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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회화나무
오월실천교사 지음 / 푸른칠판 / 2025년 2월
평점 :

"광주"라는 이름은 내게 깊은 슬픔과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끝까지 읽어야 했다.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들과 그들을 가슴에 품고 긴 세월 어둠 속에 머무는 유가족을 기억하는 일은 민주화의 밝은 빛을 쬐며 자란 나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오월의 회화나무>를 읽고 부끄러웠다. 5.18 관련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으며 "나는 기억하고 있다."는 걸로 만족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광주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단지 혼자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행동' 했다. 5.18 정신을 시로, 노래로, 뮤지컬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림책을 만들었다. 선생님들은 그날의 사람들과 그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 많은 이들에게 계속 알리고 있다.
5.18 민주항쟁의 모든 것을 지켜본 회화나무. 회화나무가 태풍에 쓰러져
죽었지만 그 씨앗이 또 회화나무의 기억을 품고 성장하는 장면은 큰 감동을 준다. 역사는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살아남고 전해지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선하고 옳은 것을 지켜내는 일은 늘 어려웠고, 많은 이들의 희생을 가져왔다. 약하고 작은 이들이 힘을 모아 거대한 권력과 악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한 조국을 지켜냈다.
아무리 힘겨워도, 끔찍한 폭력에 억눌려도, 끝내 민중이 승리한다. 회화나무의 씨앗이 자라 큰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또 씨앗을 날려, 큰 숲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 간결하고 담백하게 그려진 그림과 담담한 입말체 문장으로 큰 생각을 담아냈다. 책 뒷면에 그간 선생님들이 만들어오신 교육 자료와 뮤지컬 영상 등을 볼 수 있게 해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오월의 회화나무>를 함께 읽자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나는 어린이에게 말 건네고 싶다. 혼자만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기억을 나누며 더 큰 목소리를, 힘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기억을 품고,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이 내겐 오월의 광주를 품은 회화나무의 씨앗 같다. 광주에서 먼 이곳까지 힘차게 잘 도착했다. 이 씨앗을 잘 키우는 건은 이제 나의 몫이다.
귀한 책 내어주신 오월실천교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