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릭 벤젤룰 감독/ 로드리게즈 등 출연/ 상영시간 86분/ 전체 관람가
외무부 선정 ‘여행유의국가’에 빛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치안은 악명이 자자하다. 호신용 돌격소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으면 습격당할 리 없다며 맨손으로 호텔 밖으로 나간 여행자가 속옷 차림으로 돌아왔다는 씁쓸한 해프닝도 전한다. 94년 넬슨 만델라와 평화주의 세력이 집권에 성공한 이후로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이나, 17세기부터 시작한 흑백 갈등과, 인종차별의 후유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후유증이 이럴진대, 그 험난한 투쟁의 과정이야 말해 무엇하리. 영화는 그 고단한 역사에서 남아공 시민들의 든든한 벗이 되어준 그 사나이 로드리게즈와 그의 음악을 조명한다.
‘슈가맨 어서 와줘. 이 풍경은 너무 지겹거든. 푸른 동전을 줄 테니, 내 무지개 색 꿈을 돌려줘.’ 로드리게즈가 읊조리는 애잔한 가사는 서정적인 포크락 멜로디에 실려 수백만 시민들의 마른 심장을 뛰게 했다. 그의 노래는 폴리스 라인 너머,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이정표였다. “그런 감동적인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당시 밥 딜런 말고는 없었죠.”
미국에서 유입된 그의 음반은 남아공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수백만이 ‘슈가맨’을 합창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 불거졌다. ‘그런데 그는 누구지?' 노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사람들은 가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정작 음유시인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일까?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방식으로 이 놀라운 미스터리를 추적하지만, ‘디트로이트의 마약쟁이’, ‘콘서트 마지막 곡을 마치고 권총으로 자살한 가수’등 각종 무성한 소문만 주인공의 정체를 얼비출 뿐, 음반의 경로나, 배급사의 자금 경로 추적에도 성과는 전무했다. 단서의 씨가 마르자 그를 찾는 사람들의 당혹감은 점점 커져갔다. 그는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자신이 수퍼스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아주 오랜 세월동안 먼 거리에서 서로를 그렸던 스타와 팬들의 만남은 결국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영화는 힌트도 없는 전개로 오래 관객들의 애를 태우나, 엔딩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이다. 그의 자리를 비워 놓고 음악을 연주하는 남아공 음악가들. 촉촉한 포크락 사운드에 전설의 목소리가 실리고, 진심을 담은 노래가 모든 섣부른 가설을 압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