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2004년 겨울방학에 기숙사에 들어온 성훈이 방에 놀러가서 45분만에 읽어치운 만화책이다. 요즘 굉장히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펴낸 만화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다양한 만화가들이 각자 고유한 그림 실력으로 나타냈다. 남녀 차별, 동성애, 인종주의 따위 온갖 인권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내용에 관하여 지금 일일이 내 견해를 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제목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만 하고 넘어가야겠다.

 

'십시일반(十施一飯)'은 열 사람이 밥 한 숟가락씩 모으면 한 사람이 먹을 밥 한 그릇이 된다는 뜻이다. 나누고 사는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강조하는 말인 듯 하다. 그런데 책 제목을 보면 '밥 반 자(飯)'가 '되돌릴 반(反)'자로 나와 있다. 그리고 나머지 세 글자는 무슨 한자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작가들이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추측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십시일반(十視一反)'

 

곧 열 사람이 한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반(反)'이라는 한자는 반역, 반란 따위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 사람들이 그다지 좋지 않게 생각하는 한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인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정착하는데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다. 여전히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 가운데 나도 끼어있을 확률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몇 번이고 강조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구분하여 쓰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무슨 관용을 기대할 수 있는가? 그 답답한 현실이 이 만화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그렇게 부족하기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서 편견을 깨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동성애를 인정하자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양쪽을 살펴본 결과 동성애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동성애를 싫어하는 데는 논리가 필요없었다. 거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는 거부감만 나타날 뿐이었다.

 

사실 인권 문제에는 논리보다는 이런 감정이 앞서는 일이 많기에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아무리 논리가 더 맞다 하더라도 싫으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도 설득할 수 없을 확률이 1에 가깝다. 그렇기에 쉬운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아팠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논리를 들이대면서 편견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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