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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
신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프랑스 문학 번역가이자 작가인 신유진의 <나를 균열내기>는 자신과 타자의 삶에서 발견하는 '균열'을 통해 고정된 자아를 ‘해체’하고 ‘유예’의 시간을 거쳐 자아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열 여섯명의 작가를 만난다. 이 작가들이 관찰한 균열-해체-유예-재구성의 지점을 신유진 작가가 짚어낸다.
개인적으로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에 대한 에세이가 인상적이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작가가 이민자로서 프랑스어를 '적어(敵語)'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고 쓸수록 모국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적의 언어'라고 한다. 작년에 이 책을 처음 읽고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이렇게 간결하게 썼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그 이유가 <나를 균열내기> 이 책에 써있었다.
“그는 한 번도 적어에 복종한 적이 없다. 모방과 흉내 내기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정복한 것도 아니다. 끝까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는 못했으니까. 대신 그는 그 불완전한 언어를 감추지 않고 썼다. 그의 문장은 짧고 묘사는 부연 없이 간결하다. 복잡한 감정 표현도 생략되고 좁은 어휘로 이루어진 단순한 문장들이 이어진다.(p.70)”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썼기 때문이었구나, 라는 점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꽤 벽돌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이 잔인하고 긴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마음에서 일어났을, 균열과 붕괴, 유예, 재구성의 과정이 스쳐지나간다. 이 책의 완성이, 작가에게 ‘다만,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떤 의미였을지 회상하게 되는 독서시간이었다.
또,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관심있던 책이었다. 모로코 출신의 이 작가에 대해 <나는 불을 가져가리라>의 책과 연관하여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슬리마니의 불은 세계의 어둠을 가차 없이 비추고, 그 안에는 솔직한 만큼 폭력적인 진실이 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문명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준 이중적 선물이었듯, 슬리마니의 불도 다르지 않다. 진실과 고통은 언제나 함께한다. 그러니 마지막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이 불을 가져가겠는가.(p.131)”
진실과 고통이 수반하는 이 불에 대해 생각해본다. “몰리나르가 그랬듯이(...)다만, 내가 되기 위해.(p.199)” 이 불을 선택한 이 책 속 열 여섯명의 작가들과 이들의 작품을 번역해온 신유진 작가를 통해 나 자신을 균열낼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웠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불을 내 손에 쥘지 선택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은 ‘읽고 싶다’는 마음을 부풀려주는 풍선 같은 책이다. 작가가 한 명씩, 한 명씩 호명하여 통찰하고 마지막페이지에 그 작가만이 가진 통찰을 짚어주며 마무리하는 부분마다 당장 ‘읽고 싶다’라는 마음의 풍선이 점점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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