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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보급판 문고본)
한창욱 지음 / 새론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하련솔 일정이 있어서 동아리방에 갔더니 세미는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학생회실에 들어갔더니 거기에도 아무도 없었다. 할 일이 없어졌다. 요즘은 할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읽을거리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기에, 저절로 눈이 학생회실 전체를 쭉 훑었다. 학생회실은 너저분하기는 하지만 읽을거리는 많다. 그렇기에 무엇을 읽어야 할 지 결정해야 했다. 일단 책꽂이에 시선이 꽂혔다. '경제사학습', '자본주의의 실체', '민중을 위한 철학', '올바른 윤리교육을 위한 방법론'……상당히 집중해야 하는 책들뿐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았는데 온갖 종이와 책으로 어지러운 책상 위에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라는 귤색 표지를 한 책이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집어들고 한 번 쭉 훑어보는 식으로 읽었다. 친절하게도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른 곳보다 글자가 큼직했고 색깔도 파란색을 썼다. 그런 것을 훑어보기만 했더니 10분 만에 모두 다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읽어보려고 맨 앞쪽을 펼쳤는데 세미가 동아리방에 들어왔다. 며칠 뒤에 나는 학생회실에서 그 책을 모두 다 읽었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저자가 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성공한 한국 사람들이 지니고 있던 같은 습관과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주제를 담은 짤막한 문장을 적고 그 아래에 주제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와 생각을 풀어놓았다. 꼭 직장에서 성공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꾸려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자기 개발 지침서라면 당연한 일이다.
매우 흔한 구성이다. 책 내용도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 뚜렷한 신념, 긍정하는 생각, 시간을 잘 활용할 것 따위는 빠질 수 없다. 가끔씩 독특한 생각을 풀어놓기는 하지만, 그것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충분한 사례와 근거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육하 원칙만 따라서 그저 훈계하는 식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공부한 것이 유전자 속에 스며들어 후손에게 전해진다는 터무니없는 견해도 가끔씩 나온다.
자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책 치고는 좀 성의가 없는 것 같다. 책이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라서, 이 책 말고도 성공학에 관한 책은 서점에 넘쳐나기에 웬만한 책 아니면 내 눈길을 끌기 힘들다. 성공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런 책에 나오는 내용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일부러 비판하는 투로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책이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고, 가치 판단도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거침없이 말할 자신은 없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는 성공학에 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성공한 사람들이 쓴 전기를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그래도 뭔가 좀 아는 사람들이 짤막하게 간추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아는 것을 정리하고 자기 행동과 습관과 생각을 반성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