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들은 해병대로 간다
이경수 지음 / 월간조선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국군은 육군, 해군, 공군으로 구성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
 

대한민국 국군에서 해병대는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사회에는 해병대에 관한 온갖 소문이 나돌고 해병대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고 지키고자 힘썼다. 나도 그런 무수한 소문과 이미지를 사회에서 접한 뒤 해병대가 지니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해병대에 들어갔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을 밝힌다면 다른 해병들에게 욕을 꽤 먹겠지만, 여러 가지 목적 가운데 한 가지를 밝힌 것이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므로 나름대로 떳떳하게 이런 글을 쓴다.

 

육군 예비역인 작가가 해병대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한 모험이다. 해병들은 해병대를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해병대를 함부로 평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군대 출신들이 내놓은 평에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이미 나왔는데 해병들이 무슨 수를 쓰기에는 좀 늦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제 3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객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그 정도만 해도 꽤 큰 가치가 있다. 

 

일단 해병대 특유의 부풀리기가 전혀 없다. '~라고 한다'라는 표현으로 문장을 맺어 정보 수집에 힘썼다는 인상을 준다. 체험기, 면담 내용 따위도 풍성하게 곁들여서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지니고 있는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에 객관성을 불어넣는데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 이 책이 보여주는 매우 뚜렷한 특징이다. 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 받는 훈련이 흔히 해병들이 이야기하는 만큼 도저히 사람이 못 견딜 정도는 아니며, 해병대를 나왔다고 해서 꼭 IBS를 들고 모래 위를 달리고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숨기지 않고 밝힌다. 특히 '해병대는 마크사에서 만들어진다'와 같은 이야기는,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 있는 해병대에 관한 고정 관념을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그런 이야기 말고도 해병대 부사관과 장교가 되는 길,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해병대 전우회, 신병교육대와 수색교육대 이야기 등 매우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에서 백미라고 볼 수 있는 곳을 신병교육대와 수색교육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곳을 읽으면 해병들은 자기도 모르게 훈련병 시절을 생각하면서 추억 속에 잠길 것이고, 사람들은 역시 해병대라고 생각하든지 자기 나름대로 해병대에 관한 이미지를 새롭게 떠올리거나 바꾸고 굳힐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읽는 이들이 해병대를 객관으로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매우 세심한 부분까지 작가가 신경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지은이는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것이 해병대라고 하면서 글을 맺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분명히 해병대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 책만으로 해병대에 관하여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심한 착각이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무수한 것이 해병대 안에 숨어 있다. 그것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젊은이는 해병대로 가도 좋다. 물론 그 안에서 처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는 자기 선택에 달려 있고, 그 때문에 자기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판단은 자기가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나도 아직도 해병대에 관하여 많은 것을 모르고, 안다고 해도 단지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충분히 글로 나타낼 수 있는데도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경험을 해야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존재인 해병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해병대를 알아가고 있지, 알고 있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