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보급판 문고본)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각 소대 들어. 제 1 신병교육대 1015기. 총기상 15분 전."
 

"각 소대 들어. 제 1 신병교육대 1015기. 총기상 5분 전."

 
"각 소대 들어. 제 1 신병교육대 1015기. 총기상 총 침구걷어."

 

 

해병대교육훈련단에 들어간 뒤 나는 좋든 싫든 저 구령에 따라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에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실무 부대에 배치된 뒤에도 '각 소대 들어'라는 구령이 사라지고 '제 1 신병교육대 1015기'가 '본부중대'로 바뀌었을 뿐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똑같았다. 피곤하든지 잠을 설쳤든지 그런 개인 사정은 오로지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조직인 군대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고된 훈련과 작업을 견뎌내면서 예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분명히 들었다. 일어나서 이미 활짝 떠오른 해를 바라보면서 받는 씁쓸한 기분 대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군대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왜 생기는지 '아침형 인간'이라는 꽤 흥미로운 제목을 지닌 이 책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대뇌생리학이 내놓은 잠에 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포함한 온갖 자료를 토대로, 저자는 인류가 수백 만 년 동안 지켜온 아침에 일어나 밤이면 잠드는 삶을 저버리고 밤에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수백 만 년 동안 지켜온 방식을 깨면 그동안 거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생체 시계가 교란되어 몸에 분명히 이상을 가져오며, 그에 따라 만성 피로가 이어져 삶을 송두리째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참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 책에 따르면 단 한 가지뿐이다. 자연과 일치하는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게 힘 없고 효율이 낮은 삶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여러 가지 사례도 제시하고, 아침형 인간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체계를 갖춘 방법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저자가 지적한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매일 새벽 2~3시까지 깨어있다가 간신히 침대에 쓰려져 잠든 뒤, 날이 화창하게 밝은 뒤에도 일어나지 못해서 이불 속에서 낑낑댔다. 시간 통계를 내 보면 자는 시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8시간보다 많을 때가 훨씬 많았다. 그러면서도 하루종일 몸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매우 젊었기에 그런 상태 속에서도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덕분에 내가 해낸 수많은 일에서 얻은 성과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특히 하루종일 정신이 멀쩡한 때가 별로 많지 않다는 현실이 너무 싫었던 나는 뭔가 색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본 끝에 그 당시에 유명하던 이 책을 읽어보려고 했고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둘 다 보기 좋게 실패했다. 나는 그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완고한 고집과 일찍 잠들지 못하면서도 무리하게 일찍 일어나려고 한 무모함이 겹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지금 내가 주목하고 싶은 한 가지는 군대에 가면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다. 물론 군대에서 잃어버리는 것도 분명히 있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잃어버리는 것만큼이나 많이 있다는 생각이 차츰 뚜렷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일 것이다. 군대에 적응하는데는 적어도 석 달이 걸리지만 사회에 적응하는데는 3초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단히 마음먹으면 군대에서 그 좋은 습관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길러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이 책에 열광했는지도 군대에 와서야 알았으니, 군대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 또 한 가지 늘었다. 나도 언젠가 전역하면 다시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당연한 반응과 또 싸워야 할 테니 항상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되새기면서, 군대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완전히 들여야겠다. 지금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몸에 힘이 없어서 허덕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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