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1 - 아동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 한 아이 1
토리 헤이든 지음, 이희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기 넉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범대에 갈 생각이 벼룩 털끝만큼도 없었다. 나에게는 오로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지덕체를 모두 갖춘 지존혁명전사가 되겠다는 꿈뿐이었으며, 그 흔들리지 않는 꿈은 그 어떤 것도 내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고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뿐만 아니라 내 눈에 곱지 않게 보였던 모든 선생님들에게 품었던 반감도 사범대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러다가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서 우연찮게 사범대에 들어온 뒤, 대학교에 다니면서 방황을 너무나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장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 길이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온갖 다양한 일과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커다란 실타래에 얻어맞아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 보니 실타래 안에 갇힌 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았다. 풀어도 풀어도 헝클어지기만 할 뿐 절대 풀리지 않는 그런 실타래 안에서 나는 너무 지쳤다.

 

하지만 그 실타래를 조금씩 풀면서 얻는 것 또한 분명히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범대에 다니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아이들을 맡아 영어를 가르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과외 수업을 해 주는 학생이든 봉사 활동하러 온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든 그런 깨달음을 주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 극도로 예민하고 온갖 다양한 성격을 지닌 아이들을 파악하는 데는 정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일단 어느 정도 아이들을 파악한 뒤 이야기를 해 봐도, 아이들은 절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모범을 보여주고 먼저 다가가서 자기를 활짝 열어서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못했던 것 같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주저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금세 지치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교육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 생각도 없던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안타까움에서 우러나오는 사명감이 생긴 것이다.

 

'한 아이'를 읽으면서 그 사명감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불태웠던 어느 한 선생님을 만났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고 봐도 충분할 정도로 엽기 행각을 일삼는 쉴라라는 아이에게 토리 선생이 보여준 친절과 배려와 이해심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나는 과연 쉴라 같은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모범이 될 수 있을까? 항상 특수교육과 학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이 생각 그 자체로만 끝나는 판에, 보통 아이들이 아닌 그런 특수한 아이들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아무리 예전에 그런 생각이 없었든 어쨌든 간에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대학교에 들어온 뒤 지금까지 한 방종과 자만은 그런 사명을 잊어버린 책임감 없는 추한 행동이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으니 나는 이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은 버리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그리고 쉴라를 변하게 한 토리 선생이 보여준 미덕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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