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
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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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8~2013년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냈으며 현재 통일외교팀 선임기자이다. 이 책, <중국이라는 역설>은 현재 중국 내부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G2로 우뚝 서려는 미중 경쟁 양상과 세계 질서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다면적이며 복합적인 중국을 어떻게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지에 대한 시도다.

총 3부로 1부에서는 안보 국가로 변신하며 거대한 군산 복합체가 된 시진핑 체제의 독재적 딜레마와 내부 통제를 다룬다. 마오쩌둥의 모습을 닮아가는 시진핑 사상과 군 숙청을 통한 권력 유지, 이에 따른 독재자의 딜레마와 한때 우리나라에 돌았던 시진핑 실각설을 다룬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이 시진핑 실각설에 과몰입했던 것은 위험 신호다. 보고 싶지 않은 중국의 현실을 회피하고, ‘바라는 대로의 중국’으로 도피하는 음모론이 혐중 정서와 맞물려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p.103)”라고 말한다. 이 음모론은 중국군 2인자 장유샤 부주석이 숙청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시진핑 실각설을 요란하게 보도했던 한국 언론이나 유튜브의 ‘중국 전문가’들이 그 어떤 반성적 태도가 없었다는 점에 아쉬운 점을 전한다.


2부에서는 미국-이란 전쟁과 트럼프의 재집권 속에서 미국을 넘어서려는 중국의 대장정을 파헤친다. 이에 대해 ‘싸우지 않고 이기기, 중국이 택한 전략’파트가 인상적이다.

“중국은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 중국의 상업 위성 운용사 미자르 비전은 미군과 동맹군의 기지와 군사 배치를 정밀하게 보여주는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제공했다. 중국은 500기 이상의 첩보, 정찰 위성으로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에 전개된 미군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고, 이를 이용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p.175)

시진핑이 원하는 것은 대만을 침공하여 ‘하나의 중국’에 이르는 것이지만, 만약 실패하면 권력을 내주는 것과 다를바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트럼프가 저지른 이란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다.

3부에서는 주변국과의 관계에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려는 중국에 대해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별장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회담을 가진 뒤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은 (...)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p.231)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트럼프의 헛소리라고 여겼지만 중국교육부는 2018년도부터 새 교육과정에 따라 역사교과서가 바뀌기 시작했다. ‘속국’, ‘종주권’, ‘종번 체제’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20세기 이후의 맥락에서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재창조하기 시작한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대만침공이 성공한다면 그 다음 대상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 러시아와 유럽과의 관계를 들며 ‘천하삼분지계’ 전략을 펴는 중국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너무 쉬운 답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항상 ‘중국은 악당인가, 우리 편인가’ 같은 흑백의 답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휘황한 발전과 능력을 직시하되, ‘승리 서사’ 아래에 있는 불안과 불만을 함께 살피지 않으면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p.17) 중국에 대해 혐중이냐 친중이냐라는 이분법 잣대는 실제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도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외교적, 경제적으로 냉철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큰 흐름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중국이라는역설#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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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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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오즈〉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24년에는 <혼모노>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다. 2025년, 작가의 다른 여섯 편의 단편과 함께 묶어 <혼모노>란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배우 박정민님의 추천사와 함께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책 <인비인(人非人)>은 기담집 형식을 띈다. 제목 ‘인비인’은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이들을 뜻한다.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축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위태로운 경계를 아홉 편의 기묘한 이야기로 펼쳐내는 구성이다.

