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그
스티브 앨튼 지음, 신현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어디에서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 학급문고에서 이 책을 꺼내 읽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때 나는 이미 사람이 거의 감당할 수 없는 강하고 흉폭한 괴물이 나오는 영화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한참 뒤에 이 책을 기억해낸 뒤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이 책에 관하여 알아봤더니 이미 오래 전에 절판되었다는 김을 새게 하는 정보만 건졌다.

 

표지에 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바다 괴물이다. 그 괴물은 쥬라기 시대에 바다를 지배했던 상어의 조상인 메갈로돈이다. 제목인 메그(MEG)도 메갈로돈(Megalodon)에서 앞에 있는 세 글자만 따 온 것이다. 

 

육지에서 그토록 맹위를 떨치던 티라노사우루스도 재수없게 바닷가에서 얼쩡거리다가 메갈로돈한테 잘못 물려 바다로 끌려 들어가면, 아무 저항도 못하고 푸짐한 한 끼 밥이 되어야 했다. 사자하고 악어가 싸우면 육지에서는 사자가 이길 확률이 높지만, 사자가 물 안에 끌려들어가면 이길 확률이 0에 가까운 것과 같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도대체 어떻게 아직도 살아남아 있었는가?

 

여러 해양과학자들이 사람이 아직 탐사하지 못한 바닷속을 탐사하고자 제작한 특별한 잠수정을 타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들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바다 안으로 계속 내려가고, 마침내 뜨거운 온천물이 나오는 열수탕이 있는 깊고도 따뜻한 바다에 도착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놀랍게도 중생대 생물인 메갈로돈이 살아 있었다. 메갈로돈은 잠수정을 타고 탐사를 벌이던 대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대원들이 어떻게든지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희생자가 생기고 만다. 혼비백산한 대원들은 열수탕이 끓는 바다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메갈로돈이 따뜻한 물에서 살아남았으니 열수탕이 없는 지역에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임신한 메갈로돈 암컷이 대원들이 공격해 입힌 상처에서 흘린 피냄새를 맡고 메갈로돈 수컷에게 달려든다. 수컷은 깜짝 놀라서 위로 올라가는 잠수정을 뒤쫓으면서 도망가려고 하지만, 암컷은 수컷을 꼬리에서부터 파먹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암컷은 자기도 모르게 열수탕 지역을 벗어나 버린다. 대원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게 수컷을 파먹으면서 따뜻한 피를 뒤집어쓴 암컷은 서서히 온도가 변하자 차가운 물에 적응해 버린다.

 

바다로 자기들보다 먼저 올라가버린 메갈로돈을 보고 경악한 대원들은 재빨리 국제해양연구소에 이 사실을 알린다. 국제해양연구소 직원들은 중생대 생물인 메갈로돈이 바다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크게 놀란다. 메갈로돈이 임신했을 수도 있다는 보고를 듣고 더욱 놀란 국제해양연구소 직원들은 곧바로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한다. 해양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걱정한 대로 메갈로돈은 드넓은 바다에 널린 엄청나게 풍부한 먹이를 마구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올라오자마자 사람고기를 맛본 뒤에는 물고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람을 노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메갈로돈을 처리하려는 사람들과 메갈로돈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나름대로 기억을 짜내봐도 결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바다를 휘젓고 다니던 메갈로돈을 어떻게 처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생포해서 그 깊은 바다로 돌려보냈을 확률은 희박하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살려주자는 의견을 내세웠겠지만, 백상아리보다도 훨씬 크고 강한 메갈로돈을 사람이 생포하기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이 모든 사건과 이야기 흐름에 상당한 해양 지식이 반영되어 있다. 메갈로돈이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 따위를 잘 읽어보면 생체해부학 지식 없이는 절대 쓸 수 없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지성인을 위한 해양 과학 소설'이라는 칭찬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가끔씩 뇌세포가 단순한 생각밖에 못 하게 될 때, 사람들이 하는 일이 우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구를 완전히 활용하는 날도 까마득해 보이는데, 왜 하필이면 우주에서 사람이 살 만한 행성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드레이크 방정식이네 SETI 계획이네 하면서 외계 문명을 찾아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외계 문명은 여전히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오는 존재로 남아 있다.

 

바다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곳이다. 끝이 없어 보이는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경외심을 품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푸른빛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두려움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그 바다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바다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숨어있다면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항해술이 발달해도 미신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닻을 올리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르네상스 덕분에 더욱 발달한 문명이 꽃을 피우면서 사람들은 미신을 버리고 과감하게 망망대해로 나아갔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은 보자드로 곶을 넘었고, 희망봉을 발견했고,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해 떼돈을 벌었다.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은 단순히 바다를 항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바다 안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바다를 탐사하러 갔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물을 만났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일이 없다. 그러나 아직 바다에 관하여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기에 사람들은 무언가 알고 싶어하는 본능에 따라 모르는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뒷받침할 온갖 논리를 고안한다.

 

그러나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로빈 쿡이 쓴 '납치(Abduction)'에서처럼 낙원 같지 않은 낙원이 있을지, 영화 '어비스(Abyss)'에서처럼 외계인이 있을지, 이 소설에서처럼 고대 생물이 살아 날뛰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이 살아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쓴 이 소설은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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