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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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
기자 였던 황금비 저자는 천리포수목원의 나무 의사가 되어 두 해를 보낸 후 이 책을 펴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네 챕터에서 소개하는 수목들을 보며 나도 이 천리포수목원의 한 해를 함께한 느낌이다.

봄 챕터에서 등장하는 ‘가로수의 수난, 버즘나무와 소나무’에서 저자 역시 대학시절 함께 했던 은행나무들이 사라져 “오랫동안 침울해했던 기억이 난다”(p.69)라고 써있는 걸 읽자니 한 나무가 떠오른다. 나 역시 도심에 살면서 수영장 셔틀이 서는 정류장 근처의 버즘나무와의 친분이 있었다. 아이와 나에게 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함께 기다리던 아이들 중에는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벗기는 녀석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을 너무 막 지어. 개똥이같은 이름으로 지어야 오래 산다고 옛날 사람들은 그랬었다드라. 그런데 나무 이름이 피부병은 좀 아니지 않니?”아이와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얼굴을 덮고도 남을 잎사귀를 보며 이게 상추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 먹을 수 있는 식물이기만 해도 말이지, 아닌가, 공해에 찌들어 먹으면 안되려나,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재작년인가 우리 아파트에서 셔틀 정류장까지 서있던 네 그루 중 두 그루가 갑자기 베어져 아쉬웠고, 아직도 밑둥만 남은 두 그루터기를 지날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이 책에서는 버즘나무가 강인한 뿌리 때문에 콘크리트가 깨지거나 하수구를 침해하는 일이 생기거나 간판을 가려 민원에 시달린다고 한다. 요 몇 년 송충이가 꽤 많이 밟혔던 기억이 스치며 누군가 민원을 넣었겠구나, 싶다.

수련이 당연히 물에서 자라는 꽃이기에 물 수 일줄 알았더니만 그렇지 않다는 것(잠잘 수, 연꽃 연)과 복수초의 ‘복수’가 그 복수가 아니고(!) ‘복’과 ‘장수’를 의미하는 이름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며 나의 무지에 부끄러웠다. 앞으로 수목의 이름을 보면 절 때 나만의 얄팍한 지식에 유추하지 않고 한자어를 찾아봐야겠다는 결심도 해본다.

백악관에 심겨져 있다는 태산목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정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태산목의 꽃이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한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개체다.”(p.110)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나라로부터 APEC때 금관을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싹 닦고 본인이 시작한 이란전쟁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방하던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여준 마음과 너무 달라서.

그 외에도 저자의 이름과 같은 모감주 나무에 대한 부분에서는 “금비씨는 걱정은 많지만 두려움은 없는 사람 같아요”(p.119)라는 상담사의 말을 들으며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기후위기로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식물들은 두려움 없이 꽃을 피운다.(오히려 공해로 인한 화학비료와 이산화탄소의 영향인지 더 잘 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 없이 기자를 그만두고 나무의사를 선택한 저자는 이런 식물과 닮아있다.

화살나무에 대해 ‘가을에 달린 붉은 루비’(p.182)라고 표현한 저자를 보니 나 역시 화살나무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번도 루비라고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식물을 귀하게 보는 저자의 시선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억새원에 심겨진 화살나무 울타리 사진을 184~185페이지에 담았다. 화살나무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목이지만 이렇게 풍성한 울타리는 처음 보았기에 더욱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2024년에는 이 곳에서 북페어도 진행했었다고 하니 책과 수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나 역시 이곳으로의 가족여행을 적극 진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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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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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으로 등단 4년 만에, 90년대생 작가 중 최초이자, 최연소(김애란 작가 역시 만33세) 타이틀을 가지고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장편과 중편소설 한편씩을 펴냈고, <사랑과 결함>에 이어 이번 <너의 나쁜 무리>가 두 번째 소설집이다. ‘흠결’은 예소연 작가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무늬같은 명사다. 왜 그러고 살까? 싶은 인물들에게 서사를 만들어주는 작가다. 이 책에도 묶여있는 <소란한 속삭임>의 ‘속삭임’, <너의 나쁜 무리>의 ‘너의’라고 방점을 찍어주는 단어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TTS 속삭이는 소리 버전의 쇼츠처럼, ‘너에게만 알려주는거야’ 비밀 얘기하듯 작가는 자기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작당에 독자도 한 패가 될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 역시 기꺼이 그 나쁜 무리의 멤버가 되어 있다. 책 표지에는 ‘너의’와 ‘나쁜 무리’의 사이의 간극이 꽤 긴데 읽고 나서는 바짝 붙어있게 되는 효과랄까.

