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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 ㅣ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최영희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5년 9월
평점 :
최영희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학교도서관저널.2025)
최영희 작가는 <슈퍼 깜장봉지>,<인간만 골라골라 풀>,<알렙이 알렙에게> 등 동화 뿐만 아니라 <너만 모르는 엔딩>,<꽃 달고 살아남기> 등 청소년 소설까지 두루 써온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검증된 작가이다.
이름난 작가의 신간을 접할 때는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실망도 크게 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신간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를 읽고는 "역시 최영희!"라 말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나라 전통 저승관과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주인공 소녀 배리안이 저승으로 가서 몇 차례의 고비를 넘고, 자신의 과업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노잣돈, 저승사자, 염라 대왕, 바리 공주 등 우리나라 전통 사상과 그에 따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단지 전통적인 사상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권 감수성을 바탕으로 재해석하여 제시한다.
둘째, 움직이는 인물과 끊임 없이 이어지는 사건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즘 아이들은 느리고 깊은 심리 묘사를 따라 가기 어려워 한다.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좋아하고, 퀘스트를 깨트리며 나아가는 게임 스토리를 좋아한다.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는 주인공 배리안이 반지를 지옥에 있는 할머니에게 배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닥쳐오는 위기를 귀인의 도움과 자신의 용기로 해결하며 성장한다.
셋째, 새로운 가족 개념과 주체적인 어린이상을 제시한다. 주인공 배리안과 새엄마의 관계는 이전 동화에서 자주 만난 스토리다. 하지만 새엄마의 세 번째 새엄마인 할머니와의 관계는 또 새롭다. 배리안이 자신의 새엄마를 이해하고 온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엄마의 새엄마인 할머니와 배리안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계 설정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해준다. 이 모든 과정에 배리안은 주체적으로 대응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진다. 살아 숨 쉬는 생명 그 자체, 자신의 에너지를 숨김 없이 뿜어내는 인물로 그려진다.
<지옥으로 반지를 배달합니다>는 일단 재미있다. 읽어나가는 동안 독자의 예상을 슬쩍 빗나가는 설정이 계속 된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고, 배리안의 다음 여정이 궁금해서 어떤 인물이 또 등장할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문장에서 힘이 느껴진다.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인물 하나 하나가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책 읽는 재미를 잃어버린 고학년 어린이나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기꺼이 권해주고 싶다. 고학년 담임을 하면 아껴두었다가 아이들한테 짠하고 꺼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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