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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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뒤바뀌는 감정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힘과 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렸는지는 계산하기조차 힘들다. 특히 군대에서는 감정이 더욱 격렬하게 뒤바뀌어서, 몸은 나름대로 편한데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과 군대라는 조직 자체를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해야 할 지 오랫동안 고민했기 때문이다.

 

물론 군대에서 나는 많은 일을 해냈다. 그리고 병장이 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 속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다. 그것을 모두 모으면 전역할 때쯤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 가운데 거의 모든 것이 군대에서 오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을 내가 해낼 수 있도록 해 준 군대라는 조직에 나는 마땅히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다. 얻은 것만큼이나 잃어버리거나 나빠진 것도 많았다는 생각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새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사랑을 포기해야 했고, 내가 그동안 벌여놓았던 일과 새로 시작하려고 했던 일도 접어야 했다.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일이 잘 굴러가고 있었고, 새로 시작하려고 계획을 잘 짜 놓은 것들도 몇 가지 있었지만, 군대에 가기로 한 뒤 모든 것을 접고 그때까지 해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데만 힘써야 했다. 2005년 내내 의욕이 매우 좋았던 터라 더욱 안타깝다.

 

그런 것을 둘째로 쳐야 할 정도로 가장 심각한 문제도 있다. 원래 문제가 많았던 성격이 더욱 비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천부 인권에 따라 보장된 인권과 기본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온갖 악습과 군대라서 어쩔 수 없다는 허울 좋은 불가피론이 너무 싫어서 선임들과 사사건건 충돌했고, 그 때문에 내가 지니고 있던 추악한 본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바깥에서 나름대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성격을 조금씩이나마 다듬고 있었는데, 사납게 휘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은 힘들고 자유롭지 못한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면서 간신히 다듬은 것들이 모조리 헝클어져 버렸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칠고 이해할 수 없는 모순투성이인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 험한 말이 붙고 신경질과 짜증이 늘어났다. 이병과 일병일 때 느꼈던 욕지기가 무엇 때문인지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상병과 병장일 때 그런 욕지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들을 멀리 해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해 놓고도, 막상 병장이 된 지금 내 모습과 행동을 분석해 보면 다짐한 대로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이야 바깥에서든 군대에서든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어떻게든지 해낼 수 있지만, 성격과 생각에 문제가 생겨 버린다면 일 자체는 아무 뜻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해낸 일에 상관없이 나를 이토록 심하게 뒤흔들어 놓고 성격과 생각을 삐뚤어지게 한 군대를 미워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자유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온갖 부조리를 강요하는 싫은 선임들과 부딪치며 살도록 한 군대가 너무나도 싫었다. 

 

결국 나는 군대에서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병장이 된 지금도 행복하지는 않다. 항상 뭔가 빠진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따지고 보니까 사회에서나 군대에서나 행복하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람이 있을지언정 행복은 없었다. 그런데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토록 계획을 많이 세워서 그에 따라 일하고 그런 내 모습 자체에 만족하려고 애쓰고 내가 해낸 것들 되짚어 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군대에서 이 책 '행복'을 읽으면서, 나는 그 까닭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자책에 지치 자아를 달래주는 온갖 글을 읽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까닭을, 하필이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지금까지 너무 많은 욕심을 품고 자기를 너무 심하게 다그쳤던 나에게, 이 책을 쓴 스펜서 존슨은 그러지 마라고 부드럽게 충고했다. 자기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결국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행복해지는데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1.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소중히 여길 수 없다. 자기를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지 마라. 어리석음, 불완전함, 인간미를 즐겨라.

 

2.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우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자기가 품은 이상이나 꿈을 기준으로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좋은 현실을 인정하며 거기에 감사하라. 'Need'에 감사하고 'Want'를 줄여라.

 

3.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그것이 두려워서 내리는 결정인지 아니면 좋아서 내리는 결정인지 생각하라.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그 덕분에 두려움이 없어진다.

 

4.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라. 아주 짧은 시간에도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하루 전체를 그리고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5.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마라.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수록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큰 애정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다.

 

6. 자기 자신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끼니때마다 그것만 먹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을 돕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들도 자기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것을 실행하면, 그들 자신에 대해 더욱 만족할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7.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을 주는 일이다. 내가 행복하고 걱정이 없어지면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

 

 

이 7가지 원칙이 진리임을 인정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욱 소중히 여기면,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세상은 더욱 살기 좋아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스펜서 존슨에 따르면 내 안에는 '최상의 자아'가 있다고 한다. '최상의 자아'는 자신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내면 가운데 일부분이며 '직관하는 존재(The Intuitive)'이라고도 한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최상의 자아'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이 책에 따르면 자기만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닌데, 이 세상을 바라보면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실이 그러니 이 세상이 어떻게 살기 좋아질 수 있을까. 그 전에 일단 나부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지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군대에서 지독하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는 오로지 군대 때문에 생긴다고만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워낙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강요한 탓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군대보다도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이렇게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 근본에 가까운 까닭일지도 모른다. 일이야 나름대로 꽤 많이 하지만, 거기에서 진정한 행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에 파묻혀 수 십 해를 보낸 뒤, 나이가 지긋해져서야 후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자. 그렇다면 내 의지대로 보낸 시간도 소중하다. 군대에서 많은 제약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지 시간을 짜내서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많은 일을 해냈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에서도 나름대로 뜻과 보람을 찾아냈다. 그렇기에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되이 보낸 시간이 아니다. 잃어버린 것이 많을지언정 군대가 아니었으면 얻어낼 수 없었을 그런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잃는 것이 두려워서 얻는 것을 포기해 버린다면, 그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최상의 자아'가 있다. '최상의 자아'는 내가 군대에서 잃어버리거나 나빠진 것이, 사회에 나갔을 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삐뚤어진 내 성격과 생각을 다듬고자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7가지 법칙을 나에게 유리한 대로 비틀어서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진정으로 행복해지고자 힘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군대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고 군대를 무조건 긍정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장점은 장점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단점은 단점대로 비판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로서 따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7가지 원칙이 지니고 있는 모호함과 그 때문에 적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그 문제점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곧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완벽하다고 박수를 받을 만한 책은 아니다. 지나치게 논리만 따지려고 드는 태도가 '최상의 자아'오는 결국 서로 충돌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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