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그답을 알고 있다
나까지마 가오루 지음, 이송희 옮김 / 학원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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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세상은 수수께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만큼,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묻고 그 답을 찾으려고 힘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답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러나 그 말은 전혀 맞지 않다. 우리가 분명하고 속시원한 대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 그렇지 않은 질문보다 훨씬 많다. 굳이 여기에서 아무리 답을 짜내려고 발버둥쳐도, 결국은 두 손을 들고 마는 현대과학이 보여주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자기에게 닥치는 수많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해, 어느 정도는 그 문제를 무시하여 세상과 타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답할 수 없는 수많은 물음은 무시하고, 일단 답을 줄 수라도 있는 궁금한 점이나 생각해 보자. 그런데 답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끝인가? 답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으니 그것 또한 골치 아픈 일이다.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진 사회와 문명이 돌아가면서 생기는 궁금증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흔히 그런 질문은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이 다룬다.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이 있어서 접근하는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그런 물음. 잘못된 답이 나오면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물음. 그렇다고 해서 한 쪽이 절대 틀렸다고 볼 수도 없는 그런 물음.

 

그런 물음도 제쳐두고 각자 지닌 독특한 인생관이나 가치관 따위에 따라서 답이 달라지는 물음을 생각해 보자. 내가 읽은 '당신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에서 지은이가 읽는이에게 묻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 이 대답만으로 끝낼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은이가 원했던 것은 그런 단순한 대답은 아닌 듯 하다. 그 질문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말하고 싶은 욕구를 지은이는 이 책에 마음껏 풀어버렸다. 자기가 어떻게 했다는 말은 없으며 그 질문에 자기가 스스로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넌지시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성의없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읽는이를 꼼꼼하게 배려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책은 모름지기 읽는이가 생각할 수 있게 해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지은이가 나 같은 이에게 신경을 썼다고 믿고 싶다. 무조건 정보만 꽉꽉 채워서 내보내는 신문 기사 같은 글은 가끔씩 사람을 국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으니, 그런 때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은 둘째로 치고, 뭔가 약간 이상하다. 이런 책에서 이미 관심이 멀어진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인생에 관한 평범한 생각이나 깨달음을 전달하는 책은 이제 너무 지겹다. 그런데 왜 또 이런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

 

답을 얻어내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책을 쓴 나까지마 가오루라는 사람이 사회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기에,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치가 더욱 커지고 내용이 설득력을 더욱 강하게 띤다. 애당초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이 그토록 유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여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자기가 하는 말 또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나름대로 글 쓰는데 미쳐 있는 나도 언젠가 책을 내 보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낸 뒤 스스로 삶을 꾸려갈 능력부터 키워야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줄 테니까 말이다. 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려는 허황한 생각만 하기보다는, 오랜만에 내가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통사론 공부나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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