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
슈테파니 츠바이크 지음, 안영란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관점(觀點)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데 쓰는 시야다. 가시광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적외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관점이라고 하면 이런 관점이 아닌 정신 작용에 따른 관점을 생각한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게 매우 차원이 높은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생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관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수많은 소설과 영화가 주제로 삼았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사소할 수도 있는 관점 차이 때문에 실제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냉전도 자본주의를 삐딱하게 바라본 한 청년 때문에 생겼다.

 

그런데 그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주체가 사람이라면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워낙 많이 우려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물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단순히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자기가 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세상을 생각하고 해석한다고 치자.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끈질기게 이어져 왔지만, 그에 관한 논쟁은 다 집어치우고 단순하게 '만약 그렇다면'이라고 생각해 보자. 상당히 우스꽝스럽지 않겠는가? 동물이 아주 신념이 강한 다원주의자가 아니라면,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이 대단히 이상해 보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는 생물들이야 인류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명 자체가 시덥잖고 사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는 문명 비판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율리아 프란츠라는 노처녀 여의사 눈에 들어와 그 집에서 살면서 '시시'라는 이름을 얻은 고양이가 집안에서 주인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는 자기 이름을 함부로 짓는 율리아를 생각이 없다면서 속으로 나무라고, 동물병원에 가서는 아주 난리굿판을 벌이는 따위로 독자들이 피식 웃도록 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끔씩 이것이 시시가 한 생각인지 작가가 한 생각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리고 고양이 눈으로 바라볼 때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나는 율리아가 새로 생긴 남자친구(?)와 옷을 벗고 질펀하게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고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담담한 시시를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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