이 소설집에는 흠결이 있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들의 애증 어린관계를 다룬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다.
<추운 뺨에 더운 손>은 어렸을 적, 그러니까 6살에서 아홉 살 무렵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나’와 기문의 이야기이다. 기문이 ‘나’에게 연락을 하면서 재회하게 되는데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서로 들키지 않으려 애썼던 어머니들 간의 암투(!)가 녹아있다. 제목을 연상하며, 추운 뺨에 더운 손을 언제 갖다 댈 것인가, 그 장면을 기다리며 읽어보지만, 나오지 않는다. 뺨에 뺨을 갖다 대거나 손등으로 뺨을 쓸어대긴 한다. 하지만 ‘더운 손’은 등장하진 않는다. 어머니의 공범으로 살아온 ‘나’는 그의 추운 뺨에 나의 추운 뺨을 갖다 대었을 뿐이란 사실에 이 둘의 관계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기문이 ‘나’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함께 볼 수 있는 게 마임이야. 내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믿음을 통해서(p.18)”라며 이야기할 때, 기문이 ‘나’에게 바란 것은 온기였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함께 마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지만, 무정이라는 이름의 할아버지가 기문의 차를 훔쳐달아나는 사건을 통해 결국 진심과 함께 한 시간은 사라져버렸다. “그건 없는 거야. 우리가 본 적도, 볼 수도 없는 것. 그러니까 있었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고.”(p.35) ‘나’는 기문이 찾고자 했던 금두꺼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며 (물론 기문의 입장에서 금두꺼비는 핑계고 ‘나’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 거라 믿지만) 그들의 관계에 종료를 고한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 훔친 적도 없는 물건들 때문에 나는 자꾸만 억울해졌다. 어찌 됐든 나는 분명 기문이 보고 있는 것을 보았고 흐르는 것을 정말로 함께 닦아내었다.”(pp.36-37)이라고 속마음을 내비치는 ‘나’ 역시 씁쓸하다. 이후부터가 예소연 작가의 인물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억울한 캐릭터인 ‘나’는 이 소설 맨 끝에서 무정의 절박한 얼굴을 떠올린다. ‘나’는 도벽이 있는 엄마의 딸로 성장해왔고 지금은 혼자 산다. 엄마는 가끔 집에 몰래 들어와 훔칠만한 물건을 찾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호박이(개)를 키우며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인물이다. 기문을 포용할 정도의 여유는 없지만 호박이는 책임지는 캐릭터로서 그는 차를 훔쳐 달아나는 할아버지의 절박을 이해하는 인물이다. 본인역시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구나 싶다.

