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시간을 독점한 채로

떠나간 하늘을 붙잡고는

무엇이라도 생각해내고 싶었는데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아무것도 독점할 수 없고

그렇게

맘놓고 돌이켜 바라볼 수 없어서

수도없이 방황해버리는게

의지의 핑계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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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하는게 지금 이렇게 행복하지만

언젠가 우리에게도 위기가 오겠지?

그때가 오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 위기를

우리는 기다리게될까, 아니면 헤어짐으로 끝내게 될까?

평생을 한결같이 지금처럼 행복할 수는 없어.

세상이 바뀔테고, 너도, 나도 조금은 그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에는 우울할지도 몰라.

분명한 건 위기가 온다는 것이고, 행복도 다시 찾아온다는 거야.

위기 이후에는 행복이, 사랑 다음에는 죽음이 오겠지.

그 주기를 알 수는 없고, 너와 나의 시간이 일치할 리도 없어.

네가 사랑을 원할 때, 내가 당장은 사랑할수 없다면,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우린 서로에게 '딴짓'을 허용해야만 하지 않을까?

외도, 불륜같은 단어들은 그런 위기의 시간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

그 위기를 더는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헤어져.

정말 무서운 문제는 내적으로 시작된다는데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랑을 구하는 형태로라도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인간이 스스로를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밤이 오면

타인에게는 애정결핍을 줄 수밖에 없을거야.

우리는 그런 모든 상황에 책임져야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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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과 허세의 유효기간은 스킨십 이전까지다.

생활은 현실이고, 현실은 결국 실력이다.

 

물론,

관계는 판타지와 상상에서 시작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이데올로기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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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에게 '휴가'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다소 버거웠던, 즐겁기도 했지만 때로 지겨웠던 (직장, 공부, 육아 따위로 구체화되는)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니깐.

  나(구닌)도, 휴가(라고 쓰고 '가석방'이라고 읽는다.)가 좋다. 휴가가고 싶다. 지금이라도 당장 보내준다면 냉큼 나갈테다. 여기서 아침마다 계란후라이 실력을 연마하는 생활에서 벗어나는 건 얼마나 유쾌한가! 때마침 날씨도 풀려가고.

  왠지 이 다음에 써야 할 내용은, '그러나 막상 휴가나가면 할 일이 없다'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군바리들의 실제적인 호소이기도 하고, 선임도 그런얘기를 자주 했다. 이런 현상이 실제로 여러 구닌들로부터 관찰된다는 사실때문에, 어떤 분석(?)을 시도해보고픈 생각이 든다.(뭐래) 하지만! 내가 지껄이고 싶은 말은 이런게 아님-ㅅ-

  헌데, 자네가 휴가를 원하는 까닭은 무엇인공? 하고 묻는다면, 갑갑하고 구질구질한 직장(소방서)으로부터의 해방, 그뿐이다. '해방'이라는 추상적 단어를 구체화하자면 하루종일 집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영화보고 밥먹고 퍼질러 자는 것. 아무도 구박 안하고 눈치 안 주고, 그런 공간에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 정도? 다른 것도 있다. 억압된 군생활로부터의 해방. 밤새도록 술푸고, 그 동안 못만났던 지인들 만나고,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소방서적 인격의 이면에 숨겨진 지랄맞은 본성을 뿜어내기 등등. 아무것도 안 하고 퍼질러있건,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돌아다니든 휴가는 그런 것들을 지향한다.

  휴가 날짜가 잡히고 나면 우선적으로 '퍼질러있기'를 계획한다. 다음 휴가때는 내리 누워서 잠이나 자야지. 종일 도서관가서 책이나 봐야지. 씨네큐브가서 영화 세 편 연속으로 보고 아모카 가서 맥주랑 샌드위치를 먹을테다. 호수공원가서 밤에 노상이나 해야지. 등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황을 계획하고 스스로 잉여킹이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휴가 일주일쯤 전부터 초기 계획은 어그러진다. 일단 부모님과의 여행(휴가나가면 항상 부모님이 계획해놓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갈래? 안갈거면 우리 둘이 가고. 헐). K와 겹쳐진 휴가날짜에 하루는 술. S와 오랜만에 술한잔. 취직한 J랑 한 끼. 오래도록 소식이 뜸했던 K선배와도 하루. 대학동기들이랑도, 추억을 되새기며 고진감래 한 잔.....etc.

  워낙 혼자 있는 것만큼이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성격탓에, 만나고 싶은 사람/만나야 하는 사람 챙기다보면 '퍼질러있'는 휴가는 불가능하다. 가끔은 집에서 아들이랑 술 한잔 하고 싶어하는 부모님께 죄송하기까지하다.

  그러다 가석방기간이 끝나갈 때즈음이 되면, 여유로운 구색조차 갖추지 못했던 시간들에 아쉬움이 스친다. 후회스러운 약속도 없었으므로, 이번 휴가도 비극이었노라고 되뇌인다.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비극이니 아쉬움 운운하는 건 바보같은 소리다. 일상이 집에서 소방서로 2년간 바뀌었으므로, 집은 일상에서 일탈의 거점이 된다. 거기서 생활을 하겠다는게 말이 되는가. 도서관이니 영화니 하는 것도 이젠 일상이 아닌데. 아직도, 최소한 1년은, 이 곳에서의 충실한 생활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관노비인 까닭으로.

 

  다음 달 휴가는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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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매트릭스의 한 장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빨간약 / 파란약

 

생활이란 대개 파란약이다.

익숙한 친구를 만나고

다시 아침을 위해 밥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영화를 보는

 

그런 일상은 우리에게 어떤 성찰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는.

파란 약이란, 흔히 공기에 비유될 수 있는 연속적인 삶이다.

 

그러니까

빨간 약이란

말하자면 균열(을 생각함).

 

익숙한 친구에게서 낯선 기분을 맛보고

늘 먹던 밥상이 어색하고

좋아하는 음악에 싫증을 느끼고

해야 할 일에 대해 한없이 게으르고픈

그런 순간을 생각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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