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 1년 열두 달 온전히 나로 살며 깨달은 것들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만 여행 갈 때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기내식이 나왔고 두 메뉴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선택하고 나니 그 메뉴가 솔드아웃이 되었다. 내 옆에 친구인 두 여성이 앉아 있었고, 둘 다 내가 선택한 메뉴를 먹고 싶어 한 상황이라서 내가 선택하고 난 후에 더 이상 그 메뉴가 안된다고 하니 무척 아쉬워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원하지 않는 메뉴를 받은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내가 받은 메뉴를 양보할까 해서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이게 드시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라며 되물었다. 내가 민망해서 웃으니까 자기들도 크게 웃으면서 정말 괜찮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나 하나가 양보해서 둘이 먹고 싶어 했던 메뉴를 같이 먹으면 좋지 않을까 했던 나름의 호의였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원치 않은 메뉴를 먹게 하면서까지 그 기내식을 먹을 이유가 없었던 거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내 오지랖이었다. ^^

이 책을 읽는 중에 문득 저 기억이 떠오르면서 내가 참 이상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아들과의 만남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들이 예약한 멋진 베지테리언 식당에서 정작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가 없으면서도 시간이 없고, 아들을 실망시키기 싫다는 이유로 몇 년간을 먹지 않았던 파스타를 시켜 놓고 앉아 있었던 거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아들의 끊임없는 추궁에 결국 자신은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본심을 얘기한 저자는 근처 마켓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사가지고 공원의 밤 하늘을 지붕 삼아 아들과 식사를 한다.

모두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의견을 말하는 건, 내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그렇게 했을 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번거롭게 만들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위해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해 저자, 그리고 저자가 인터뷰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행한 다양한 질문들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라고, 누구보다 너 자신을 아끼라고 얘기하는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근래 가장 크게 위로받았다. 더불어 저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라는 질문들을 던져 보면서, 작성하라는 항목들을 나눠보면서 단순히 괴로워만 했던 부분들이 좀 명확해지고 분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언젠가 살롱의 사람들, 그 외의 다양한 콘퍼런스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공감가고 재미있기도 했다. 누구나 통제 불가능한 난관에 놓일 때가 있다. 그걸 그저 손놓고 바라보는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게 만들 것인가를 가르는 것은 스스로가 행하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수 있다는 거, 당연한 얘기지만, 늘 잊어버리게 되니까 기억하자.

 

은퇴하면 행복할 것이라, 승진하면 행복할 것이라, 체중 감량에 성공하거나 평생의 사랑을 찾으면 행복할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이것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에 저기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목적을 분명히 하고 꿈을 키우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행복은 그걸 '성취'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성취가 행복이라면 행복은 늘 어딘가 먼 곳에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행복을 바라는 데 말이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는 방법은 눈앞의 것들을 처음인 양 혹은 마지막인 양 바라보는 것, 감각을 총동원해 느끼는 것, 그리고 살아 있음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이다.


-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中 

 

책의 원제는 'SOMEDAY is Not a Day in the Week'다. 원제가 저자가 하려는 얘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는 살던 대로 살아간다. 그 모습을 벗어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달라지고 싶다고 언젠가는 그럴 거라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이렇게 가라고 등 떠미는 게 아니라 달라지기 어려워 누구나 하는 호소에 '그럼 이렇게는 어때, 이런 방법도 있어, 저렇게 해 보는 건 어때'라고 아주 작은 포인트를 제의하며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cg4184 2020-01-22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일상한땀 2020-01-22 11: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