‘어제’에 담긴 세 편은 친일 유산에 얽힌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과 고종의 하사품으로 알고 있던 가보, 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 그리고 일본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오야지’라 부르며 따랐으나, 731 부대에서 동포를 실험해야 했던 <인비인>이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이 단편에는 주인공이 가진 죄의식의 실체로 ‘가타마리’가 등장한다.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그림이 계속해서 겹쳐진 사각형 프레임 정중앙에는 불의 원인으로 보이는 ‘가타마리’가 그려져 있다. 처음 이 표지를 볼 때는 관세음보살의 머리 부분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인비인>에서 주인공이 땅을 파 가타마리를 묻어버린 후에야 안정을 찾는 모습을 읽고나서야 작가의 의도가 정반대였음을 이 표지를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노인이 이 내용을 편지로 영화감독에게 전달하는데 그 감독이 아무렇지 않게 직원을 시켜 파쇄기에 갈아버리도록 한다. 그 파쇄기 속에서 두 번 죽는 1,800명의 희생자들이 떠오르는 표지였다.

‘오늘’ 에는 경매장이나 이베이에서 손쉽게 타인의 인생을 사서 갈아 끼우는 과정의 이야기인 ‘매일(買日)’과 ‘프랭크 오자와’와 다큐 소재를 찾고 있는 감독을 주인공으로 하는 ‘윤회 (당한) 자들’ 세 편이 실렸다. 자신의 생일에도 갖고 싶은 것이 없어 남편의 물건을 사는 여자가 경매장에 가서 삶의 이력이 깨끗한 인생을 낙찰 받거나 이베이에서 산 프랭크 오자와의 삶을 크리스마스에 누리면서 ‘왜 내게 자기 인생을 넘긴 걸까.’(p.134) 궁금해하는 주인공, 그리고 전생을 믿게 되어 ‘윤회당한’ 다큐 감독을 보며 이 세 단편 모두 현재의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여기고 타인의 인생을 욕망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이것이 작가가 보는 오늘날의 초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일’의 세 편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아미고’는 영화 스턴트맨이 주인공이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4개월만에 출근하게 된 영화세트장에서 자신을 대체할 야키마 H1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유령’에는 한 부부가 등장한다. 여자의 이름이 0, 남자의 이름은 1로, 이름 설정부터 인간이 디지털로 전환되어가는 과정 임을 암시하며 시작한다. 여자의 직업은 감정노동자 ‘터크’였다가 3주전에 ‘태거’로 승진한 상황이다. 터크는 “혐오 단어로 꽉 찬 쓰레기통을 비워낸다면 태거는 깔끔하게 비워진 통을 태그와 데이터로 채”(p.241)우는 직업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전자는 이야기에서 창조한 직업이고 후자는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고(蠱)’는 작가의 최신작으로 AI에 대체되어가는 의료시스템의 과정을 배경으로 주인공 한의사 이익이 ‘고’라는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용하는 옵티머스 ‘도윤’과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 때문에 ‘기담’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었구나 싶다. 옛것과 미래를 잇는 작가의 기묘한 서사가 인상적이다. 대체로 작가가 예견하는 미래에는 인간을 대체할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아미고’과 ‘고’ 소설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와 옵티머스는 인간보다 의리있다. 오히려 인간이 더 그것들에 대체될까 두려워하는 동시에 하대하며 파렴치한 행동을 보인다.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에 밀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다.

각 소설마다 인간 스스로 인간이 되길 포기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궤적이 섬찟하다. 역시나 넷플릭스는 왜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라는 말이 나온다. 알고리즘의 큐레이션 속에서 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 서늘한 자극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인비인#성해나#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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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
신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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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 번역가이자 작가인 신유진의 <나를 균열내기>는 자신과 타자의 삶에서 발견하는 '균열'을 통해 고정된 자아를 ‘해체’하고 ‘유예’의 시간을 거쳐 자아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열 여섯명의 작가를 만난다. 이 작가들이 관찰한 균열-해체-유예-재구성의 지점을 신유진 작가가 짚어낸다.

개인적으로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에 대한 에세이가 인상적이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작가가 이민자로서 프랑스어를 '적어(敵語)'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고 쓸수록 모국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적의 언어'라고 한다. 작년에 이 책을 처음 읽고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이렇게 간결하게 썼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그 이유가 <나를 균열내기> 이 책에 써있었다.

