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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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오즈〉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24년에는 <혼모노>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다. 2025년, 작가의 다른 여섯 편의 단편과 함께 묶어 <혼모노>란 제목으로 출간했는데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배우 박정민님의 추천사와 함께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책 <인비인(人非人)>은 기담집 형식을 띈다. 제목 ‘인비인’은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이들을 뜻한다.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축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위태로운 경계를 아홉 편의 기묘한 이야기로 펼쳐내는 구성이다.

‘어제’에 담긴 세 편은 친일 유산에 얽힌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과 고종의 하사품으로 알고 있던 가보, 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 그리고 일본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오야지’라 부르며 따랐으나, 731 부대에서 동포를 실험해야 했던 <인비인>이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이 단편에는 주인공이 가진 죄의식의 실체로 ‘가타마리’가 등장한다.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그림이 계속해서 겹쳐진 사각형 프레임 정중앙에는 불의 원인으로 보이는 ‘가타마리’가 그려져 있다. 처음 이 표지를 볼 때는 관세음보살의 머리 부분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인비인>에서 주인공이 땅을 파 가타마리를 묻어버린 후에야 안정을 찾는 모습을 읽고나서야 작가의 의도가 정반대였음을 이 표지를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인 노인이 이 내용을 편지로 영화감독에게 전달하는데 그 감독이 아무렇지 않게 직원을 시켜 파쇄기에 갈아버리도록 한다. 그 파쇄기 속에서 두 번 죽는 1,800명의 희생자들이 떠오르는 표지였다.

‘오늘’ 에는 경매장이나 이베이에서 손쉽게 타인의 인생을 사서 갈아 끼우는 과정의 이야기인 ‘매일(買日)’과 ‘프랭크 오자와’와 다큐 소재를 찾고 있는 감독을 주인공으로 하는 ‘윤회 (당한) 자들’ 세 편이 실렸다. 자신의 생일에도 갖고 싶은 것이 없어 남편의 물건을 사는 여자가 경매장에 가서 삶의 이력이 깨끗한 인생을 낙찰 받거나 이베이에서 산 프랭크 오자와의 삶을 크리스마스에 누리면서 ‘왜 내게 자기 인생을 넘긴 걸까.’(p.134) 궁금해하는 주인공, 그리고 전생을 믿게 되어 ‘윤회당한’ 다큐 감독을 보며 이 세 단편 모두 현재의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여기고 타인의 인생을 욕망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이것이 작가가 보는 오늘날의 초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일’의 세 편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아미고’는 영화 스턴트맨이 주인공이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4개월만에 출근하게 된 영화세트장에서 자신을 대체할 야키마 H1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유령’에는 한 부부가 등장한다. 여자의 이름이 0, 남자의 이름은 1로, 이름 설정부터 인간이 디지털로 전환되어가는 과정 임을 암시하며 시작한다. 여자의 직업은 감정노동자 ‘터크’였다가 3주전에 ‘태거’로 승진한 상황이다. 터크는 “혐오 단어로 꽉 찬 쓰레기통을 비워낸다면 태거는 깔끔하게 비워진 통을 태그와 데이터로 채”(p.241)우는 직업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전자는 이야기에서 창조한 직업이고 후자는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고(蠱)’는 작가의 최신작으로 AI에 대체되어가는 의료시스템의 과정을 배경으로 주인공 한의사 이익이 ‘고’라는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용하는 옵티머스 ‘도윤’과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 때문에 ‘기담’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었구나 싶다. 옛것과 미래를 잇는 작가의 기묘한 서사가 인상적이다. 대체로 작가가 예견하는 미래에는 인간을 대체할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아미고’과 ‘고’ 소설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와 옵티머스는 인간보다 의리있다. 오히려 인간이 더 그것들에 대체될까 두려워하는 동시에 하대하며 파렴치한 행동을 보인다.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에 밀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다.

각 소설마다 인간 스스로 인간이 되길 포기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궤적이 섬찟하다. 역시나 넷플릭스는 왜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라는 말이 나온다. 알고리즘의 큐레이션 속에서 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 서늘한 자극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인비인#성해나#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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