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지음, 김내훈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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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The Echo Machine)의 저자 데이비드 팩먼은 구독자 350만의 유튜브 채널 ‘데이비드 팩먼 쇼’ 및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채널은 미국 정치에 대한 심층적인 저널리즘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국인으로 이 책 외에 <주목하라>(Pay Attention)가 있다.

이 책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를 해부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단순히 정보의 비대칭을 겪는 수준을 넘어, 확증 편향을 무한히 생산하고 증폭하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인 '에코 머신(Echo Machine)'으로 전락했음을 경고한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과 극우의 왜곡된 정치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지 밝힌다.

대의제를 왜곡하는 입법 제도, 진영 논리에 함몰된 정당 정치, 그리고 기업형 미디어와 SNS 알고리즘이 결탁하여 만든 '필터 버블'이 시민들을 각자의 세계관에 격리시킨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적 고착화가 결국 시민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진영 싸움에 매몰되거나 아예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양자택일의 파국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우려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저자가 정작 정치를 혐오한다고 고백하면서도, 방관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공교육 강화 및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적 겸손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관점의 매체를 들여다보는 태도만이 이 거대한 확증 편향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이 책에서 말한다.

굳이 정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번 주 내내 우리 집 화두였던 ‘러브버그’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에코 체임버와 확증 편향, 필터버블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요새 러브버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는 이 곤충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오히려 식물의 수분을 돕고 낙엽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익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대하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이와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보기에 징그럽고 주위에 너무 많아 혐오감을 주니 해충이라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면서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성향과 주변인의 동조가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 벽면을 뒤덮은 러브버그를 보며 내가 익충이라는 정보에 주목해 인식을 바꾼 반면, 평소 곤충을 기피하는 남편과 아이는 눈앞의 시각적 불쾌감과 '징그러운 해충'이라는 감정적 인상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의 친구들 모두가 "너무 싫다"는 부정적 여론이 메아리처럼 증폭되고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 효과를 경험하면서, 집단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여기에 남편까지 함께 동조하니 2:1 다수결로 러브버그가 우리 집에서는 해충이 되면서 ‘러브버그는 익충이야’라는 나의 목소리는 묻힌다. 필터 버블 효과와 확증편향의 힘이다. 그렇다면 해충으로 받아들이고 살충제를 뿌려야 할가? 살충제를 뿌리게 되면 숲에 있는 곤충 등을 함께 죽이는 생태계 교란과 함께 사람에게 더욱 해로울 수 있다. 이런 이성적 우려를 따져보면 당장의 주관적 혐오감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러브버그를 위해, 아니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혐오감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공감과 러브버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생명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일회성이 아닌 인내심이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이 책은 개인화된 미디어의 추천 영상에 갇혀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이토록 파편화되어 있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시민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믿고싶은것만믿는사람들#믿믿사#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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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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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인간의 연대와 협력 가능성을 증명한 <휴먼카인드>의 트허르 브레흐만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저술가이다. 이번 책, <모럴 앰비션>은 개인이 자신만을 위한 부와 명예를 좇는 패러다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개인적 신념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대개는 흉내만 내다 끝내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내 삶에만 집중할 경우, 자유를 추구하는 것과 제멋대로 하는 것을 혼동하기 쉽고, 제멋대로 하는 것은 보통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p.59)

성공한다 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묻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금융 상품 개발이나 광고 알고리즘 설계 같은 무가치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으며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커리어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제는 커리어와 재능을 세상에서 가장 시급하고 방치된 문제-기후위기와 극심한 불평등, 빈곤 등을 해결하는 데 쏟아야 한다는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을 제안한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활동가들-노예제에 반대했던 토머스 클락슨,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을 숨겨줬다는 나우란데 지역의 아르놀트 다우베스 등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이들이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지 못한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니라 행동을 먼저 한 사람들이며, 이 행동은 전염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혁신가들-제너럴 모터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랄프 네이더와, 말라리아 퇴치에 나선 롭 메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를 운영하는 조이 사보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을 바꿀 능력이 차고 넘치는데 자신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p.187)며 독자에게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본성을 어떻게 현실의 변화로 연결할 것인지 보여주는 실질적 지침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인종차별과 맞서 싸운 로자 파크스가 인상적이었다. 1913년생인 그녀가 1955년 몽고메리의 버스에서 백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버스기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사건 당시 그녀는 40대 초반이었다. 내가 흑인 여성이며 40대였다면 사회적 모순을 뼈저리게 느낀 노련한 사회적 약자로서 나는 당연히 일어났을 것이다. 젊은 치기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 책에서 보니 그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흑인 여성을 위한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모른척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자신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의 여성을 도운 10년간의 활동이 비폭력 저항이라는 침착한 신념의 표현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행동이 지닌 무게감이 흑인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도화선이 되었기에 노예제 폐지와 이어 여성 참정권으로 까지 이어진 결과를 볼 때 같은 성별과 나이대를 가진 나를 되돌아볼 지점이 되었다.

