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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트 ㅣ 토치 3부작 1
모이라 버피니 지음, 강동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5월
평점 :
멸망한 세계를 재건한 제국 브라이틀랜드에서 소년은 전쟁을 위한 군인으로 키워지고, 소녀는 글을 배우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의 신부가 되기 위해 존재한다. 한 명의 남성은 여러 명의 아내를 가질 수 있고, 선택받지 못한 소녀는 핑크 하우스로 보내져 일종의 위안부가 된다.
이 소설은 브라이틀랜드에 살고 있는 두 소녀, 엘사와 카이라의 눈물 나는 연대의 기록이자 두 사람의 주변인들, 그리고 적국인 에일랜드까지 엮인 혁명의 서막이다.
브라이틀랜드가 그리는 미래의 제국은 마치 미개한 초기 사회를 보는 듯한 부조리한 규칙과 차별, 불필요한 전쟁과 죽음, 권력욕의 위정자들로 가득하다. 그 안의 두 소녀는 텔레파시와 비슷한 송라이트를 가진 능력자로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다. 사랑했던 라이를 잃은 절망의 순간에 송라이트로 카이라와 연결된 엘사는 조심스럽게 소통을 이어나가지만 송라이트 능력자를 색출하는 사이렌 케인즈에게 카이라가 능력을 들키고, 범고래에 죽을 뻔한 엘사를 에일랜드인들이 구조하면서 두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 진짜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두 소녀가 가진 송라이트는 단순한 감정과 생각의 연결만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조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강력해질 수 있다. 이런 능력이 두려워 브라이틀랜드의 형제단은 이들을 비인간, 토치라고 부르며 색출하고 뇌를 절개하여 시키는 일만 하는 로봇처럼 만들거나 일종의 감시자인 사이렌으로 두고 사냥개처럼 부린다.
엘사와 카이라, 라이, 킹피셔가 보여주는 송라이트를 공감과 연대로 본다면, 제국의 위정자가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우리의 역사 안에서 개인들의 진정한 연결과 그 증폭된 힘으로 사라진 권력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송라이트』는 판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비틀린 사회와 탐욕스러운 권력을 전복시키는 반복되는 역사 속 서사를 그대로 취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는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예상 가능한 구조와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지만 대신에 몰입도는 크다. 평화와 평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아 온 누구든 엘사와 카이라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에일랜드의 선박에 구조되어 자신과 같은 능력자들이 사뭇 다른 삶을 사는 것과 적국의 사람인 자신까지 편견 없이 대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엘사는 브라이틀랜드의 형제단이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전쟁의 실상까지 보고 혼란에 휩싸인다. 브라이틀랜드와 평화 협상을 위한 항해에 동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엘사는 내면의 혼란과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자신을 구해준 스완을 돕던 카이라도 나름 나은 변화를 계획하던 지도자 페레그린의 암살을 겪고 스스로의 능력을 어떻게 제대로 사용해야 할지 깨닫는다.
두 소녀는 함께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반역, 혁명,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변화의 소용돌이로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송라이트를 들킬까 전전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서로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이 비상한 능력을 밝히고 발휘하기를 택한 것이다. 연결된 마음 덕에 내릴 수 있었던 용감한 선택들이 3부작의 시작이라는 이 소설의 다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변화를 위한 빌드업을 충분히 쌓은 『송라이트』가 브라이틀랜드와 각 인물들의 성장을 이후 2부작에서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작가는 이미 많은 연극, 드라마로 필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다. 이 작품 역시 TV 시리즈 제작이 벌써 확정이 되었다니 시각적으로 구현될 송라이트는 어떤 모습일지 자꾸 상상해 보게 된다.
★ 본 도서는 아카 @aka_book_의 모집으로 자음과모음 @jamobook 출판사에서 도서는 보내주시고 #SF탐사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