“그는 한 번도 적어에 복종한 적이 없다. 모방과 흉내 내기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정복한 것도 아니다. 끝까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는 못했으니까. 대신 그는 그 불완전한 언어를 감추지 않고 썼다. 그의 문장은 짧고 묘사는 부연 없이 간결하다. 복잡한 감정 표현도 생략되고 좁은 어휘로 이루어진 단순한 문장들이 이어진다.(p.70)”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썼기 때문이었구나, 라는 점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꽤 벽돌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이 잔인하고 긴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마음에서 일어났을, 균열과 붕괴, 유예, 재구성의 과정이 스쳐지나간다. 이 책의 완성이, 작가에게 ‘다만,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떤 의미였을지 회상하게 되는 독서시간이었다.

또,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관심있던 책이었다. 모로코 출신의 이 작가에 대해 <나는 불을 가져가리라>의 책과 연관하여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슬리마니의 불은 세계의 어둠을 가차 없이 비추고, 그 안에는 솔직한 만큼 폭력적인 진실이 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문명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준 이중적 선물이었듯, 슬리마니의 불도 다르지 않다. 진실과 고통은 언제나 함께한다. 그러니 마지막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이 불을 가져가겠는가.(p.131)”

진실과 고통이 수반하는 이 불에 대해 생각해본다. “몰리나르가 그랬듯이(...)다만, 내가 되기 위해.(p.199)” 이 불을 선택한 이 책 속 열 여섯명의 작가들과 이들의 작품을 번역해온 신유진 작가를 통해 나 자신을 균열낼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웠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불을 내 손에 쥘지 선택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은 ‘읽고 싶다’는 마음을 부풀려주는 풍선 같은 책이다. 작가가 한 명씩, 한 명씩 호명하여 통찰하고 마지막페이지에 그 작가만이 가진 통찰을 짚어주며 마무리하는 부분마다 당장 ‘읽고 싶다’라는 마음의 풍선이 점점 더 커진다.

#나를균열내기#하니포터#하니포터12기#한겨레출판#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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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지음, 김내훈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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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The Echo Machine)의 저자 데이비드 팩먼은 구독자 350만의 유튜브 채널 ‘데이비드 팩먼 쇼’ 및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채널은 미국 정치에 대한 심층적인 저널리즘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국인으로 이 책 외에 <주목하라>(Pay Attention)가 있다.

이 책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를 해부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단순히 정보의 비대칭을 겪는 수준을 넘어, 확증 편향을 무한히 생산하고 증폭하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인 '에코 머신(Echo Machine)'으로 전락했음을 경고한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과 극우의 왜곡된 정치가 어떻게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지 밝힌다.

대의제를 왜곡하는 입법 제도, 진영 논리에 함몰된 정당 정치, 그리고 기업형 미디어와 SNS 알고리즘이 결탁하여 만든 '필터 버블'이 시민들을 각자의 세계관에 격리시킨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적 고착화가 결국 시민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진영 싸움에 매몰되거나 아예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양자택일의 파국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우려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저자가 정작 정치를 혐오한다고 고백하면서도, 방관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공교육 강화 및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적 겸손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관점의 매체를 들여다보는 태도만이 이 거대한 확증 편향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이 책에서 말한다.

