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최호 감독, 보아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전국의 오락실을 횡 스크롤 액션게임이 풍미했던 시대가 있었다. ‘원더 보이’, ‘파이널 파이트’, ‘캐딜락&다이너소어’ 기라성 같은 게임들이 어린이들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렸다. 조이스틱 두들기는 손맛에, 캐릭터 꼬물꼬물 움직이는 재미에 어디 털리는 줄이나 알았으랴.

 

잔재미는 모두 달랐지만 스토리야 사실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누군가가 납치되고, 분노한 주인공은 납치당한 연인을, 혹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길고 장대한 여정을 나선다. 모니터에 얼굴을 박은 채 감정을 이입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버튼을 연타하던 동지들. 제 어머니에게 귀 잡혀 끌려 나가기도 부지기수였으나, 또 다음날이면 꿋꿋이 자리를 사수했다. 횡으로 난 외길을 무인지경 하는 고수들을 우리는 얼마나 동경했던가. 오, 바야흐로 의義와 협俠의 시대였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MMORPG가 등장하자, 조이스틱 앞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동지들은 변절하여 PC방의 알량한 키보드 아래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방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대화할 수 있는 게임들이 대세가 되자, 단순한 횡 스크롤의 시대는 저물어갔던 것이었던 것이다.

 

빅 매치는 영락없이 횡 스크롤 액션게임을 닮았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형을 납치해 간 악당도, 달랑 두 주먹 불끈 쥐고 혈혈단신 악당의 뒤를 쫓는 주인공도, 영락없이 ‘파이널 파이트’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다. 정신없이 덤벼드는 조무래기들과, 제각기 개성을 뽐내는 중간보스들, 최후의 스테이지에서 득의만만하게 기다리는 최종보스에, 외길을 노 브레이크로 직진하는 액션까지. 순간순간 느껴지는 아련한 추억들이 고향처럼 정겹다.

 

하지만 이런 일방통행식 이야기의 단점은 시작과 동시에 결말까지 스캔하듯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네트워크 시대, 복잡다단해진 관객들의 감수성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숙함에 굴한 적 있던가.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다 알면서도 그 무수히 많은 동전을 구멍에 쑤셔 넣었다. 뻔하다고? so what. 우리의 주인공, 익호의 두 어깨에 감정을 이입하고 왕 깰때까지 전진, 또 전진할 뿐. 이것이 그 따분했던 시대, 조이스틱 아래서 의리로 대동단결했던, 횡 스크롤 액션 게임 세대의 영화감상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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