나는 여기서 한 편을 소개했을 뿐이지만 다른 여섯 편의 작품 속 인물마다 흠결의 디테일이 생생하다.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나는 <작은 벌>에서 이중일이 진정희와 서송이씨와의 관계를 물었을 때 친구 ‘사이’라고 대답한 것, <아무 사이>에서 ‘나’가 두부 할머니에게 이름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지 의식하는 것, 또 <통신 광장>에서 여자가 ‘나’에게 “혹시 절 간병인이라고 소개하던가요?”라고 물었을 때 “좋은 사람이라던데요.”(p.228)라고 대답하던 장면이 그렇다. 갑과 을일수 있는 관계에서 흔들리는 시소를 수평이 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작가의 손이 느껴졌다. 또 이 소설집에서 처음 펴낸 <너의 나쁜 무리>에서는 <추운 뺨에 더운 손>의 ‘나’ 선이가 도벽이 있으면서 사고치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란 캐릭터처럼,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인 할머니 ‘여사’의 손에 자란 ‘유선’이 주인공이다. 소설 처음에 등장하는 중락이 아저씨는 ‘나’에게 여사에게서 도망치라고 한다. 그때의 ‘나’는 열두살이기에 도망칠 수도 없는 나이이다. 그렇게 자란 ‘나’는 결국 여사의 자유분방한 연애 생활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나는 <추운 뺨에 더운 손>의 ‘나’ 선이보다 <너의 나쁜 무리>의 유선이를 좀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유선이와 이해신(남자친구)의 관계에서 “그럼 우리가 우리를 구제해야겠네.”(p.95)라며 여사보다 훨씬 주도적인 인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전체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를 독자마다 상상하게 한다. 그 상상은 독자의 흠결마다 다른 무늬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예소연 작가의 앞으로의 책들 역시 기대하게 된다.
#너의작은무리#예소연#하니포터#한겨레출판#하니포터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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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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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신화학자이자 꿈 분석가 고혜경씨다. 이번 책,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에서는 아버지라는 권위가 해체된 시대이자, 남성들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 앞에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아폴론,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하데스라는 여섯 그리스 남신을 제시한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 “그림자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아서”처럼, 오랜 세월 아폴론 적인 남성성만이 유독 빛났음을 밝히며 그 외의 그림자에 묻혀있던 다른 남성 내면 원형들을 찾아 보여주는 책이다. 그 외에도 나는 심층심리학적 분석과 저자의 통찰이 담긴 글들에 빠져들며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더 읽고 싶었기에 너무 아쉽다는 생각만 들었다. 대학 때 교양으로 들었던 서양문학사 첫 시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기억한다. 무수한 인물과 긴 음절의 생경한 고유명사와 수많은 지명, 복잡한 신들의 계보에 일찌감치 읽기 포기했다. 독서력이 조금 생겨 이제야 보는 눈이 생긴건가, 저자가 잘 쓴걸까,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을 읽으며 이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적은 처음임을 고백한다.

1장의 주인공은 제우스다. 자식을 먹어버리는 아버지에 대항해 살아남은 제우스이기에 아버지 없이 성장한 모델이 되는 셈이다. 여성성을 통합하는 리더십의 원형을 제시한다. 2장은 헤파이스토스로 신체적 결함과 헤라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조적인 동력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오늘날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아폴론이다. 이성과 냉철한 질서의 빛으로 그려진다. 개인적으로는 가이아의 신전이었던 곳에 델포이 아폴론 신전을 세웠는데 이 곳에서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알고있던 서사였으나 저자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접한 듯 신선했다. 이어 ‘영웅’에 대해 ”생각은 짧고 행동은 빠른 자들“(p.155)이라며 저자의 개인적인 영웅에 대한 개인적 물음을 적어놓기도 했다. ”영웅은 왜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하지 못할까? 남의 땅을 정복하며 일상을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파괴할 권리가 그들에게 있는가?“(p.155) 늘 침략받아온 땅에서 같은 DNA를 공유한 독자로서 비슷한 질문을 품었던 적이 있는 바,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요새 쇼츠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더 필요한 메세지라 생각한다.

4장 헤르메스에서는 도둑과 사기꾼의 신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를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로운 신'으로 재해석한다. 고착된 가치관의 틈새를 이용하여 유연하게 소통하는 헤르메스의 에너지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는 그를 말의 연금술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적으로 국어를 가장 싫어하며 요즘 시를 써야 하는 수행평가에 2주 동안 고통(만) 받고 있는 우리 집 중학생이 그리스 로마 신들 중 가장 좋아하는 신이 헤르메스이기에, 헤르메스는 정말 패러독스 그 자체이군, 하며 읽었다.

5장 디오니소스와 6장 하데스에서는 그동안 고정된 관념으로 봐왔던 신들을 재발견했다. 현대인에게는 그저 술의 신으로 오해받는 디오니소스에 대해 저자는 ”신을 인간적으로 존중하지 않으니 비인간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p.216)라고 해석하며 신이라기 보다 그림자로서의 디오니소스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한다. 하데스 역시 ”지옥이라 생각하는 건 큰 오해다“(p.267)라며 흔히 죽음의 공포로 상징되지만 진정한 부, 플루토를 선사하는 신'으로 조명한다.

