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내 성격 - 성격장애, 어떻게 함께 지내고, 어떻게 극복하나
오카다 타카시 지음, 유인경 옮김 / 모멘토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공지영이 2008년 중순에 이화여대에서 했던 강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지닌 성격이라는 건 절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그런 모호한 것이다. 한 사람 안에 히틀러와 부처, 그리고 그 사이에 어중간한 무수한 인물들이 동시에 잠재되어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단지 그 가운데 어떤 것이 드러나느냐가 그 사람 성격이 어떻다고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는데 필요한 증거가 될 뿐이다.

 

대개 어떤 특정한 성향이 너무 지나치게 드러나거나 여러 가지가 섞여서 흔히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인정하는 그런 기준을 교묘하게 또는 무작정 벗어나 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비정상'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말로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이 자기 성격에 관해 제대로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마 그 점을 강조하려고 이 책을 출판한 '모멘토'에서는 표지에 황우석, 유영철 같은 한 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들을 올린 것 같다. 논문 조작 사건으로 국제 과학계에서 대한민국을 망신살이 쌍무지개로 뻗게 만든 황우석이나, 사람인지 짐승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잔혹한 엽기 살인 행각으로 대한민국을 연쇄 살인마 공포로 몰아넣은 유영철이나, 이 책 '나만 모르는 내 성격'에 따르면 성격 장애가 있었다. 황우석에게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유영철에게는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었다.

 

그 말고도 살바도르 달리, 키에르케고르, 카미유 클로델 같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여러 인물들이 지니고 있던 색다른(?) 정신 측면을 논리정연하게 보여준다. 시종일관 차분한 문체로 열 가지 성격장애 유형을 제시하고 그 대처 방안까지 친절하게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성격장애가 무엇이며 왜 생기는지에 관한 근본 물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여러모로 생각하며 파고들 거리를 제공한다.

 

서양에서는 어려운 일을 겪어 정신이 힘들 때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에게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사회에서도 그 분야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병원 다닌다고 하면 아직도 무조건 미친 놈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그게 큰 문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유난히 관심이 쏠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이 책을 읽고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누가 이 책을 읽고 자기도 정신병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탄하고 싶겠는가. 아무리 현대인들 대부분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더라도, 사람들은 정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정신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띠는 이미지가 너무 안 좋은 대한민국에서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도 한 번쯤 이런 책을 읽고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했다. 음습한 곳에서 호시탐탐 내 자아를 노리고 있는 데이바 같은 존재가 온갖 장소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정상이 아닌 내가 지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반복되었던 그런 한심한 행태를 그만두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정상은 아니라는 소리를 꽤 많이 들었다. 그것을 언제부터 인정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긴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인지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했던 모든 일을 생각해 볼 때, 모든 사람들이 숨기고 있을 뿐 대부분 그렇게 산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나에게는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매우 진지하게 읽었다.

 

내가 속하는 성격 장애는 이 책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경계형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

 

1-1. 함께 지내는 요령 -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한계를 분명히 정하라. 동정은 절대 금물이다. 자살을 기도할 경우 엄격히 행동을 제한하라.

 

1-2. 극복 요령 - 현실을 흑백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멋진 관계보다 더 오래갈 수 있는 관계를 맺어라. 스스로를 지켜라.

 

 

2. 강박성 성격 장애(Obsessive Personality Disorder) - 지나치게 의무감이 강한 사람들

 

2-1. 함께 지내는 요령 - 고집을 존중해 주고 한계 설정을 해 준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라.

 

2-2. 극복 요령 - 힘을 8할 정도만 써라. 혼자서 책임지지 않는다. 남이 자기와 같기를 바라지 마라.

 

 

내가 눈여겨봐야 할 성격 장애는 다음과 같다.

 

 

1. 분열형 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들

 

1-1. 함께 지내는 요령 - 압박보다는 전향하는 평가가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사회로 이끄는 도우미가 중요하다.

 

1-2. 극복 요령 -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두어라. 남 기분도 살펴라. 깜깜한 동굴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위기 상태를 극복하라.

 

 

2. 분열성 성격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2-1. 함께 지내는 요령 - 자기 세계가 침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니 조금씩 접근하라. 친밀해지려고 하면 실망한다.

 

2-2. 극복 요령 - 동호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 결과에 따른 내 사생활을 여기에서 구구절절 풀어놓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저 지금까지 마음먹었던 것을 다시 되새기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든지 이 빌어먹을 성격장애를 극복할 것이다. 지난 추잡한 과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면 그 모든 과거에 어떻게든지 생명을 집어넣어서 나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 모든 힘이 내 안에 분명히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성격이 너무나도 착하고 정이 많아서(물론 그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이기는 하지만) 그런 정에 이끌려 자기마저 잃어버릴 확률이 너무나도 크다면, 이제는 일부러라도 사악해질 수는 없으니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분열형 성격장애자와 같은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쓸데없는 희망은 나를 괴롭게 만들 뿐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도 좋다. 지금 물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이 치밀어 오르기는 하지만, 이건 어차피 평생 동안 겪어야 할 고통에 견주었을 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비틀어진 자아 때문에 눈물이 쉽게 나오지도 않는다. 미친 듯이 아픈 고통을 겪든가 아니면 프레첼처럼 꼬인 통로를 모두 거쳐서 나올 만큼 감정이 강하게 폭발하든가 둘 가운데 하나인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곧 보고 읽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반성하는 데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어떤 기대도 하지 말고 온전히 객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간 통계에만 매달려야 한다. 절제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기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피해를 입히고 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나는 류비셰프와 같은 고고한 화신이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 정도 시련으로 무너져 버린다면, 앞으로 계속 걸어야 할 황야에서는 절대 온전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가장 분명한 구호는 다음과 같다.

 

 

Dynamic Intelligence, UItimate Passion, Thorough Planning, Incredible Self-control - I have a duty. I must do my duty.

 

Aleksandr Aleksandrovich Lyubishev

 

(역동하는 지성, 극한 열정, 철저한 계획,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아 통제 - 나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는 그 의무대로 해내야 한다)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

 

 

이제 새로운 구호를 하나 덧붙인다.

 

 

Construct merciless loneness. Destruct worthless loneliness.

 

(잔혹한 고독을 만들어라. 쓸모 없는 외로움을 파괴하라)

 

 

2008년 9월 어느 날. 온몸에 바늘이 꽂힌 듯한 이상한 아픔이 온몸을 괴롭혀 책상 앞에 힘 없이 앉아 있다. 그러면서 내 옆에 있는 책이 꽉 찬 두 책꽂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데 갑자기 정말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단숨에 글 한 편을 써내면서 새롭게 시작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어떻게든지 이 빌어먹을 성격장애를 극복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나에게 앞날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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