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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숲으로 출근합니다>
기자 였던 황금비 저자는 천리포수목원의 나무 의사가 되어 두 해를 보낸 후 이 책을 펴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네 챕터에서 소개하는 수목들을 보며 나도 이 천리포수목원의 한 해를 함께한 느낌이다.
봄 챕터에서 등장하는 ‘가로수의 수난, 버즘나무와 소나무’에서 저자 역시 대학시절 함께 했던 은행나무들이 사라져 “오랫동안 침울해했던 기억이 난다”(p.69)라고 써있는 걸 읽자니 한 나무가 떠오른다. 나 역시 도심에 살면서 수영장 셔틀이 서는 정류장 근처의 버즘나무와의 친분이 있었다. 아이와 나에게 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함께 기다리던 아이들 중에는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벗기는 녀석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을 너무 막 지어. 개똥이같은 이름으로 지어야 오래 산다고 옛날 사람들은 그랬었다드라. 그런데 나무 이름이 피부병은 좀 아니지 않니?”아이와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얼굴을 덮고도 남을 잎사귀를 보며 이게 상추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 먹을 수 있는 식물이기만 해도 말이지, 아닌가, 공해에 찌들어 먹으면 안되려나,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재작년인가 우리 아파트에서 셔틀 정류장까지 서있던 네 그루 중 두 그루가 갑자기 베어져 아쉬웠고, 아직도 밑둥만 남은 두 그루터기를 지날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이 책에서는 버즘나무가 강인한 뿌리 때문에 콘크리트가 깨지거나 하수구를 침해하는 일이 생기거나 간판을 가려 민원에 시달린다고 한다. 요 몇 년 송충이가 꽤 많이 밟혔던 기억이 스치며 누군가 민원을 넣었겠구나, 싶다.
수련이 당연히 물에서 자라는 꽃이기에 물 수 일줄 알았더니만 그렇지 않다는 것(잠잘 수, 연꽃 연)과 복수초의 ‘복수’가 그 복수가 아니고(!) ‘복’과 ‘장수’를 의미하는 이름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며 나의 무지에 부끄러웠다. 앞으로 수목의 이름을 보면 절 때 나만의 얄팍한 지식에 유추하지 않고 한자어를 찾아봐야겠다는 결심도 해본다.
백악관에 심겨져 있다는 태산목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정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태산목의 꽃이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한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개체다.”(p.110)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나라로부터 APEC때 금관을 선물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싹 닦고 본인이 시작한 이란전쟁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방하던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여준 마음과 너무 달라서.
그 외에도 저자의 이름과 같은 모감주 나무에 대한 부분에서는 “금비씨는 걱정은 많지만 두려움은 없는 사람 같아요”(p.119)라는 상담사의 말을 들으며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기후위기로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식물들은 두려움 없이 꽃을 피운다.(오히려 공해로 인한 화학비료와 이산화탄소의 영향인지 더 잘 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 없이 기자를 그만두고 나무의사를 선택한 저자는 이런 식물과 닮아있다.
화살나무에 대해 ‘가을에 달린 붉은 루비’(p.182)라고 표현한 저자를 보니 나 역시 화살나무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번도 루비라고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식물을 귀하게 보는 저자의 시선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억새원에 심겨진 화살나무 울타리 사진을 184~185페이지에 담았다. 화살나무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목이지만 이렇게 풍성한 울타리는 처음 보았기에 더욱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2024년에는 이 곳에서 북페어도 진행했었다고 하니 책과 수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나 역시 이곳으로의 가족여행을 적극 진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