. 난 그때부터 인간이 지닌 본성을 시험하고 삶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기로 마음먹었지.

 

멋지지 않은가? 요즘 같이 삶에 의욕이 없고 남을 이용하고 괴롭혀 쾌락과 만족을 얻는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말이야. 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구세주라고. 힘없는 열대어들에게 생존 본능을 일꺠우는 뱀장어와 같은 존재이지.

 

에릭 :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쳐! 당장 내 아들 내놔!

 

 

아들과 같이 다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죽어가는 광경을 지켜본 에릭은 이성을 잃고 규칙을 어기고 직쏘를 마구 팬다. 하긴 죽는 방법도 정말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다. 누구는 억지로 문을 열려다가 강력한 권총에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고, 누구는 가마에서 굽혀 죽고……그저 처참하다는 말밖에 쓸 수 없다. 그런 현장에 아들이 있다고 하니 어찌 에릭이 발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쨌든 에릭이 미쳐 날뛰자 직쏘는 아들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이성을 잃은 에릭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차에 직쏘를 태우고 직쏘가 가르쳐 주는대로 마구 차를 몬다. 경찰들도 열심히 차를 몰아서 신호가 잡힌 곳으로 간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것은 아들이 아니었다. 에릭이 발견한 것도 아들이 아니었다. 그 뒤에 밝혀지는 엄청난 반전은 의견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전편만큼이나 큰 충격을 안겼다. 직쏘를 잡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진정한 구원을 얻은 자는 구세주를 영원히 따르는 법이다."

 

 

전편과 한 치도 오차가 없이 이어지도록 하려고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나 무진장 애를 썼다는 것은 영화를 애써 관찰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다. 빈틈없이 연결되어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직쏘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경고는 전편에서부터 울리더니, 속편에서는 아예 사이렌처럼 귀를 파고든다.

 

 

"삶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 마라. 죽음이 선고된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직쏘가 에릭에게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이 어쩌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삶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그토록 잔인한 선택을 요구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좀 엉뚱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본 뒤에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쏘우에 나오는 낄낄거리는 가면을 쓴 인형이 떠올라서 까무러칠 듯이 놀란다. 참 살 맛 안 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내 목에 끈끈이주걱과 같은 철투구가 씌워져 내 머리를 박살낼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직쏘 같은 놈한테 붙들려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쏘와 같은 살인마가 실제로 있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떨면서 자기 삶에 좀 더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산다면, 그것은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또다른 효과이다. 이미 나는 그런 효과 덕분에 꽤 큰 공포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포를 고맙게 여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실제로 따라하는 미치광이가 나타나지는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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