하데스는 이 책의 마지막 파트이기도 하다. 하데스의 세계, 우리 내면의 가장 어둡고 깊은 곳, 즉 무의식의 심연으로 내려가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그 곳을 향한 ‘하강’에 대해 카를 융과 연관지었다. 융이 나이 마흔에 맞게 된 ‘중년의 위기’(p.287)는 그 하강을 통해 해소된다. ”‘영혼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깊이로 들어가야 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융의 하데스 세계로의 하강은 자신의 영혼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p.287) 오디세우스가 하데스 세계로 들어갔듯, 융 또한 스스로의 무의식으로 하강했음을 짚으며 ”구원의 열쇠는 그림자 속에 있다“(p.291)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흔히 나올 ‘작가의 말’ 대신 써놓은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는,

”삶에 쉬운 길은 없지만, 나만의 길은 있음을 믿는다. 모험으로 가득할 나의 길이 결국 풍요의 길이자, 영예로운 길이고, 또 유일한 길이다.“(p.292)라며 이 책에 동행한 독자들이 각자의, 유일한 길로 그림자 모험을 떠나길 응원한다. 지금은 두렵지만 그 그림자속에 그토록 찾던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단지 내게 필요한 것은 하강이라는 행동이다.

신화를 통해 '자기 탐구'를 하고 싶은 모든 연령층의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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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위기를 지배하라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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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위기를 지배하라>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현재 다양한 채널에서 디지털 AI 격변의 흐름과 글로벌 기업의 동향에 대한 이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고정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이전 책들, <오십이라면 군주론>, <오십에 읽는 오륜서>,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등 역사 속 사례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해왔으며 이번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총 3부 1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과거의 격변기를 돌파했던 인물들과 그들의 전략, 시스템, 리더십을 통해 위기가 닥쳤을 때 단순히 견디는 것을 넘어, 판을 바꾸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연구한 저자의 의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부, ‘위기 앞에서 리더가 장악해야 하는 것’에서는 확신을 전염시킬 것, 전략적인 낙관을 세울 것, 정예멤버를 꾸릴 것, 위기를 극복할 가치를 제시할 것, 원칙은 생존이라는 것, 내부의 균열을 방치하지 말 것을 제시한다. 2부, ‘위기 속에서 판을 뒤집는 전략의 기술’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틀을 깰 것,지지 기반을 지킬 것, 최악을 가정하고 최선을 설계할 것, 적을 대하는 전략, 리더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심리전을 전략으로 삼아 위기를 감정이 아닌, 구조와 전략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조언한다. 3부, ‘위기를 지배하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제도개혁과 보상구조, 공동체의 통합을 이루어야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단순하게 목차를 나열했지만 각각의 챕터마다 역사 속 위기를 극복한 예시를 다양하게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개인적으로는 1부 5장, “유연성은 전략이고, 원칙은 생존이다”라는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유연성과 원칙이라는 단어를 같은 맥락에서 쓸 수 있는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저자는 여기서 ‘원칙은 말이 아니라 힘으로 지켜진다’에서 “조선 조정에서는 명분론에 입각해 끝까지 싸우자는 척화파 김상헌과 현실론에 입각해 항복해 국가를 보전하자는 주화파 최명길의 입장이 대립”(pp.104-105)했던 역사를 되짚는다. 청 태종에게 항복한 이후 서로 다른 처신을 보인 것에 대해 써놓았다. “각자 나름의 입장이 있었지만 두 사람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조선 후기에 가서는 김상헌이 대쪽 같은 절개의 표상인 애국자로 후세에 알려진 반면, 최명길은 국가를 오랑캐에 팔아 넘긴 매국노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실상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김상헌이 아니라 최명길이었다.”(p.105) 결사항전을 외친 김상헌이 후세에 충신으로 추앙받았으나 “입으로만 결사항전만 외칠 뿐 현실적인 대책이 전무했다.”(p.106)라고 평가한 반면, 최명길에 대해서는 “엄혹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생존을 추구한 최명길의 현실론이 국가 패망의 위기에서 조선을 구원했다.”(p.107)라고 말한다. 결국 힘이 있어야 원칙을 지킬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때는 구차하더라도 현실적인 행보를 지향해야 최소한의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MAGA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가 동맹이라는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하는 요즘에 더욱 잘 들어맞는 내용이 아닐까.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적응 속도를 추월하는 특이점이 온 현재,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위기를 지배하는 힘은 지정학, 기정학, 자정학 격변기에 강력한 생존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 경영자와 리더들은 물론, 실질적인 생존 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획자, 그리고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폭풍우는 위대한 뱃사공을 만든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격변이라는 위기를 지배할 역사 속 위기극복의 전략, 시스템, 리더십이 가득한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한다.
#격변의시대위기를지배하라#김경준#원앤원북스#폭풍우는위대한뱃사공을만든다#위기극복#리더십#지정학#기정학#자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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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식투자가 처음인데요 (2026년 완전개정판) - 제대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돈 버는 주식 공부 교과서 처음인데요 시리즈 (경제)
강병욱 지음 / 한빛비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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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코스피 종가는 5,700대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과, 인구감소 현상은 부동산에 묶여있던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인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또 AI의 장기 싸이클에 올라탄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방산산업 등 세계가 전쟁 중 임에도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오름새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주식투자가 ‘처음인데요’하는 분들이 읽고 시작해보면 좋을 <저는 주식투자가 처음인데요>(2026년 완전 개정판)을 소개한다. 이 책은 2010년 출간 직후부터 주식투자 입문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처음인데요” 시리즈이다. 50만 초보 투자자들을 고수의 길로 이끈,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투자 입문서 시리즈라고 출판사에서는 자부한다. 이번 완전개정판은 리마스터 에디션으로 오늘날의 변화에 발맞추어 새롭게 바뀌었다.

