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노은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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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저자는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드라마 총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그녀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마주하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길로 들어섰다. 해피엔딩이 대부분일 드라마 세계의 잔인한 낙관주의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현실회피가 아닐까 궁금하던 차였는데 저자는 정신분석적 역량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마주하고 소화하며 ‘견딜 수 없는 마음을 견디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일상에서 평범하게 느끼는 정체불명의 불안과 모순된 감정의 정체를 명확한 정신분석의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 책이다. 아이를 키울 때, 왜 우는 걸까, 궁금하던 때가 더러 있었다. 아이는 한국어가 미숙했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는 거라고 심적으로 재어 생각했다. 이에 대해 여러 책을 읽어봤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감정이 담긴 단어를 많이 알려주는 것이 아이의 눈물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른이 된 나 역시 아직도 내 마음이 어떻다라고 표현하기에 어휘력이 모자람이 느낀다. 그저 짜증난다, 신경질난다 정도로만 표현하지만 아직 해소하기 부족한 어떤 감정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대해 28가지 심리학 개념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챕터마다 한 개인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며 그들의 심리를 풀어내준다. 막연했던 내면의 혼란에 이름을 붙여주며 내 자신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해준다.

총 4부로 1부에서는 남들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무의식을 다룬다. 2부에서는 사랑하면서도 자해적인 관계 패턴을 반복하는 모순에 대해, 3부는 과거의 억압된 기억이 긁고 지나간 자리를, 4부는 불안과 고통을 견디기 위해 마음이 구축한 여러 심리적 생존 기제를 소개한다. 각 장마다 수록된 체크리스트와 질문은 독자가 자신의 마음 구조를 다각도로 점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피플 플리저’ 챕터를 읽을 때는 개그맨 이수지씨가 패러디한 유치원 선생님, 피부과 직원등이 떠올랐다. ‘남 기쁘게 해주기라는 병’(p.57)에 대해 상대방의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와 닿았다. ‘혼자일 수 있는 능력’을 읽으면서는 상상의 친구가 등장하는 그림책들이 몇 개 떠올랐다. 전에는 그저 아이일 때만 가능한, 그림책 속 상상의 친구일 것이라고만 치부햇으나, 아이가 혼자 그 그림책에 온전히 몰입했을 때 만날 수 있는 친구였음을, 부모와 친구들의 관계가 아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간이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나를 비판하는 혹독한 목소리 ‘내면화’, ‘역의존’, ‘조적방어’등 모호한 감정들에 하나씩 이름이 생길 때마다 “무섭고 두려웠던 마음에서, 내 안에 담긴 감정이 조금씩 소화되고 있음”(p.307)을 느끼며 위로받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기도 하지만, 잊고 있었던 과거의 못난 내 모습들도 마구 떠올랐다. 그때의 내가 몰랐던 당시의 모호한 마음의 이름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이런 이름이었구나’, ‘내가 당시에 그랬었구나’를 깨닫는다. 그렇게 객관화된 나를 돌아보니 그저 이불킥을 해댔던 부끄러운 내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반응에 과도하게 민감한 피플 플리저, 거절과 의존에 두려움을 느끼는 역의존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은 필요하다. 관계 속에서 매번 같은 이유로 상처받거나 이유 없는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도 권한다.
#모호한마음에이름붙이기#노은정#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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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
정욱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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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저자는 1999년 평화네트워크 설립자이자 2021년부터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여 년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천착해 온 대표적인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이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 안보 현실에 비용 대비 효과라는 가성비를 따져보자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박정희, 노태우 정부의 자주국방 추진에서 출발해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시도, 그리고 현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자주국방에 대한 보수와 진보당의 정치적 방향을 추적한다. 또 K-방산의 글로벌 순위가 손에 꼽음에도 작전통제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착시, 그리고 천문학적 국방비 증액이 가져온 안보 비용을 차례로 해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길 바라는 한국 안보 정책의 이중사고를 지적하며, 힘에 의한 평화만으로는 안보의 가성비를 확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 공론화, 흡수통일 구상의 철회, 반격 능력 중심의 전력 재편, 그리고 가성비 전략으로서 자원입대제(모병제) 전환을 제시한다.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는 병역으로 젠더 갈등 완화, 직업군인이라는 중산층을 키워 민생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 또한 전문적인 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전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계속해서 압박하고,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살상무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 상황과 “방위 산업을 국가 경제의 주력으로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방위 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p.128)라고 말하며 K-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양날의 칼날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우리가 국방을 강화할수록 북한은 이에 대비해 핵을 완성시켰다. 현재는 러시아군을 도와 2022년부터 러시아에 대규모 포탄과 16,000명에서 22,000명 규모의 병력을 제공해 최대 220억달러(약 31조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3년 연속 3%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도왔고 이 돈은 다시 더 많은 핵 프로그램과 해군력에 재투자될 것이다. 남한 뿐 아니라 조선(북한)의 우리 동포들 역시 자주국방이라는 미명하에 더 나은 민생의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전쟁을 자산 삼아 이루는 자주국방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한계를 짚는다.

