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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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보고 싶은 책을 찾겠다고 서점에 갔을 때 눈에 띄었지만, 지난번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에 크게 데어서 망설였었다. 구입한 뒤에도 시큰둥 했었는데 읽어 보니 정확히 내가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에 기대했던 모든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음식의 이름에서 찾는 그 기원, 거기에 따르는 세계의 흐름과 변동, 그리고 언어학적인 측면, 심리학, 사회학적인 측면까지 놓치지 않고 아우르는 저자의 식견에 감탄하게 된다. 감자칩 봉지에 담겨있는 홍보 문구의 비밀(?), 그리고 발음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달라지는 브랜드 이름의 분석에 이르면, 단순히 인문학 책이라기 보다는 마케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읽어낼 수 있는 사회적 계급의 모습, 감자칩 봉지의 광고 문구로 알 수 있는 타겟층 등을 보면서 이전 회사에서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여러가지 이벤트와 행사 시에 내가 과연 타겟층에 적절한 매체와 문구를 사용했는가를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대륙이나 역사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드럽다고 느끼는 발음에 연상하는 식품과 날카롭다고 느끼는 발음에 연상하는 식품이 일치하는 게 신기했고,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베이컨맛 아이스크림 같은 요상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맛 음식의 등장을 기존 퀴진에 대한 반항이라고 해석하며 여기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장 미국적인 패스트푸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케첩이 중국에서 시작되어 여러나라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는 것을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많은 음식들의 이면이 예상할 수 없을만큼 버라이어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대로 음식을 따라가면 우리는 모두 이민자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물론 고유의 관습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음식을 통해 언어와 문화는 깊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낯선 무언가, 누군가를 대할 때 맛있는 미지의 음식을 탐할 때처럼 좀 더 너그럽게 마음을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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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지음, 백지선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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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읽고 싶었던 추리소설집에 있었는데 그게 알라딘 중고매장에 없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1월 독서모임 책이 합정의 알라딘 중고매장에 있길래 가서 비교적 신간인 읽고 싶었던 인문학 책도 사고 장르소설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읽고 싶었던 소설은 신간이 아닌데도 없더라. ;.;

읽다 보니 전에 읽었던 『걸 온 더 트레인』, 『허즈번드 시크릿』, 『인 어 다크, 다크 우드』가 떠올랐다. 아마 주인공의 과거, 그리고 정말 쌍욕 나오는 남편의 정체 등의 공통점 때문이었던 거 같다.

루이즈는 사랑하고 의지했던 고교 동창 샘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 헨리를 키우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 나름의 평온한 일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27년 전 고교 졸업 파티 날 실종된 마리아로부터의 친구 신청, 고교 동창회의 초대 알람이 들어오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루이즈는 졸업 파티 날의 '그 일'을 알고 있는 소피, 그리고 마리아의 유일한 친구였던 에스더에게 연락을 취하고, 마리아가 사라진 이후에도 그녀의 이름으로 에스더에게 선물이 배달되었음을 알게 된다. 마리아는 살아 있는 걸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런 류의 장르소설이 고교 시절의 따돌림을 상당히 자주 등장 인물의 트라우마나 사건의 주요 동기로 사용하는 걸 보면 정말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완전한 치유라는 게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내가 본의 아니게 이런 상처를 남길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는지 곱씹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 그런 여성이 가장 의지했던 존재인 남편이 사실은 세상 가장 나쁜 놈이었다는 결말은 정말 남편은 남의 편인가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평범한 여자 주인공을 이용해먹는 자존감 제로의 베프까지 보고 나면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네라는... ㅋㅋㅋㅋㅋㅋ