‘투자 독해력 테스트’를 하고 책을 펼치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는 10개 중 7개를 맞춰 ‘초중급 실전 감각 형성단계’를 진단 받았다. 나의 수준인 사람들은 이 책의 4장 재무제표 심층 학습과 6장, 장기투자 프레임구축을 주로 읽고, 7일 학습 플랜을 3주 루틴으로 반복할 것을 숙제로 받았다. 하지만 정답 개수가 1~3개인 경우(1번 문제를 틀릴 수가 없을 것이기에 0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의 주린이에게는 1장부터 정독할 것을 권하는 식의 현재 나의 주식투자 상태를 진단해주고 추천학습방향을 설정해주고 시작한다. 대체로 처음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이는 초보자들이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된 책으로 어떤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식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와 투자자가 갖춰야 할 필수 도구들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재무제표 읽는 법,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법(PER, PBR 등)을 쉽게 설명했다. 또, 일본의 혼마 무네히사가 일본 사케다항에서 직접 체득한 거래 경험을 토대로 매매원칙을 정리해냈다는 ‘사케다 전법’에서 뿌리가 된 차트분석에 대해서도 다룬다. 캔들 차트, 이동평균선, 거래량 등 차트를 통해 매매 타이밍을 잡는 기초를 다루는데 유용하다.

“결국 차트를 읽는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 탐욕, 기대, 불안 같은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입니다.”(p.238)

하지만 단순히 차트의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투자자들의 심리와 집단 감정을 읽어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주식 주문 방법부터 배당, 증자, 감자 등 시장의 생소한 용어와 규칙을 정리해준다.

“대부분의 초보 투자자는 기업의 종목만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기업의 싸움’이 아니라 ‘환경의 싸움’입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야 돛을 펼칠 수 있습니다. 경제지표와 정책, 금리와 환율, 통화량과 물가 같은 요소들은 그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p.115)

나는 이 책의 장점은 본인만의 원칙을 세우는 방법 등 심리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또 초보자들이 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챠트 분석에 있어서 한번 더 제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거래량이 많다고 모두 좋은 종목은 아닙니다. 거래량은 단지 주가 변동의 결과일 뿐,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외국인·기관이 주로 매수하는 종목은 정보력·분석력이 반영된 선택입니다. 초보자는 거래량보다 먼저 누가 사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실수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p.312)
완전개정판답게 최신 시장 상황이 반영되어 있으며, 시각 자료와 도표가 풍부해 가독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정석적인 투자 이론에 충실하다는게 장점으로 보인다. 그래서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오늘의 투자 메모’라는 구성이 있어 꼭 알아둘어야 할 키워드에 대해 다시한번 정독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3장의 ‘오늘의 투자 메모’에서 시장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 매일 챙겨야 할 10가지 경제뉴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고 주식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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