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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저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다. 해부학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클림트를 해부하다>라는 책으로 독자와 만나왔다. 이번 책, <비주얼 의과학사>는 인류가 질병과 싸우며 생명의 신비를 밝혀온 결정적 순간 40개를 150여 점의 시각 자료와 함께 엮어낸 의과학 교양서이다. 단순한 의학 기술의 발전을 넘어 그 뒤에 숨은 의과학자들의 질문과 추론, 치열한 사고 과정을 도판 중심으로 펼쳐낸다.
구성은 총 5장으로 1장에서는 몸을 수치로 번역하려 애썼던 과학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살리우스의 해부도, 하비의 혈액순환론, 청진기와 혈압, 적혈구 등을 다룬다. 2장은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탐구부터 파스퇴르와 코흐의 세균학 경쟁, 제너의 백신과 항생제 개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규명한 역사 속 의과학에 대해 서술한다. 3장에서는 몸을 다루는 기술의 시대로서 외과쪽을 다룬다.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부상자들 덕분에 발전된 기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뜨거운 기름을 붓거나 무조건 절단하던 시대를 거치며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은 몇몇 의사들 덕에 태어난 외과 기술과 마취·소독법의 발전, X-ray와 MRI의 원리를 다룬다. 4장에서는 뇌 신경세포를 그린 카할의 도판,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 지도, 인슐린의 발견과 비타민의 추적 과정을 통해 생명 조절 시스템을 분석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세포와 염색체, DNA 이중나선 구조의 해독 및 줄기세포 연구로 이어지는 생명 설계도의 탐구 여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의과학사라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읽다보면 의학을 매개로 예술과 윤리,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도 읽힌다. 저자에게 의학은 회화와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이 된다. 클림트의 그림에 나타난 적혈구 형태나 메치니코프가 현미경 아래에서 본 장면이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진정한 태아>, <교차로에 선 사람>이 그렇다. 특히 저자가 존경하는 라몬 이 카할의 인체해부도와 신경세포 스케치에 대해 “그의 스케치는 과학적 기록이자 예술작품이었다. 세포의 가지돌기와 축삭은 하나의 리듬처럼 흘렀고, 그 안에는 형태의 질서와 생명의 아름다움이 공존했다.”(p.307)라고 평가한다. 의학적 관찰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예술적 행위와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과학의 진보가 항상 아름다웠던 것만은 아니다. 제너의 천연두 예방접종 실험 대상자였던 제임스 핍스는 제너의 정원사 아들로서 사회적, 경제적 종속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실험이었다. 또 저자는 심장 연구 과정에서 쓰인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윤리적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p.195)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의과학의 혁명은 윤리적 책임감과 집요한 태도에서 나온다. 30년 동안 먹고 마시고 배출한 것을 기록한 산토리오 산토리오, 면역에 대한 연구를 주고받은 메치니코프와 에를리히,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외과 경험을 남긴 파레,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이 그랬다. 저자는 이들의 성과에 대해 “용기가 아니라 실험이었고 직관이 아니라 검증이었으며,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협력이었다.”(p.264)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과학사를 통해 “과학의 역사는 천재들의 단선적인 승리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옳은 생각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인내의 기록”(p.9)이라고 말한다. 단지 지식으로서의 과학적 성취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과학적 사고 방식을 익히고자 하는 청소년, 메디컬 지망생, 그리고 문이과적 경계를 넘어 깊이 있는 교양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독성이 좋아 나의 비문학 문해력 실력이 늘었나, 살짝 착각하기에 이르렀으니 과학 특히 의학에 관심있는 중학생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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