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수많은 책들 가운데 내가 '뇌를 단련하다' 다음으로, 곧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나는 존경하는 인물이 남긴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류비셰프가 쓴 책은 전혀 구할 수 없었기에 매우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는 여전히 살아있고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렇기에 신간 서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그가 쓴 책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21세기 지의 도전',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임사체험',……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글을 쓰고 자기 세계를 만들어 온 사람이기에, 처음 읽는 사람은 과연 한 사람이 쓴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주제가 다양하다. 이런 책들을 읽기 전에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을 일단 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책표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커다란 책꽂이 안에 책이 빈틈없이 가득 꽂혀 있는 모습이 책표지에 나와 있다.다치바나 다카시가 거의 살고 있는 '고양이 건물(예술가 세노 갓파가 쓴 '다치바나 씨의 작업실 "고양이 빌딩" 전말기'가 나와 있다)' 안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일하면서 저 책을 다 읽었다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책꽂이를 바라보면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과 커다란 책꽂이에 가득한 책을 바라보면서 나는 군침을 삼킨다. '읽다'와 '쓰다'라는 동사를 보면서도 군침이 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없고, 아무리 써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다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것이 내가 만성 불안증을 앓는 한 가지 까닭이 된다. 젊을 때는 그럴 수 있다면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나를 위로했지만, 여전히 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2005년 3월에 나는 내가 가진 책을 처음으로 분류했다. 사실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 생각을 실천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일을 한 뒤 참 내가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나는 엄청나게 세세하게 나뉘어 있는 지식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저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가지나 깊이 있게 공부했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그런데 막상 눈으로 확인한 결과는 너무 엄청나고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미 다치바나 다카시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기에, 그가 거침없이 주장하는 바가 내 가슴을 무지막지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과 자료를 정리해 주는 비서를 따로 둬야 할 정도로 많은 책과 자료를 지니고 있고, 그것을 몽땅 읽는다고 들은 뒤에는 정말 질려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워하다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즉시 그 책을 샀다. 그 책이 바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이다.

혼자 공부하는 방법, 책읽기에 관한 생각, 출판에 관한 생각, 말과 이미지에 관한 생각, 서재 이야기, 작업 이야기, 지식 세계에 대한 생각, 평론가로 활동하게 된 배경 따위 온갖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잡지나 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기에, 좀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서 산만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내가 보기에는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 단점(?)을 충분히 메우고 남을 만큼 내용이 알차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읽는 사람 몫이다. 하지만 나중에 평론가가 안 된다 하더라도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는 독서론, 서재론, 작업론은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차근차근 읽으면서 나는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평생 동안 공부에 몰두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은 내 의지가 매우 부족하기에,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계속 거듭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학문을 제대로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국문학자 조윤제가 쓴 '나의 학구생활'과 함께 읽어 볼만한 책이다. 그리고 '사색기행'과 함께 다치바나 다카시에 관해서 알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 이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 '사색기행'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