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는 실제가 아닌 상징적인 가치를 만들고 소비한다. 가령, 페이스북에 올린 윤기 흐르는 맛집 음식들과, 멋진 여행사진이 어디 삶의 현실이던가. 하지만 이미지는 현실을 압도하여 우리는 맛깔나게 업로드 된 사진을 보며 뿌듯해하고, 혹은 부러워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점점 비어가는 우리의 삶을 허상이 대체하는 풍경.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말 했듯 우리는 ‘땅(현실)이 아닌 지도 위(가상)를 실제로 알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이런 현상을 ‘시뮬라시옹’으로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삶에 실제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상의 이미지가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인공 던과 에이미 부부의 삶이 꼭 그렇다. 남편 던은 칼럼리스트이자 평범한 대학 강사이지만, 아내 에이미의 커리어는 범상치 않다. 그녀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기반으로 한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를 통해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자 하버드 출신의 알파걸이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실제로 어떠했는가에 대해서 영화는 단 한 조각의 시퀀스도 할애하지 않는다. 관객은 다만 드러나는 단서들을 통해 ‘심히 막장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어느 날 에이미가 사라졌다. 실종 포스터 속 섬뜩하게 상큼한 미소만 남긴 채로. 빈집의 곳곳에는 혈흔과 수상쩍은 단서들 뿐. 사태는 오직 실종된 에이미의 다이어리를 통해서만 재구성된다. 하지만 모든 정황은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닉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애인의 팬티가 사무실에서 발견되는 등 그에게도 미심쩍은 구석이 한 두 가지는 아니다.  관객들은 에이미의 다이어리와 닉 사이에서 심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동아줄이 된다. 동아줄이 두 부부 중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다시 반대편이 힘껏 줄을 잡아당기는 상황. 이 치정극의 종국에서 에이미는, 그녀의 모습을 한 진실은 어디로 기울어질까.

 

바야흐로 진실이 가문 시대다. 개인도, 기업도 이미지로 자신을 치장하기 바쁘고, 정치가들은 현실의 해법보다는 환상을 공약으로 내 건다. 던 부부의 생활은 잔혹한 성인 버젼으로 돌아온 ‘어메이징 에이미’. 이 시대에 구미에 맞게 미디어가 재창조한 동화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감독은 던 부부가 연출하는 연극 같은 삶의 모습을 통해 알맹이 없는 현대 사회와, 포장지 같은 미디어의 본질을 벗겨내는 것이다. 진실은 종잇장 같은 속살을 드러내고 펄럭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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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11-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요즘은 모모모방송이라고 먹는 방송과 게임방송이 인기이기도 하죠. 일종의 대리만족인가요?

(웃기는 이야기로 게임방송을 보는 친구를 질타하며 `게임은 직접해야지 남이 하는 걸 보면 무슨 재미?` 라고 타박했던 어떤 사람이 그 친구의 ˝그럼 넌 야동 왜 봐.?˝ 한마디에 기브업 했다고 하더군요)

뷰리풀말미잘 2014-11-10 20:38   좋아요 0 | URL
ㅋㅋ 혹자는 현실보다 야동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현실과 가상의 위계가 뒤바뀌는 현상이겠죠. 최근엔 3D야동도 개발되었다고.. 이렇게 현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