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독자들이 쓴 나무 2
강창모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나무'에 매우 많은 영향을 받은 나는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무'를 읽은 뒤 내가 그런 상상력이 말라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항상 뭔가 독특한 생각을 해 보려고 힘썼다. 그러려면 많이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제법 짧은 시간 안에 예전과는 견줄 수 없는 속력으로 정신계를 독특하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여전히 내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수준과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이런 몸부림도 치지 않는 때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살 가치가 없어지는 때인데, 그런 때는 나에게는 절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하루하루에 온 힘을 쏟으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이 책 '나무 2'를 만났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 정신없이 방황하고 있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위를 하러 서울에 올라갔다가, 오랜만에 글사랑 사람들을 만나려고 서울에 남았다. 세권이와 함께 절제 형님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신촌 거리에 있는 어느 서점에서 책을 뒤적였다. 그러다가 책꽂이에 꽂혀 있는 '나무 2'를 보고 나는 뒤적여 보지도 않고 당장 사 버렸다. 그리고 부산으로 돌아와서 틈틈이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했다. 스물 일곱 명이나 되는 사람들, 각각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쓴 독특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라면 분명히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 사람이 쓴 '나무'보다 훨씬 기발하고 다양한 생각들이 번뜩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가운데 1/3은 나도 뻔히 하고 있던 생각이었고, 나머지 1/3은 예전에 내가 공부를 잘 안 할 때 심심풀이로 즐겨 읽던 삼류 무협 소설이나 삼류 공상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1/3이 그나마 괜찮아서 내가 책을 산 뒤에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나무'를 이은 작품이라는 평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과감하게 깎아내린다. 



'나무 2'에 나오는 이야기를 쓴 사람들은 그저 기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짜내는 데만 몰두했을 뿐,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음을 이야기에 녹이는 데는 매우 소홀했던 것 같다. 상상력은 현실에서 힘으로 나타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현실에서 생각이 힘으로 나타나려면 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밖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기들이 지닌 창의력으로 이야기를 써 냈지만, 결국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에, 그래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문제를 제기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 책이기에,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 상상력이 부족하기에, 나는 이 책을 다시 읽는다.  

 

http://cyworld.nate.com/Lyubishev -> 더 많은 자료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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