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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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빈 씨가 지은 '만화로 보는 불교 이야기'라는 만화책을 예전에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모두 네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석가모니와 그 제자들, 역사, 이야기, 사상, 문화 따위를 잘 다루고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릴 때 나름대로 불교에 관해 좀 많이 알고 있는 편이었고 어른들과도 가끔씩 종교를 이야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전에는 종교에 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나는 그저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주섬주섬 늘어놓고 어른들은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식이었을 뿐, 토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한 뒤 심리학에 손을 댔다. 우리나라에서 심리학이라고 하면 서양 심리학이 절대로 우세하다. 그랬기에 일단 프로이트가 제창한 정신분석학을 기본으로 배웠고, 그 뒤에 여러 가지 이론을 배웠다. 동양에서 나온 이론은 전혀 배우지 않았다. 나는 왜 그런지 매우 궁금했지만 궁금증을 풀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 지니고 있던 불교에 관한 지식과 심리학 지식이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제법 어지러웠다. 또 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갈수록 극에 가까운 비관론자가 되어 버렸기에, 몸과 마음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사실 사람은 아는 만큼 행동하기는 정말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은 매우 뜻깊은 책이었다.

네 살 때부터 수행하고 명상하며 살아온 14대 달라이라마와 정신과 의사인 하워드 커틀러는 사람이 사는데 영향을 미치는 마음에 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하워드 커틀러처럼 서양 심리학에 머리가 절어 있는 사람들은 달라이라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우 많은 것을 깨닫고 자기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 가운데 많은 것을 버려야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기에 내가 매우 부끄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학자들이 앞다투어 동양 사상을 연구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인류가 과연 지금과 같이 서양 사상에 젖어 산다면 과연 지구에서 인류 문명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너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대개 상생, 조화, 곧 공동체를 강조하는 동양 사상이야말로 인류 문명이 처한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들은 확신했다. 새롭게 조명받는 동양 사상 가운데 불교 사상은 매우 주목받고 있는데,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은 그 까닭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책표지에 "행복은 삶의 목표이며 삶의 모든 몸짓은 행복을 향해 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릇된 신념과 행동 때문에 스스로를 망쳤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달라이라마는 분명하게 밝힌다. 그 조건을 깨닫고 삶을 올바르게 꾸려 나간다면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으며 저절로 세상도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분명히 삶을 새롭게 꾸려가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서 뭐라고 의견을 남기기에는 좀 찜찜하다. 그리고 매우 안타깝게도 내가 삶을 꾸려가는 방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계속 읽으면서 나를 바꿔보려고 계속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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