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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로 시작하는 "이현의 연애" .
"이현"이라는 남자가 세번의 이혼 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과 결혼한 이야기와 그녀가 기록한 영혼들의 짧은 이야기이다.
영혼을 기록한다는거... 무슨 신들린 여자, 무당이나 점쟁이는 아닐지라도 '제니퍼 러브 휴잇'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 "고스트 위스퍼러" 에서의 여자 주인공 쯤의 역할 정도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그녀는 영혼과 대화를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기록만 할 뿐이다. 영혼을 위한 일인용 카우치를 가져다 놓고, 영혼들의 이야기를 그저 끝없이 기록할 뿐 이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그 일만을 잘 해낼수 있는 여자인 것이다.
2006년 말부터 짐처럼 들고 다니며 2007년으로 넘어와서 다 읽어버린 책. 우울한 기간과 겹쳐 책의 진도도 도무지 나가질 않은 책. 그래도 오늘은 책을 잡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읽혀진 책.
<심윤경>이라는 타이틀에 끌려, 영혼을 기록한다는 사실에 끌려 잡은 책이지만, 제일 싫어하는 종교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부터 독서의 속도는 느려졌고, 부총리가 나와서 휘리릭 넘기려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많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외국 영화를 보면 정신병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편안한 카우치에 몸을 맡기고 이야기를 하다가 나오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젠 이런 상담이 많아지긴했지만 말이다.
"자줏빛 카우치" - 영혼을 위한 자리이라 남편인 이현도 쉽게 앉질 않는 자리 - 우린 늘 이런 편안한 곳을 찾고 있었나보다. 대꾸없는 기록자 앞에서라도 내 인생은 이러했다고, 난 이런 부분이 억울했다고, 돌아보면 많이 미안했다고 속 시원히 털어놓을....
내 영혼의 이야기를 대신 기록해주는 "이진"과 같은 존재가 없는 우린 나름 스스로 끄적거린다. 적었다가 지우면서도 기록한다.
이 책을 읽다가 잠시 접고 다이어리에 요즘 나의 심정을 적어내려갔다.
"기록"이란 어쩜 "취중진담"일거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