굳이 정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번 주 내내 우리 집 화두였던 ‘러브버그’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에코 체임버와 확증 편향, 필터버블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요새 러브버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는 이 곤충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오히려 식물의 수분을 돕고 낙엽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익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대하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이와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보기에 징그럽고 주위에 너무 많아 혐오감을 주니 해충이라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면서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성향과 주변인의 동조가 무의식적으로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 벽면을 뒤덮은 러브버그를 보며 내가 익충이라는 정보에 주목해 인식을 바꾼 반면, 평소 곤충을 기피하는 남편과 아이는 눈앞의 시각적 불쾌감과 '징그러운 해충'이라는 감정적 인상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의 친구들 모두가 "너무 싫다"는 부정적 여론이 메아리처럼 증폭되고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 효과를 경험하면서, 집단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여기에 남편까지 함께 동조하니 2:1 다수결로 러브버그가 우리 집에서는 해충이 되면서 ‘러브버그는 익충이야’라는 나의 목소리는 묻힌다. 필터 버블 효과와 확증편향의 힘이다. 그렇다면 해충으로 받아들이고 살충제를 뿌려야 할가? 살충제를 뿌리게 되면 숲에 있는 곤충 등을 함께 죽이는 생태계 교란과 함께 사람에게 더욱 해로울 수 있다. 이런 이성적 우려를 따져보면 당장의 주관적 혐오감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러브버그를 위해, 아니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혐오감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공감과 러브버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생명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일회성이 아닌 인내심이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이 책은 개인화된 미디어의 추천 영상에 갇혀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이토록 파편화되어 있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시민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믿고싶은것만믿는사람들#믿믿사#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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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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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인간의 연대와 협력 가능성을 증명한 <휴먼카인드>의 트허르 브레흐만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저술가이다. 이번 책, <모럴 앰비션>은 개인이 자신만을 위한 부와 명예를 좇는 패러다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개인적 신념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대개는 흉내만 내다 끝내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내 삶에만 집중할 경우, 자유를 추구하는 것과 제멋대로 하는 것을 혼동하기 쉽고, 제멋대로 하는 것은 보통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p.59)

성공한다 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묻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금융 상품 개발이나 광고 알고리즘 설계 같은 무가치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으며 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커리어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제는 커리어와 재능을 세상에서 가장 시급하고 방치된 문제-기후위기와 극심한 불평등, 빈곤 등을 해결하는 데 쏟아야 한다는 ‘선한 야망(Moral Ambition)’을 제안한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활동가들-노예제에 반대했던 토머스 클락슨,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을 숨겨줬다는 나우란데 지역의 아르놀트 다우베스 등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이들이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지 못한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니라 행동을 먼저 한 사람들이며, 이 행동은 전염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혁신가들-제너럴 모터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랄프 네이더와, 말라리아 퇴치에 나선 롭 메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를 운영하는 조이 사보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을 바꿀 능력이 차고 넘치는데 자신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p.187)며 독자에게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본성을 어떻게 현실의 변화로 연결할 것인지 보여주는 실질적 지침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인종차별과 맞서 싸운 로자 파크스가 인상적이었다. 1913년생인 그녀가 1955년 몽고메리의 버스에서 백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버스기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사건 당시 그녀는 40대 초반이었다. 내가 흑인 여성이며 40대였다면 사회적 모순을 뼈저리게 느낀 노련한 사회적 약자로서 나는 당연히 일어났을 것이다. 젊은 치기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 책에서 보니 그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흑인 여성을 위한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모른척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자신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의 여성을 도운 10년간의 활동이 비폭력 저항이라는 침착한 신념의 표현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행동이 지닌 무게감이 흑인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도화선이 되었기에 노예제 폐지와 이어 여성 참정권으로 까지 이어진 결과를 볼 때 같은 성별과 나이대를 가진 나를 되돌아볼 지점이 되었다.

“지금 이 세계에는 혁신적 선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의 난제에서 출발해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하며 가장 유망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말이다.(p.238)

나는 이 책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존재한 적도 없는 영광스러운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는 우파와 ”현재의 불의 너머를 직시하지 못“(p.237)하는 좌파인 어른들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은커녕 더럽고 뜨거워진 지구를 남겨줬을 뿐이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냉소에 찌든 중도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말한대로 ”생각이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실제로 세상을 바꿔온 건 그들 뿐이다.“(p.59) 선한 야망을 가진 극소수와 그 극소수들이 ”들끓는 지점을 찾아가서 감염되고 전파“(p.80)될 준비가 되었다면.

문득 자신의 일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몰라 공허함을 느끼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과, 번아웃을 넘어 진정한 삶의 목적을 되찾고 싶은 모든 직장인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모럴앰비션#선한본성#선의#커리어#이타주의#휴먼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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