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W이론 -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면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좀 심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하루에도 수십 권씩 앞길을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형편인데, 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정확한지 판단하기에는 내 머리에 든 것이 너무 없다. 그리고 무작정 몽땅 읽어볼 수도 없었다. 그 사실에 진저리를 치고 있을 때, '생존의 W 이론'이라는 책을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읽었다. 나는 왜 하필이면 그 책을 읽었는가? 책을 쓴 사람을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면우 교수를 내가 처음 안 때는 초등학교 때였다. 어머니께서 '웅진'에서 일하고 계실 때 우리집에는 '웅진출판'에서 나온 잡지가 제법 많았다. 환경 잡지인 '까치'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성공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여 아이들이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을 담은 '생각쟁이'라는 잡지도 있었다. 나는 '까치'에서는 만화만 즐겨 봤지만, '생각쟁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다. 백건우, 김진애, 황병기, 강원용, 김수환, 짐 리, 미야자키 히야오, 데즈카 오사무, 오프라 윈프리, 존 버닝햄, 휴렛, 패커드, 콜린스, 마이클 델, 앤드류 그로브, 스티브 잡스, 조지 소로스, 아스트랄드 린드그렌, 잭 웰치, 지미 카터, 에드윈 허블, 칼 세이건……셀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나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도움을 글로 표현하려면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것은 일단 제쳐두고, '생각쟁이'를 읽으면서 만난 사람 가운데 지금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책인 '생존의 W 이론'을 쓴 이면우 교수도 있었다. 상당히 독특한 사람이라고 책이 소개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육체미 대회 장년부에서 우승,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특허청 등록율 1위……완벽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모두 이면우 교수 한 사람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독특하고 대단한 이력만큼이나 그가 말하는 바도 그렇다. 미국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할 때 워낙 깐깐하고 강한 교수들에게 지도를 받아서 그런지, 이면우 교수가 말하는 방식 또한 남이 자존심이 상할 만큼 신랄하고 공격력이 강하다. 이 책에서도 비꼬고 깔아뭉개는 듯한 말투가 이어진다. 그런 말투로 거침없이 우리나라가 지닌 문제점을 비판한다. 그 비판이 매우 명쾌하고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서 속이 다 후련하다.

단 한 마디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이 되는데 온 힘을 쏟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그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워낙 우리나라에 잘못된 것이 많기에 그런 것들을 뜯어고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이야기한다.

이면우 교수는 신사고 이론, W 이론, 신창조론 따위 독특한 이론을 제시하기로 유명하다. 이 책 어디서든지 그가 강조하는 것은 독창성이다. 도시가스, 캐시밀론 이불, 냉장고, 비닐 봉투, 용달차, CD, 카페, PC방 따위가 이미 새로운 틀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전히 연탄, 솜이불, 얼음 가게, 종이 봉투, 소달구지, LP, 다방, 탁구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과 똑같다고 비유를 든다. 기업은 어디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신기술을 개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전히 기술을 모방해서 상품을 잘 만들어 팔아먹는데만 익숙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그저 입시 제도가 변하는데 적응하고 사회 분위기를 따라가는데 급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바라볼 줄 모르고 큰 꿈과 목표도 없이 산다. 여전히 낡아빠진 틀(paradigm)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더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사람들이 독창성이 없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줄 모르는 까닭을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뺄 수 없다. 그렇기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들여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파탄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교육철학이 없는 교육 정책 속에서 교육자와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공범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민족에게 알맞은 독특한 교육철학을 하루빨리 정립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육 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독창성은 어디에서 나타나는가? 이면우 교수는 우리 조상들이 보여주었던 그 위대한 독창성을 제시한다. 에밀레종, 거북선, 단청, 석가탑, 다보탑……우리 조상들이 지니고 있었던 그 위대한 독창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지금은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것이 잘못되어 있기에 그것이 제대로 안 드러나고 있지만, 우리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한다. 그 끝없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만 우리나라가 피도 눈물도 없는 끝없는 경쟁으로 뒤덮인 시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쉴 새 없는 주장과 비판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내가 지닌 문제점을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어서 읽다가 내 자존심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그리고 내가 지니고 있던 상식을 하나하나 다 깨 버렸다. 너무 머리가 어지러웠고, 정신을 좀 차린 뒤에도 감히 반박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자존심이 팍팍 구겨졌지만, 나는 홧김에 책을 덮지는 않았다. 끈기 있게 책을 읽다가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긴 뒤 나는 '생각쟁이'가 왜 이 교수를 주목할 만한 사람으로 소개했는지 이해했다. 올바르게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 상식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정신차리고 힘을 소모하지 말고 생산성 있는 일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유를 부릴수록 게을러지고 결국 생산성이 떨어지는 법이다. 절대 여유를 찾지 말고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와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고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http://cyworld.nate.com/Lyubishev -> 더 많은 자료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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