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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0
오동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사랑받는 외동딸로 부유한 삶을 살던 소민은 사업이 망한 후 쫓겨 다니던 아버지의 사망으로 어머니와 둘이 빚쟁이들을 피해 다니는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상태로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반지하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보내던 밤, 화재가 나고 소민은 전신 화상으로 몸을 잃게 된다. 이후 의체 기술 전문 기업 '휴봇테크'의 전신 의체를 이용해 삶을 이어가지만 시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감각도, 생리적인 욕구도 사라진 의체 사용자라는 상황에 점점 위축된다. 의체 할부금을 갚기 위해 일을 쉴 수 없는 할머니, 그리고 어릴 때 가졌던 외교관이라는 꿈을 위해 대학을 가지 않고 공시생이 된 소민은 시험에 떨어지고 아르바이트에서도 잘린 후, 의체를 제대로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친구 은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미각 공유자 일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 몸이 나인가? 뇌가 나인가? and 나의 허기인가? 너의 허기인가?
냄새도, 맛도, 더위도, 추위도 느낄 수 없는 기본 사양 의체로 학교를 다니던 소녀는 전신 의체 사용자인 게 밝혀져 원치 않는 이목을 끌게 되었다. 주눅이 들어 점심시간도 피하다가 '환상 허기'라는 증상으로 몸에 위장을 달게 되었다. 할머니가 갚을 할부금은 늘어났지만 소녀는 친구들과 급식을 먹을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뇌는 멀리 떨어진 '휴봇테크'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었다. 의체가 그녀일까? '휴봇테크'에 있는 뇌가 그녀일까?
외계인인 그로톤인들과 미식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소민은 뇌에 감각 공유 칩을 삽입하고 맛과 향을 인지하는 훈련까지 받는다. 하지만 의체까지 업그레이드해가며 마주한 음식 앞에서, 그녀는 이 욕구가 과연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그로톤인들의 것인지 혼란스럽다. 게다가 위장을 비우느라 먹은 음식을 변기에 그대로 흘려보내는 일을 반복하며 자신이 쓰레기 생산과 환경파괴에 일조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회의감에 미각 공유일을 그만두기로 한순간, 받게 된 할머니의 전화로 소민은 '특별 미식 탐험'에 참여하여 의체 할부금을 빨리 갚아버리기로 한다. 의체 덕에 다른 사람들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거리낌 없이 먹던 그녀는 마지막 미션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몸과 욕구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려고 한다. 그 덕에 아픈 기억도 되찾았지만...
| 지구를 지켜라!
미식 공유를 그만두고 어학원 강사가 된 소민은 할부금을 다 갚는 데 성공하고 할머니의 유언 덕에 원하던 다이빙도 하게 된다. 어학원에서 받는 돈의 2배를 주겠다는 제안에 다시 그로톤인들과 감각을 공유하는 업체의 전속 다이버로 계약하는데 거기서 만난 유엔의 비밀 요원들을 통해 그로톤인들의 실체와 감각 공유를 둘러싼 의혹을 알게 된다. 소민은 '찐 우주 다이빙'을 통해 그로톤 무인 탐사선의 정체를 밝히는 실험을 비밀 요원들과 공모하고, 망설임 없이 지구를 향해 다이빙한다.
얼핏 그녀가 다시 그로톤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가 된 걸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결정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그래이'라고 말했던 할머니의 말씀과 좋아하는 다이빙을 원 없이 하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를 따른 거였다. 의체 비용도 다 털고, 무료 급식소의 기부금과 고백을 통해 마음의 짐도 덜어낸 이번 감각 공유는 이전의 미식 공유와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소민을 새롭게 각성시켰다.

SF 탐사단을 통해서 접한 『미식가들』은 다양한 결로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사이보그의 몸을 갖게 된 한 소녀의 성장기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연민과 안쓰러움, 혼란에 공감하는 전반부,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체념 등으로 치열한 전투처럼 느껴지는 중반부를 넘어서 후반부에는 마침내 전사처럼 재탄생한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결말이 예측되지 않았고, 흥미로웠다.
타인의 시선과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소민은 자신의 몸과 감각의 주권을 지켜내는 여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한다. 그 모습이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며 긴 여운을 남긴다.
★ 본 도서는 아카 @aka_book_의 모집으로 자음과모음 @jamobook 출판사에서 도서는 보내주시고 #SF탐사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