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통신
손석춘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2005년 하련솔 여름 전수 일정은 매우 고되었다. 날씨도 덥고 연습해야 할 몸짓도 꽤 어려워서 제법 애를 먹어야 했다. 특히 처음 해 보는 창작이 사람을 미치게 했다. 계속 배우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그런 일정을 하니까 어쩌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까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쓸 수가 있지 그때는 아주 환장하는 줄 알았다. 힘들게 동작을 만들어 놓고도 서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몇 번이고 다시 고치는 일도 많았다.

 

어쨌든 무사히 전수 발표회를 끝낸 뒤 무명전사 동아리방에서 조촐한 뒤풀이를 열었다. 하련솔과 무명전사 사람들 말고도 경북대학교 연합 몸짓패 사람 몇 명도 참석했다. 순대, 떡볶이 따위 음식을 먹으면서 몸짓패답게 서로 몸짓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수 발표회가 끝나고 뒤풀이가 열리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었다. 동아리방을 청소하고 난 뒤에도 나름대로 시간이 많이 있었다. 무엇을 할 지 고민하다가 동아리방 창틀에 걸쳐 있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보통 책과 견주어 볼 때 제법 작은 책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편지 모음이고 특별하게 어려운 내용도 없어서 누워서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진보 논객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손석춘이 젊은이들에게 다정한 말투로 현대 한국 사회를 걱정한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뒤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수구 세력들이 사회에 끼친 폐해를 편지 형식으로 낱낱이 밝힌다. 다정한 말투로 사회를 비판하는 문체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과 같은 노선을 걷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문예 일꾼으로서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반동에 저항하는 투쟁은 힘겹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관심을 끊고 자기 일에만 매달린다면 희망이 없다. 이런 다정한 말로 사회를 걱정하고, 내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사회에 관심을 끊고 내 일에만 매달릴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