“지금 이 세계에는 혁신적 선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의 난제에서 출발해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하며 가장 유망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말이다.(p.238)

나는 이 책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존재한 적도 없는 영광스러운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는 우파와 ”현재의 불의 너머를 직시하지 못“(p.237)하는 좌파인 어른들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은커녕 더럽고 뜨거워진 지구를 남겨줬을 뿐이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냉소에 찌든 중도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말한대로 ”생각이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실제로 세상을 바꿔온 건 그들 뿐이다.“(p.59) 선한 야망을 가진 극소수와 그 극소수들이 ”들끓는 지점을 찾아가서 감염되고 전파“(p.80)될 준비가 되었다면.

문득 자신의 일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몰라 공허함을 느끼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과, 번아웃을 넘어 진정한 삶의 목적을 되찾고 싶은 모든 직장인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모럴앰비션#선한본성#선의#커리어#이타주의#휴먼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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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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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이라는 표지의 글자가 흥미롭다. 흔들리는 모양의 글씨체다. ‘돈이라는 숫자에 미친 사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질식하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기에 이런 제목이 만들어졌구나, 싶다. 내가 저자라면 ‘돈이면 다 된다는 착각’이라고 지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집이 자가여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더라도 노후에 돈이 모자랄까, 우리는 전전긍긍이다. 이렇게 ‘돈’에 대해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그 실체를 하나씩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 다우치 마나부는 졸업 후 2003년 골드만삭스 증권 주식회사에 입사해서 16년간 트레이더로 종사했다. 2007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본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겪은 셈이다. 퇴직 후 책 집필과 강연활동 중이다. 2019년 일본 금융청은 “2017년 기준으로 평균적인 무직 고령 부부 세대의 경우 매달 약 5만 엔의 생활비 적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노후 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하면 약 2,000만 엔의 자금이 부족할 것”(p.17)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후 ‘노후 2,000만 엔 문제’가 화제가 되어 돈에 대해 모두가 불안한 사회 분위기가 가속화됨을 느낀다. 한국도 IMF와 2007년을 통과하며 비슷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인 문제로는 먼 나라지만, 에너지를 수입하는 상황이나 인구감소, 고령화 같은 사회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에, 일본의 오늘날 사회문제는 한국의 미래이기도 한, 매우 가까운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었다.

4부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간의 불안을 어떻게 팔고 있는지를 먼저 이야기한다. 실물경제시대에서 일본은 잘 나갔지만 화폐경제로 이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이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들어진 사회에서 노후에 돈이 모자랄 수 있다는 불안은 초등학생에게까지 투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돈으로 문제가 해결가능하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서비스와 노동집약점 물품을 제공할 노동력이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내용이다. 노동력이 없다면 비용은 더 비싸질 뿐이고, 그렇게 되면 그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있는 노후를 준비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결국 돈 자체에는 힘이 없으며 사회를 움직이고 가치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노동과 연대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투자에 성공한 사람을 따라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성공은 다르다. 우연성, 특수한 상황,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노력 등이 겹친 결과일 때도 많기에 성공의 원인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노력을 따라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SNS에서 “00년 만에 1억 엔을 벌었다”라는 투자이야기에는 많은 사람이 달려든다며 “따라 하기 쉬워 보이는 성공 사례일수록 성공에 필요한 요소가 빠져있다. 그래서 재현성이 낮고, 실패하기 쉽다.”(p.66)라고 말한다.

또 저자는 1990년대 일본이 만들어낸 워크맨을 들고 다니던 세계인들이 지금은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으로, 대여비디오는 유투브와 넷플릭스로 대체된 오늘날을 짚으며 “도전하는 사람을 키우지 않고 투자 상품의 지식만을 가르쳐서는 진정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손에 넣을 수 없다.”(p.225)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공대에서 창업의 아이템을 찾기보다 안정적인 의대진학을 더 선호하는 우리나라 기존 정서에 꼭 필요한 조언으로 들린다.

마지막 부분의 “서로 빼앗을 것인가, 함께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인상적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단순히 개개인의 ‘돈에 대한 불안’으로 인식하면 협력은 어렵다. 자신의 돈이나 일자리를 지키자는 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이 ‘일손 부족’이라는 사회 전체의 과제임을 알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이런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면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하기 시작한다.”(pp.232-233)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매일 밤, 잠 못 이루는 2030세대와 노후 자금의 압박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에게 추천한다. 돈의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진짜 경제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현대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돈때문에불안하다는착각#부키#다우치마나부#코스피#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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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아포리즘 -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당신에게 괴테 철학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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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83세에 영면하기까지 문학, 과학, 정치 등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살아간 사람이었다. 그의 바쁜 삶을 관통하는 것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완성해 나간 '성장형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20대에 쓴 ‘베르테르의 슬픔’, 30대 후반 이탈리아 여행, 그리고 전 생애에 걸쳐 82세에 마무리한 <파우스트> 저술까지 삶의 모든 방황과 실연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영적인 성장 역시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말처럼,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욕망하고 방황하나, 파멸하지 않고 자신을 완성해냈다.

