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 그림, 임은정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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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속독에 아무런 능력이 없는 내가 5분도 안되서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얇은 책이다. 

그리고 샀다. 이 책의 따뜻한 기운이 필요했으니까.  

행복한 질문? 노노~ 

행복한 대답이 질문을 행복하게 완성시킨다.  

저 개님이 사랑에 빠진 커플의 지긋지긋한 대사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 

를 말해도 콩깍지 씐 개라고, 개 커플까지 식상한 소리를 한다고 치부할 수 없었다. 

개님, 좋은 짝을 두셨어요.

 

 

그럼 만약
눈을 떴을 때
내가 아주 작은 벌레가 되어서
당신 코 위에
살며시 앉아 있다면?

"한번 날아 봐!" 그러겠지.
      .
      .
참, 당신이 찌부러져 다치면 안 되니까
살며시 아주 살며시
입 맞추는 연습도 해 둬야겠지. 

 ㅡ<행복한 질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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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의 의도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미메시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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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한 상뻬씨의 책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였다.  

이야기 속의 재치가 마음에 들었다. 

역시 그 재치가 마음에 든다. 

여러장소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 아래 몇줄의 글이 여백을 채운다. 

간결함, 담담함, 어딘지 평화롭기까지 한 분위기가 책에 가득하다. 

'겹겹의 의도'라길래 요리저리 분석하고 있던 내가 무색하게도 그의 글에 겉치레는 없었다.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빛이 나는 깨끗한 그 글이 이번에도 역시 좋다.고 느낌. 

'전하께는 행복이 썩 잘 어울리십니다.'  

이것 봐라~ 이런 말을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아. 게다가 멋진 문장이잖아.

 

 

베르나르, 자네에게 우정의 끝, 우리 우정의 끝을 알려야겠어.
어제 자네가 그랬지. <뭔가 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난 측은한 마음에 자네에게 물었지. <뭐에 뒤지고 있느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자네는 <모든 것에, 일이며 사람이며 모두 다>라고 하더군.
그래서 난 다정하게 되물었지. <나에 대해서도 그러느냐>고.  그랬더니 
자네가 그러더군. <너한테 뒤지다니! 어째서? 그건 절대로 아니야!>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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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 한권의시 42
한용운 / 태학당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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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이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겄습니다.

-한용운<독자에게>中 

  

 

에효. 드디어 찾았네 태학당. 2004년 4월 15일에 구입.  

무작정 시집을 하나 갖고 싶었지.  

아니다! 이 시집이라야 했었던가? 가물가물하네.

시대상황이라던가 시인의 환경적 요인을 연관지으며 시를 분석하고 싶진 않다. 

사실 그럴 능력이 없다네. 흥켕콩   

만해 한용운. 내가 '열렬하게' 좋아하는 시인 세명 중 한분이야. 

이분의 시를 알고 거기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이상의 긴 설명은 이 시집에 모욕이 될 것 같구나. 

내가 한마디 더 보태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이 이 분의 멋진 시를 알고 있으니까. 

아니아니 한마디만.  

우째 이리 시를 잘쓰십니까.

  

 

당신은       -한용운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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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시가선
임형택 외 엮음 / 창비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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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정철 <훈민가>中 

 

특히 한시가 좋다. 그래서 한시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검색해봤다. 

이론 된장. 한자로 기록한 시. 라고 한다. 

한자로 기록한 시가 죄다 한시였구먼. 

내가 좋아한다던 한시가 시조였나보다.  

시조: 한국 고유의 정형시.  

현재는 해석없인 알아듣기 힘든 이 오묘하고 요상한 표현이 옛 시의 큰 매력이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머흐레라. 글자모양도 이쁘지 않니? 

그래, 이쁜것은 다 좋다. 아름다운 것도 좋다. 신비한 것도, 오묘한 것도, 운치있는 것도. 

그래서 시조를 읽으며 그 낭만적인 말투와 우회적인 표현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경탄하고  

암튼 엄청나게 반해버렸다. 내 취향에 꼭 맞는 형식의 시란 말이다 으헝헝헝 멋져 

비록 내용이 코딱지만큼도 공감할 수 없는 임금에 대한 충심을 노래하는 시조라도 

그 비유적인 표현과 듣도보도 못한 단어만으로 시는 더없이 완벽하게 다가온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애정류의 시조는 더더욱 멋지다.  

이런 것이지! 내가 생각했던 시란! 

직접적인 유행가 가사만 듣다가 에둘러 감정을 표현하는 이 아름다운 글을 보는건 

내게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중고등학생때 교과서에서 배우던 시도 지금와서 다시 보면 돌덩이 같았던 수업자료가 아니라 

사람이 쓴 시였다. 

오우가도 다시 보니 너무 멋있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물이 있을쏘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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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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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추천으로 인해 읽게 되는 책은 언제나 기대에 못미친다. 

처음 이 책을 읽을때도 그랬다. 몇장 되지 않는 책장을 모두 넘기고는 

'뭐가 재밌다는 거람. 감정이 메말라버렸나?'  

무감각했다. 그래, 너 참 명이 길구나. 하면서. 

잠언시집의 '나이'를 읽고 문득 이 고양이 생각이 났다.  

아무리 오랜 삶을 살아도 의미있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 거구나. 

백만번 산 고양아, 너는 복이 많아. 행복해질때까지 하늘이 기회를 주었구나. 

 

나이          -이븐 하짐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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