여튼 요런 패턴이 최근 인정받은 여성 작가들의 출세작에서 공통적으로 보인다. 혹시 장르소설 쓰고 싶으신 분들 참고하시길... 2019년 새해에 읽을 장르소설은 좀 다른 패턴으로 골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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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교양인을 위한 구조주의 강의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경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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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독서모임 책의 마지막 책! 진작부터 사두고 묵혀두었다가 하루 만에 다 읽은...
나는 일본 영화, 드라마,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정서적으로 안 맞는다. 보다가 속 터진 적도 많고, 스스로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가급적 피해왔다. 그런데 일본 작가들이 정말 잘 쓴다고 느낀 게 바로 요런 책들이다. 어렵거나 복잡한 얘기를 쉽게 쓴 책... 영문법 책도 일본 사람이 쓴 게 훨씬 쉽게 읽힌다. 몇 권 읽다보면 아마 느껴질 거다. 지난 번에 브랜딩 책도 그렇고, 구조주의 입문서라는 이 책도 그랬다.
읽기 전까지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보다 이 책을 이렇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 구조주의가 대체 뭐고, 저 이름도 외우기 쉽지 않을 거 같은 사람들은 누굴까 싶은데 읽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아는 척하고 싶다면 좀 꼼꼼하게 기억하면서 읽으면 되고... ㅋㅋㅋㅋㅋ 책에서 언급되는 몇몇 학자들이 전에 한국어교원양성 과정 수업 들었을 때 나왔던 사람들이라서 신기해 하면서 봤다. 결국 모든 학문은 돌고돌아 연결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잊을만하면 자꾸 나타나는 니체, 최근에 책 안에서 가장 자주 만난 거 같다. 짜라투스투라를 잊을 수가 없다. ㅎㅎㅎㅎㅎ
작가는 자신의 의도대로 괜찮은 입문서를 쓴 거 같다. 전공자나 조예가 깊은 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입문서라는 게 읽고 도망가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면 성공 아닌가? 일본 사람들이 참 잘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요것도 참 부러운 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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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아, 내가 집사라도 괜찮을까? - 고양이 입양고사
마담툰 지음 / 네오카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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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선희샘께 선물로 받았다. 귀여운 냥이 부채와 함께~

선인장도 죽이는 마이너스의 손 미정이 동네 공방 주인이자 길고양이 지킴이인 모로와 초등학생 길고양이 집사 미래를 만나서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아울러 자존감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 ,『야옹아, 내가 집사라도 괜찮을까?』

따뜻하고 살짝 울컥하는 스토리 속에 고양이의 기본적인 특성과 길고양이를 돌볼 때 알아야 하는 실질적인 정보들이 잘 정리 되어 있어서 좋았다.

고양이 집사가 되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읽어보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 나 아닌 다른 생명체와 함께 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큰 책임감이 수반되는 일이다. 막상 귀엽다며 데리고 와서는 돌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거리들에 지쳐 슬며시 다른 집에 보내려는 마음이 생기는 경우를 주변에서 가끔 본다. 그런 마음이 들 거라면 미안하지만, 시작도 안하는 게 낫다. 내내 쉴 틈 없는 엄마를 봐라. 반려 동물을 들이는 일은 내가 엄마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씻기고, 먹이고, 청결한 환경을 위하여 더 깨끗이 청소하고, 아프지 않은지 수시로 살피고... 더군다나 말 못하는 반려 동물이기에 더 세심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엄마가 처음이라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무책임한 엄마는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몇 년 전부터 길고양이들의 대부가 되신 아부지께 읽어보시라고 권해야겠다. 아부지께서는 이미 다 아는 얘기야라고 하시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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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에서 ‘팔리다’로 - 미즈노 마나부의 브랜딩 디자인 강의
미즈노 마나부 지음, 오연정 옮김 / 이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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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고 싶다'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구입하게 된 책, 표지에 떡하니 '브랜딩 디자인 강의'라고 써 있는데도 강의하는 식의 문체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놀랐다.

저자인 미즈노 마나부는 일본 3대 미술대학에서 그래픽을 전공하고 굿디자인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게이오 대학 등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게이오 대학에서 진행한 강의를 거의 그대로 옮겨서 정리한 형식인데 읽다보면 정말 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일본 사람이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저자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세 가지 - 1. 센스란 집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 2. 세상을 깜짝놀라게 하지 말라 - 차별화에 대한 오해 / 3. 브랜드는 세부적인 것에 깃든다 - 는 공감이 되는 얘기들이었다. 그동안 많은 브랜드와 함께 진행했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하거나 새롭게 상품을 기획하며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맺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중요한 포인트들을 딱딱 짚어가는 설명이 쉽게 읽히지만 쉽게 지나칠 수는 없게 만들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미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또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의 역량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이 확실하게 와 닿는 책이었다.

사람도 상품도 선택되기 어려운 시대, 저자는 브랜드란 '-다움'이라고, 그래서 '-다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취직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을 설명할 때 거짓말을 보태야만 바람직한 답변이 된다면 그 회사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다. 결국 상품이나 사람이나 '-다움'을 구축하고 그것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쉬운 거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일이다. 

꼭 뭔가를 팔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거 같다. 그냥 앉아서 강의 듣는 것처럼 금새 읽을 수 있는데 금새 잊히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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