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Korea, 우리문화 영어로 표현하기
김경훈.류미정 지음, 이미림 영역 / 윈타임즈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한다는 뚜렷한 원칙을 정해놓지 않았다. 일단 닥치는 대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면서 기본부터 제대로 다져놓자는 심산으로, 내키는 대로 공부했다. 하지만 내키는 대로 하는 공부는 체계를 갖춰서 차근차근 하는 공부와 견주었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에서부터 차이가 심하게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여러 가지 일을 벌여놓기만 좋아하지 일을 끝내는 데는 소홀히 하는 경향까지 있다. 이 때문에 한 달이나 한 해 단위로 해 놓은 일을 결산해 보면, 요란하기만 짝이 없지 어떤 특정한 주제나 분야에 관한 뚜렷한 실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영어 실력도 완전 초보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많이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교육과 학생 맞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형편없는 기초를 드러냈으니, 다른 사람들도 나에 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버거워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항상 먼저 주목하므로,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지 나는 영어 실력이 여전히 형편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뒤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군대에 오면서 마음먹은 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일병 진급 위로 휴가 때 한 선임이 부탁한 대로 좋은 기초 영어 교재를 고르러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 'PR Korea 우리 문화 영어로 표현하기'를 봤다. 제목을 보고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샀다. 부대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강한 느낌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고도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돌이켜 본 끝에 내린 결론은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것과 같았다. 영어 공부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뭔가 원칙이 없다는 찜찜함이 오랫동안 묵은 터라 머리가 괴로워하던 차에,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뇌가 스스로 찜찜함을 없앨 방법을 찾다가, 이 책을 보고 그 방법을 찾았다는 직감에 따라 내 몸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매우 웃기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이기는 하지만, 나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종합해 생각해 보면 무작정 말도 안 된다고 단정 지어 버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룬 영문을 읽었지만, 그 가운데 한국에 관한 영문은 1푼도 안 된다. 그 정도로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영어를 공부할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소홀했던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외국어를 배우더라도 자기 나라 한국에 관하여 외국 사람들이 물었을 때 그 외국어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어떤 분야에서는 반드시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고 어떤 분야에는 특히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그런 공부 전략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그럴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도 우리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 조기 교육은 그토록 강조하면서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지정하는 한심한 교육 철학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야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그토록 반공 교육과 한국사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세대와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배운 세대에서도,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려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몫을 담당하겠다고 의식하는 이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막강한 국력을 기반으로 한 동북공정 따위 역사 왜곡 공정이, 우리 문화와 역사를 깎아내리고 좀먹고 심지어 자기들 것으로 만들고자 전 세계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우리 문화 개념을 자기들이 세상에 전파하는 따위로 발악하고 있고, 그 정도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사실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어가면서까지 화를 내고 길길이 뛰지만, 그것만으로 끝이다. 그런 현실을 바꾸려는 어떤 행동이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 문화와 역사가 처한 현실은 너무나도 심각하다. 우리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잘못된 정보를 지적하거나 외국인들과 논쟁을 벌이며, 중국과 일본이 저지른 역사 왜곡 공정이 낳은 참담한 결과를 바르게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 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공용어가 되어버린 영어 실력이 필수 조건이다. 특히 온 세상을 연결하는 인터넷 공용어가 영어인 데다가, 요즘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만큼, 영어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시키고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인 자랑스러운 IT 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영어 실력과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다고 해서 일이 거저 풀리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영어로 표현해서 전달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설사 안다 해도 행동할 의지나 실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책은 그런 실태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문장들 거의 대부분이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이라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이들이라면 모두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얼마나 깔밋하게 잘 편집되어 있고 내용이 알찬지는 '일러두기'에서 지은이들이 잘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은 우리 문화와 역사를 외국인에게 제대로 소개하는 길잡이로 계획되었다. 방대한 우리 문화와 역사 가운데 가장 자랑하고 싶은, 또는 외국인이 가장 궁금해 할 것 같은 항목 39가지를 (다양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골라 소개하였다. 내용 개요에 이어 관련 대화까지 곁들임으로써 외국인과의 실제 대화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Notes'와 '표현연구'를 두어, 독자 스스로 우리 문화 영어표현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표현연구'에는 본문 내용에 나오는 주요 구문 해설뿐 아니라 관련 문법까지도 정리해두어영작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Note에는 각 Unit의 설명문과 Dialogue에 나오는 어휘를 세세한 부분까지 정리해 두었으므로,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우리 문화와 역사를 표현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표현연구'에서 다룬 문장은 본문에서 별색으로 표시하여 찾기 쉽도록 했다.

 

-> 우리말 고유 명칭(고유명사)은 이탤릭으로 표시하여 쉽게 구분되도록 했다.

 

이 책이 우리 문화를 영어로 표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부록으로 '외국인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우리말'도 실어놓았는데, 본문과 마찬가지로 매우 재미있다.

 

나는 영어를 전공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지은이들이 강조하는 그런 실력을 갖추지 못해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금가지 비틀어진 자의식에서 샘솟는 온갖 괴상한 관념들을 풀어내는 데만 힘썼고, 영어 작문도 거기에 맞춰서 연습했다. 한국 사람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데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대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풀어내고 정리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내용만큼은 반드시 다 외우고, 지은이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으로 실천하겠다. 그리고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 영어를 가르칠 때도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을 반드시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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