200년이 지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넘쳐나는 정보와 불확실한 시대에서 불안한 미래와 무기력한 과거의 후회에 묶여있다. 이런 생각들의 과잉은 우울을 동반한다. 우울은 사람을 가라앉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이런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 <괴테 아포리즘>을 추천한다. 괴테 철학의 핵심은 관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실천적 역동성'이다. 이 책은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당신에게 권하는 괴테 철학'이라는 부제 아래, 현대인에게 유용한 60가지 핵심 정수를 담았다. "두려움을 실천으로 변화시킬 때 내면이 성숙한다"라는 표지 문구처럼, 책은 삶을 움직이는 실천적 철학을 전한다.

책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60개의 아포리즘으로 전개된다. 방황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행동의 중요성, 고독의 활용, 관계의 미완성성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다룬다. 삶의 권태와 불안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조율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포리즘 3, 행동하는 사람만이 경험을 소유한다'와 '아포리즘 18, 고독은 인간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부분이 인상적이다. 괴테는 젊은 시절의 갈증과 혼란을 고독 속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명작으로 승화시켰다. 이 글들에서 고독을 단순히 단절이나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외부의 소음을 끄고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자기 인식의 출발점'이자 선물로 바라본다. 괴테는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p.71)라며 고독의 순간을 비관적 두려움이 아닌 내면의 각성으로 이끌며 이것은 외부 세계로 이어지는 끈이 된다는 통찰을 전한다. 또 “인간은 인생을 완주한 뒤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p.196)라는 마지막 질문에 저자는 “자신이 끝까지 지켜 낸 삶의 방식으로서 영원히 기억됩니다.”(p.197)라고 대답한다. 나의 삶에서 나는 무엇을 지켜낸 인간으로 기억될까?

"두려움이라는 감각을 실천이라는 행동으로 변화시킬 때 인간은 내면의 성숙을 맞는다."
이 책은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면서도 결국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과 닮아 있다. 무수한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과, 아는 것은 많으나 실행력이 부족해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괴테아포리즘#김민준#자화상#괴테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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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빈자리에 - 괴물, 여성, 망자,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권혁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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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혁란씨는 자신에 대해 책표지에서 "불문곡직, 용띠"라고 소개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는 이 사자성어는 세상이 정한 복잡한 잣대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나만의 방향과 자리를 찾아 거침없이 걷겠다는 주체적인 선언으로 들린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일하며 잡지와 책을 만들었고,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등의 책을 써내왔다.

'인간에게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하는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이름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개성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특별한 관계성이 교차하는 정체성의 집약체라고 말한다. 소설, 영화, 시, 노래 등 장르를 넘나드는 20편의 작품을 통해 호명되지 못한 자들의 슬픔과 이름을 찾으려는 열망을 톺아보며 이름이 남긴 자국을 섬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름이 특이해서 학창시절 선생님들에게 자주 이름을 불렸던 나로서는, 이름이 없는 1부 무명의 존재들이 그저 비극으로만 느껴졌다. 그렇게 이름을 빼앗기거나 부여받지 못한 존재들의 고통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2부에서 스스로 이름을 짓고 호명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물이든, 세상 만물에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붙여주고 부르고 불러주는 행위란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의미 부여이자 애정표현이다. 이름을 지어 호명하고 지칭하면서 관계가 결속된다. 마음의 밀도를 보여 줄 수 있는 고도의 정성이 깃든 의례이기도 하다.”(p.54)

3부에서는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는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을 다룬다. 김소월의 시 <초혼>을 인용하며 “나는 선채로 이대로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죽어도 좋을 이름이, 어디 있기는 했던가.”(p.138) 자조한다. 그러면서 “산 자는 죽은 이의 이름을 ‘설움에 겹도록 부를’뿐이다. 부르다가 죽을 이름을, 어쩌면 부르다가, 부르다가 내가 살 이름을.”(p.139)이라며 흩어지고 사라질 것들을 붙잡아 이 책에 남긴다. 4부는 타인이 준 이름의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고 마지막 5부에서는 이름과 존재가 일치하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김춘수 시인의 ‘꽃’이 맴돌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랑이 존재에 마법을 거는 시, 정도라고 해석했던 나는 이름에 천착해온 글들이 처음에 그렇게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았음을 고백한다. 무명의 슬픔과 고통, 호명하는 사랑, 죽음을 넘은 이름의 의미, 근원으로서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으로 살아내는 것이라는 책의 구성을 따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주체성, 정체성, 온전한 내 자신에 이르러 있다. ‘엄마’와 ‘아내’라는 타이틀에 빼앗겨 갈 곳을 잃은 ‘나’를 찾는 여정의 첫 걸음을 이 책과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

#이름의빈자리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한겨레출판사#권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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