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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시가선
임형택 외 엮음 / 창비 / 1997년 11월
평점 :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정철 <훈민가>中
특히 한시가 좋다. 그래서 한시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검색해봤다.
이론 된장. 한자로 기록한 시. 라고 한다.
한자로 기록한 시가 죄다 한시였구먼.
내가 좋아한다던 한시가 시조였나보다.
시조: 한국 고유의 정형시.
현재는 해석없인 알아듣기 힘든 이 오묘하고 요상한 표현이 옛 시의 큰 매력이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머흐레라. 글자모양도 이쁘지 않니?
그래, 이쁜것은 다 좋다. 아름다운 것도 좋다. 신비한 것도, 오묘한 것도, 운치있는 것도.
그래서 시조를 읽으며 그 낭만적인 말투와 우회적인 표현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경탄하고
암튼 엄청나게 반해버렸다. 내 취향에 꼭 맞는 형식의 시란 말이다 으헝헝헝 멋져
비록 내용이 코딱지만큼도 공감할 수 없는 임금에 대한 충심을 노래하는 시조라도
그 비유적인 표현과 듣도보도 못한 단어만으로 시는 더없이 완벽하게 다가온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애정류의 시조는 더더욱 멋지다.
이런 것이지! 내가 생각했던 시란!
직접적인 유행가 가사만 듣다가 에둘러 감정을 표현하는 이 아름다운 글을 보는건
내게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중고등학생때 교과서에서 배우던 시도 지금와서 다시 보면 돌덩이 같았던 수업자료가 아니라
사람이 쓴 시였다.
오우가도 다시 보니 너무 멋있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