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국에 극성스러운 기독교 노방전도가 있다면, 호주에는 유니세프 청년들이 있다. 어찌나 우악스러운지 길에 나다니기 무서울 정도다. 그 예쁘고 밝은 미소에 홀려 악수를 청하는 그들의 손을 무심코 잡았다면, 최소 15분은 가엾은 제 3세계 아이들의 우울한 현실과 찬란한 유니세프의 역사, 또 나의 호주머니 쌈짓돈이 얼마나 우아하고, 고결하며, 정의롭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교를 듣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 비싼 호주 물가에 뒤채이며 의, , 주에 통신비, 교통비까지 합쳐 한 달 30만원도 안 되는 생활비로 연명하던 빈민계층. 세계 5위 수준의 평균소득을 올리는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에 비추어 봤을 때, 나의 라이프 퀄리티는 그야말로 올리버 트위스트나 장발장의 전개부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기부금을 주기는커녕 받아야 될 입장에 가까웠다는 말이다.

 

매번 악수하는 손을 뿌리치는 것이 어찌나 미안하던지. 고민 끝에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가 NGO단체 G사였다. 점쟁이 말 대로 내 올해 운수가 대통해서였는지, 그 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그 회사의 입사 코스를 별 문제없이 밟아가고 있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최종 면접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고, 나는 NGO 펀드 레이져가 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봉에, 그 지긋지긋한 봉사활동에서 해방 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마음 한 구석의 부채의식은 또 어떤 모순인지.

 

#. 2

 

L이 유니세프 토크콘서트의 클로징 멘트를 부탁했다. 행사가 끝날 때 사회자가 읽을 멘트를 써 달라고. 이틀 쯤 힘을 주니까 뭔가 묵직한 것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점심시간, 그 필링을 살려 휘갈겨 쌌다. 최근 한 달 간의 점심시간 중 가장 보람찬 점심시간이었다.

 

한 자루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탈무드의 격언입니다.

 

한 명, 한 명.

작은 불꽃으로

온 누리에 빛을 가득 채우는

토크콘서트.

 

이제 준비한 모든 순서는 끝났지만,

오늘 우리의 나눔은

들불처럼 번져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출

밝고 큰 빛이 되기를

 

저는 믿고, 바라고, 멈추지 않겠습니다.

 

차별 없는 구호의 정신으로

유니세프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쪽 실무자가 퍽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다행이다. 내 아주 사소한 기술이나마 기부할 수 있어서. 이기적인 내 인생,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어서.

 

토크 콘서트에 오라는 초대를 받았지만, 가야 할지는 고민이다. 더 의욕 있고, 돈 많이 낼 사람의 자리를 뺏게 될 수 있으므로. 작년에는 김혜수가 왔다는 얘길 들으니까 좀 가고 싶기도 하고.

 

#. 3

 

정식 명칭은 “2013 직장인의 나눔과 기부 토크콘서트". 1026() 오후5, 분당선 선정릉역 삼성2문화센터 진행되며 자세한 안내와 사전등록은 여기에서. (http://goo.gl/dZsWBq) 유명상씨와 전미주씨의 사회로 수준 높은 국앙 앙상블, 오케스트라, 재즈 공연에 각계 유명인들의 토크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참가비는 만원이고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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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3-10-25 09:11   좋아요 0 | URL
예, 이번에 초청된 연주자들도 상당한 실력자들이래서 더 기대가 됩니다.

2013-10-25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5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