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작가는 전작 <늑대 사냥>으로 제11회 SF Award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26년에는 로커스상 후보에 오르며 한국 SF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로 독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SF적 상상력과 과학적 개연성, 미스터리와 호러를 융합하여 독창적인 서사를 펼쳐오고 있다.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이 책, <시간의 끝>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특수상대성 이론의 해석 중, “우주가 이미 만들어진 4차원 시공간(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의 덩어리라는 것이 있다.”(p.357) 이것을 ‘블록 우주’나 ‘영원주의’라고 하는데 이 이론과 H.P. 러브크래프트 작가로부터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와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요그 소토스 안에서 하나다’라는 소재를 빌려온 소설로 달이 과자처럼 산산조각난 세계관에서 시작한다. 사교도의 주술과 테러가 횡행하는 종말론적 세상에서 사교도수사과의 형사 천수영과, 이 사교도들의 중심에 있는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의 논문을 풀어내는 수학자 지호, 그리고 시간을 끝내려는 자들을 막아내려는 교주, 이 셋의 시점이 교차하며 얽히고 설킨 시공간 속에서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독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한 ‘2차 시간’에 스며들수록 시간이라는 이 물리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홍콩에서 사왔다는 스노글로브가 특히 그렇다. “홍콩에 눈이 내린다. 지난번에 흔들었을 때와는 다른 모양으로. 그러나 끝에는 모두 바닥에 쌓일 것이다. 다음번에 흔들릴 때까지.”(p.349) 처음에는 왜 이렇게 반복되나 싶었는데 다 읽고나서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이 안에 들어있음을 깨닫는다. ‘시간의 끝’에 갇힌 주인공과 흔들 때마다 다른 모양의 결과로 쌓이는 것, 그러나 끝이 아니라 다시 반복이라는 것까지. 게다가 홍콩에 눈이 내릴 리 없으니 이 허구적 상상을 읽는 나마저 이 스노글로브안에 갇혀진 느낌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처럼 시공간의 틀을 깨는 SF를 좋아하는 독자와 수학과 상대성이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습한 이 여름에도 어울리는 책이다. 오소소 소름돋는 책을 찾고 있던 독자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하니포터#하니포터12기#시간의끝#김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