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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낭만적 밥벌이를 도모하는 세상의 모든 분들이여! 키키봉도 했다. 저질러라.
'어허.. 위험한 인물일세.. 위험해.. 워이~ 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아무리 이성이 아우성을 쳐도 힘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꿈꾸는 한 눈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나의 감성은 이성에게 변명하듯 말한다. '그냥 읽는거야~ 독!서! 안심해~'
이 책의 지은이는 카피라이터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몇번을 웃었다. 원래 저렇게 재미있는 사람인지 독자를 웃기기로 마음먹은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써 놓아서 카페 창업기를 주제로 한 시트콤을 보는것만 같다. 한국판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라고 할까. 아주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적어도 화나고 답답한 상황을 읽는 사람에겐 웃음으로 변환해 선물해 주는 점에서는 똑같다. 덕분에 일생이 망가진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암울했던 기분이 꽃처럼 활짝 폈다.
20년지기 친구와 함께 충동적으로 창업에 뛰어든 키키봉씨. 시작부터 헤매기 시작이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카페로 업종을 옮기고 다음엔 홍대앞으로 장소이동이다. 신축건물로 장소가 정해지고 나서는 인테리어 문제로 헤매고 커피나 메뉴, 직원, 서류적인 문제까지 모두 부딪혀 겪어간다. 나도 창업이라는 것을 해본적은 없지만 어쩜 저리도 몰랐을까 싶을만큼 시행착오를 겪는데 이 모든것은 책의 뒷부분에 낭만적 밥벌이를 도모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의 밑거름이 된다.
엉뚱한 시작에 탈 많았던 그의 창업은 어쨌든 시작되었다. 친해진 사람과 헤어지는 듯한 아쉬움에 궁금한게 많아진다. 만화 인물같던 인테리어 실장과는 이제 완전히 안녕~ 했는지, 그의 글이 세상과 만날 때쯤엔 또 다른 꿈을 위해 의뭉스럽게 미소지을 것이라던데 그건 또 무엇일지, 힘들게 시작한 카페는 잘 되고 있는지, 내가 이 책들고 찾아가면 사인은 해주실런지...(얼레.. 이것봐라..)
여자친구도 없어 휴일이 마냥 심심하던 노총각 프리랜서에서 끊임없이 카페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장님으로 탈바꿈한 키키봉이 대견해보인다. 애초에 그가 막연히 꿈꾼것과는 아주 다르게 빠듯하고 피말리는 창업이었겠지만 온전히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카페에 대해 애정이 흘러넘치고 있음이 내게도 전해져 이것이 낭만적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어보인다. 이것은 영 신통치 않은, 오히려 너무 웃긴 과정을 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저질러라' 한마디에 경계하는 이성과 부러워하는 감성을 모두 깨우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