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싸이월드(http://www.cyworld.com)에 드나들기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3년에만 하더라도 수도권에서만 주로 즐기는 미니홈피 사이트로 알고 있었고, 게다가 어쩌다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세이클럽 문학 동호회인 '글사랑'과 다음카페인 '철도동호회'에 푹 빠져 다른 사이트에는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싸이월드에 가입한 뒤에도, 한동안 '글사랑'에 올릴 글을 보관하는 자료실로만 썼다.

 

그런데 내 홈피에 찾아와 일촌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차츰 사교 공간으로써도 쓸모가 커졌고, 게다가 자료실을 채우고 관리하는 재미를 새롭게 깨달으면서 나는 싸이월드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거기에 음악 듣는 재미까지 깨달으면서 싸이월드를 본격으로 시작한 지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싸이월드 폐인 수준에 이른 내 모습을 발견했다. 싸이월드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한 글을 읽고 발끈하여 나를 예시로 삼아 반론했던 대가 2004년 7월인데 그 뒤 석 달만에, 곧 2004년 10월에 나는 하루에 평균 8시간 넘게 싸이월드 홈피 관리에 매달리는 폐인이 되었다.

 

그렇게 폐인 수준에 이른 2004년 9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23년 평생(?)동안 내 손으로 쓴 거의 모든 글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입력해 보관하고 있다. 옛날에 내가 종이에 썼던 글은 온 집, 심지어 아파트 폐지 수거함(내가 사는 아파트가 세 동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라서 종합 폐지 수거함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그나마 시간이 적게 걸렸다)까지 뒤져 찾아내 입력해 놓았다. 2004년 초까지 관리하던 세이클럽 미니홈피는 안에 있던 자료를 싸이월드로 다 옮긴 뒤 닫아버렸다.

 

그렇게 왕성하게 자료 입력과 보관에 정력을 쏟았더니, 알게 모르게 여러 사람들에게서 내 게시물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요즘에 싸이월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주위에서 내 게시물이 홈피에만 처박아 두기에는 아깝다는 의견이 자꾸 나오면서, 홈2나 다른 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들어 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군대는 거기에만 온 힘을 쏟을 만한 조건을 전혀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그 조언에 따른 계획은 한동안 계획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 내 싸이월드 홈피에는 음악 감상, 사교, 자료 보관, 크게 이 세 가지 주요 기능이 있다. 이 가운데 사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군대에 온 뒤 크게 늘어났는데, 그 때문에 나는 예전과 다르게 게시물 조회 수에도 은근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회 수에 신경 쓰지 않고자 아예 게시판을 닫아버리고 사진첩만 제대로 관리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글 쓰는 건 게시판에 쓰는 게 제 맛이라서 그냥 게시판에 계속 글을 썼다.

 

애당초 남이 읽어주기를 기대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남들이 들락날락하고 자기가 애착을 가지는 공간인 만큼, 조회 수가 크면 클수록 좋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 홈피가 연예인 홈피이거나 글 좀 많이 읽어달라고 홍보를 하는 건 절대 아닌지라, 게시물에 따라 조회 수도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게시물이 꽤 많아지고 내 글을 몰래 읽고 퍼 가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나는 어떤 게시물이 인기가 좋은지 한 번 분석해 봤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내 조회 수 관리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제목에 따라 게시물 조회 수가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수많은 제목 가운데 주로 인기가 좋은 건 사회에서 인기를 얻은 책 제목(내 홈피에서 예를 들자면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가시고기' 따위가 있다)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랑과 성 이야기(예를 들자면 독후감을 올려놓는 게시판인 '나름대로 읽기'에서 한동안 조회 수가 10을 넘어가는 게시물이 없다가, '첫사랑'을 읽고 쓴 독후감은 단번에 조회수 10을 넘어섰다. 물론 내 첫사랑 이야기는 그 글에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따위가 있다. 만약 내가 '야동 사이트 무료 감상'이라는 제목으로 낚시용 글을 올린다면, 그 조회 수가 얼마나 될 지는 보나마나 빤하다. 그 밑에 추한 악성 댓글이 달리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아마 이 책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은 뒤 이 독후감을 올리면, 조회 수가 최근 평균 조회 수 4뿐만 아니라 10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첫사랑'을 읽고 쓴 독후감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내가 여자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제목만 보고 보기 좋게 속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가 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듯이 말이다. 누가 표지를 본 뒤에 이 책이 2004년 제 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2004년 제 4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4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따위 온갖 수상 경력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중대 책꽂이에 애거시 크리스티가 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원제 'And There Were None')'가 있는데, 읽으려고 해도 어째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뒤 갑자기 계획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먼저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이 책은 추리소설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사람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온갖 속임수를 한 치 오차도 없이 깔밋하게 담아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루세 마사토라, 아사미야 사쿠라, 안도 시로, 후루야 쎄스코, 안도 지에, 세리자와 기요시, 구다카 아이코, 구다카 류이치로……이들이 얽힌 관계와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라! 사기 조직을 추적하는 주인공 뒤를 따르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목이 이야기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결말은 제목 그대로이다.

 

 

……

 

 

"당신 이름은 안도 시로잖아요."

 

"아니. 난 나루세 마사토라야."

 

"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안도라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그건 당신이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히로오의 역무원에게 듣고."

 

"그럴……."

 

이렇게만 말하고 더는 말을 잇지 못한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듯한데, 아랫입술을 실룩거릴 뿐 말을 꺼내지 않는다.

 

 

……

 

 

아마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읽은 사람은 사쿠라처럼 될 것이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다시 책장을 뒤적거리며 자기가 작가 손바닥에서 얼마나 제대로 놀아났는지 확인한 뒤,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거나 이마나 무릎을 탁 치며 소리칠 것이다. 어쨌든 상관없다. 제멋대로 뒤섞인 퍼즐 조각이 쏙쏙 맞춰지는 그 느낌이 어찌 좋지 아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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