또, 통일을 원하지 않는 국민의 비율이 50.1%를 넘었고 20대는 가장 높은 50.7%라고 한다. 나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강한 국방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대미 의존성을 높이는 정책의 모순을 알게 될수록 실용안보 전략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결국 남한과 조선(북한)에 전쟁이 일어날 불안요소가 제거될 때, 무리한 군비 경쟁을 줄여 국가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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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금리 공부 - 경제 원리가 단숨에 이해되는 ㅣ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추동훈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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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은 지난 7월 29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로 유지하며 5회 연속 동결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만장일치였던 이전과 달리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며 신중하고 긴축적인 기조를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AI 투자 붐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발을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박, 특히 에너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2.40%로 0.25% 기습 인상했다.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과 3%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한은 총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 글로벌 세계는 금리를 통해 돈줄을 죄고 있다. 금리가 뭐길래 이렇듯 경제의 신경망처럼 작동하며 핵심지표 역할을 하는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초압축 금리 공부>를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추동훈씨는 2013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디지털테크부, 부동산부, 증권부, 정치부, 뉴욕특파원 등을 거친 산업부 기자이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의 경영 전략, 사업 트렌드를 취재해 왔다. 그의 이번 책, <초압축 금리 공부>는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핵심 원리인 '금리'를 다룬 경제 입문서이다. 은행 이자라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금리가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고 개인의 삶을 바꾸는지 핵심만 추려 초압축으로 제시한다. 구성은 3부로 1부에서는 돈의 사용료로서 금리의 본질과 인플레이션, 금융위기의 관계를 다룬다. 2부에서는 중앙은행과 기준금리의 결정 구조,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마지막 3부에서는 대출, 부동산, 소비 등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의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세계와 금리가 내리는 세계는 전혀 다른 경제라는 것을. 그래서 시장은 숫자 하나보다 화살표 하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융 시장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은 돈이 아니라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중앙은행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다. 중앙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전에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는 행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p.146)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지만, “누구라도 3번 연속으로 금리를 맞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라는 피터 린치의 말처럼 전문가 조차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된다. 또 코로나 시절 각 나라 들이 시중에 돈을 엄청 풀었고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이후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라 많은 홈리스들을 만들어냈고, 평범한 시민들도 식료품값이 비싸 ‘못살겠다’라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아직 치명적인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달러 강세와 함께 강대국의 위력이 느껴진다. 연준이 금리를 오르거나 내리거나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치명적이지는 않겠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면서 배아프기도 한다.

경제 원리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이 책, <초압축 금리 공부>는 ‘경제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금융상식’이다. 우리는 보통 학교에서 금리가 오르면 물가가 내려가고, 금리가 내리면 물가가 오른다, 경기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낮추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식의 단순한 메커니즘을 교과서에서 배우고 성인이 된다. 막상 경제 주체로서 아는 것이 없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집도 필요로 하지만 돈의 흐름이 어떤지 몰라 손해를 보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막막함을 느꼈던 주린이들과 내 집 마련과 대출 계획을 앞두고 실질적인 금융 상식이 필요한 사회초년생 및 신혼부부에게 추천한다.

#초압축금리공부#추동훈#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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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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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다. 해부학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클림트를 해부하다>라는 책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이번 책, <비주얼 의과학사>는 인류가 질병과 싸우며 생명의 신비를 밝혀온 결정적 순간 40개를 150여 점의 시각 자료와 함께 엮어낸 의과학 교양서이다. 단순한 의학 기술의 발전을 넘어 그 뒤에 숨은 의과학자들의 질문과 추론, 치열한 사고 과정을 도판 중심으로 펼쳐낸다.

구성은 총 5장으로 1장에서는 몸을 수치로 번역하려 애썼던 과학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살리우스의 해부도, 하비의 혈액순환론, 청진기와 혈압, 적혈구 등을 다룬다. 2장은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탐구부터 파스퇴르와 코흐의 세균학 경쟁, 제너의 백신과 항생제 개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규명한 역사 속 의과학에 대해 서술한다. 3장에서는 몸을 다루는 기술의 시대로서 외과쪽을 다룬다.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부상자들 덕분에 발전된 기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뜨거운 기름을 붓거나 무조건 절단하던 시대를 거치며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은 몇몇 의사들 덕에 태어난 외과 기술과 마취·소독법의 발전, X-ray와 MRI의 원리를 다룬다. 4장에서는 뇌 신경세포를 그린 카할의 도판,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 지도, 인슐린의 발견과 비타민의 추적 과정을 통해 생명 조절 시스템을 분석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세포와 염색체, DNA 이중나선 구조의 해독 및 줄기세포 연구로 이어지는 생명 설계도의 탐구 여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의과학사라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읽다보면 의학을 매개로 예술과 윤리,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도 읽힌다. 저자에게 의학은 회화와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이 된다. 클림트의 그림에 나타난 적혈구 형태나 메치니코프가 현미경 아래에서 본 장면이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진정한 태아>, <교차로에 선 사람>이 그렇다. 특히 저자가 존경하는 라몬 이 카할의 인체해부도와 신경세포 스케치에 대해 “그의 스케치는 과학적 기록이자 예술작품이었다. 세포의 가지돌기와 축삭은 하나의 리듬처럼 흘렀고, 그 안에는 형태의 질서와 생명의 아름다움이 공존했다.”(p.307)라고 평가한다. 의학적 관찰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예술적 행위와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과학의 진보가 항상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제너의 천연두 예방접종 실험 대상자였던 제임스 핍스는 제너의 정원사 아들로서 사회적, 경제적 종속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실험이었다. 또 저자는 심장 연구 과정에서 쓰인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윤리적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p.195)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의과학의 혁명은 윤리적 책임감과 집요한 태도에서 나온다. 30년 동안 먹고 마시고 배출한 것을 기록한 산토리오 산토리오, 면역에 대한 연구를 주고받은 메치니코프와 에를리히,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외과 경험을 남긴 파레,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이 그랬다. 저자는 이들의 성과에 대해 “용기가 아니라 실험이었고 직관이 아니라 검증이었으며,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협력이었다.”(p.264)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과학사를 통해 “과학의 역사는 천재들의 단선적인 승리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옳은 생각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인내의 기록”(p.9)이라고 말한다. 단지 지식으로서의 과학적 성취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과학적 사고 방식을 익히고자 하는 청소년, 메디컬 지망생, 그리고 문이과적 경계를 넘어 깊이 있는 교양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독성이 좋아 나의 비문학 문해력 실력이 늘었나, 살짝 착각하기에 이르렀으니 과학 특히 의학에 관심있는 중학생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주얼의과학사#한겨레출판#유임주#하니포터12기#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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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
김성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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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작가는 전작 <늑대 사냥>으로 제11회 SF Award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26년에는 로커스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SF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로 독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SF적 상상력과 과학적 개연성, 미스터리와 호러를 융합하여 독창적인 서사를 펼쳐오고 있다.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이 책, <시간의 끝>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특수상대성 이론의 해석 중, “우주가 이미 만들어진 4차원 시공간(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의 덩어리라는 것이 있다.”(p.357) 이것을 ‘블록 우주’나 ‘영원주의’라고 하는데 이 이론과 H.P. 러브크래프트 작가로부터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와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요그 소토스 안에서 하나다’라는 소재를 빌려온 소설로 달이 과자처럼 산산조각난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사교도의 주술과 테러가 횡행하는 종말론적 세상에서 사교도수사과의 형사 천수영과, 이 사교도들의 중심에 있는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의 논문을 풀어내는 수학자 지호, 그리고 시간을 끝내려는 자들을 막아내려는 교주, 이 셋의 시점이 교차하며 얽히고 설킨 시공간 속에서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독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한 ‘2차 시간’에 스며들수록 시간이라는 이 물리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홍콩에서 사왔다는 스노글로브가 특히 그렇다.

“홍콩에 눈이 내린다. 지난번에 흔들었을 때와는 다른 모양으로. 그러나 끝에는 모두 바닥에 쌓일 것이다. 다음번에 흔들릴 때까지.”(p.349)

처음에는 왜 이렇게 반복되나 싶었는데 다 읽고나서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시간의 끝’에 갇힌 주인공과 흔들 때마다 다른 모양의 결과로 쌓이는 것, 그러나 끝이 아니라 다시 반복이라는 것까지. 게다가 홍콩에 눈이 내릴 리 없으니 이 허구적 상상을 읽는 나마저 이 스노글로브안에 갇혀진 느낌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처럼 시공간의 틀을 깨는 SF를 좋아하는 독자와 수학과 상대성이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습한 이 여름에도 어울리는 책이다. 오소소 소름돋는 책을 찾고 있던 독자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하니포터#하니포터12기#시간의끝#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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