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읽어야지, 읽고싶다 하면서도 늘 다른 작품 뒤로 미뤄뒀던 책.

2011년 11월&12월 목록 중 하나였다.

내가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이미 읽고 난 탓에 패턴에 길들여졌기때문인지,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는 것인지.

지나치게 말이 많다.

작가가 말하고 기자가 말하고 기자가 말하고 작가가 말하고.

 

 

아- 익살을 좋아한다며 주구장창 대화로만 책을 뒤덮었던 <시간의 옷>이 생각났다.

그와 같이 읽는 내내 피곤하도다.

장황하고 끊임없는 인용들, 이리저리 둘러치는 대가의 이름들.

아멜리 노통은 늘 그렇다.

인용하고 언급하고 온갖 인물을 이끌어내어 비유하고.

처음엔 그런 방식이 좋았지만 포의 소설을 읽은 후엔 그것으로 모자라다.

오로지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감탄을 이끌어내는 재주야말로 진정 내 취향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많은 군더더기를 걸쳤다.

 

 

소설 속 작가는 비꼬고 평범함에서 벗어나는 대답을 늘어놓으며 상대를 당황시키기를 즐긴다.

여기자가 등장하기 전까진 늙고 괴팍한 작가의 짓궂은 태도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한 여기자는 '내가 본론이다'라고 말하는 듯

작가와의 기싸움에 지지않고 이야기를 핵심까지 진행시키고 있는데

작가가 그 전 왜 그리 예측 못 할 부분에서 흥분했는지,

메타포를 왜 그리 질색팔색하며 싫어한 것인지,

사람들이 물한방울 안튀기고 책의 강을 건너는데 개구리 독자들이라며 길고 긴 비판을 늘어놓은 일

등등

과하게, 민감하게, 느닷없이 흥분하던 작가의 태도를 여기자가 나타나서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 그보다는 선생님의 책들이 허세덩어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 그 책들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의미로 가득한 알찬 단락과

  완전무결한 허풍뿐인 텅 빈 문단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왜 완전무결한 허풍인고 하니, 그 허풍에 저자도 속고 독자도 속기 때문이지요.

  찬란하게 무의미하고 엄숙하게 비상식적인 객담들을 심오하고 긴요한 담론들인 양

  꾸며대면서 얼마나 희열을 느끼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아멜리 노통에 대한 내 시선을

여기자가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였는가는 흥미거리가 아니다.

전혀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 가에 대한 감상만 늘어놓은 이유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책이건만 어쩐지 가장 피곤했음.

 

 

 

 

 

예나 지금이나 '아무개'를 읽은 척하는 자들이 활개를 치지.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은 당신 같은 사람이 특별히 잘난 체 할 수가 없다는 거요.

작가 소개서란 게 있으니까.

일자무식쟁이라도 그것만 읽으면 제법 교양있는 티를 내며 대문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거든.

당신은 바로 그 점에 있어서 헛다리를 짚었소.

……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밀크 쉐이크가 됩니다'

이보다 진부한 일이 어디있겠소?

 

 

ㅡ 아멜리 노통 <살인자의 건강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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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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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좋아하는 시집.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ㅡ잘랄루딘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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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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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고민을 하며 빠르게 읽어 내려갔더랬다.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목록엔 많은 책이 남아있었기에

스스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읽고 싶어서 읽는 것이냐고.

곧 대답이 돌아온다.

흥! 읽기 싫으면 집어쳐!

계기야 어찌됐든 난 이 책들을 모두 읽고 싶어하는 마음은 틀림없는 게다.

 

 

<나의 아빠 닥터푸르니에>와 같은 자전적인 글이다.

그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던 저 책에선 단순히 제목에서 연상한

감동적인 부성애를 기대했기에 황당한 반응을 가장 먼저 가졌었지만,

블랙유머를 추측하고 펼쳐든 이 책에선 깊은 부성애를 느꼈다.

 

 

남의 일을 보듯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과 같이 느끼며.

그래도 그가 성공하여 부유하다는 것에 일견 마음을 놓는다.

장애를 깊고 오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장애를 떠올릴 때면 동정심과 두려움과 슬픔만을 안게 되는 비장애인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감히 웃음은 연관 짓지 못한다.

이것 봐! 벌써 책 리뷰부터 무겁잖아.

 

 

담담하고 유쾌한 필치를 따라가며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책을 덮으며 안심하고 있다.

강한 아빠가 곁에 있구나. 안심.

그리고, 내겐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안심.

나는 그리 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세상을 원망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 같아.

 

 

[이들에게는 나이가 없다.

 날짜를 세는 것이 소용이 없다.

 아마 이들은 2월 30일에 태어난 것이리라....]

 

말이 좋지!

 

그가 애써 형성해놓은 유쾌함의 연장선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엄숙해지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구나.

 

 

 

 

토마가 힘들게 완성한 어버이날 감사카드를 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토마는 카드에 이렇게 쓸 것이다.

'아빠르 마니 조아해.'

뚱딴지같은 괴상한 모양의 재떨이를 어버이날 선물로 받을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리라.

마튜가 찰흙을 빚어 정성껏 만들고, 또 그 위에 '아빠'라고 새겨놓은 그런 재떨이 말이다.

 

ㅡ장-루이 푸르니에 <아빠 어디 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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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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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동화는 처음 읽는 것 같아.

사람같은 곤충이 등장하는 순진한 이야기를 읽는 게 얼마만인지.

 

새삼 내가 컸구나 느낀 게,

물컹이 고모와 꼬챙이 고모가 납작하게 깔려죽을때

통쾌함보다도 경악을 느꼈다는 점.

지렁이가 여전히 징그럽게 느껴진다는 점.

지네의 더럽게 많은 다리도.

 

특히 마지막이 좋았다. 제임스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벌레들.

아니 곤충들. 존중해주겠다!

그들의 인연과 우정에 흐뭇해져서 책장을 덮었다.

 

메뚜기의 귀가 배 혹은 다리에 붙어있다는게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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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 Winter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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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데르센, 찰스 디킨스, 모파상,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과

여러 시인의 시가 담긴 책.

헤럴드 블룸 클래식의 6편 겨울이며 공포스런 이야기를 담은 편이라고 함.

과연 으스스하고 기묘해서 밤에 읽기엔 무서웠다.

 

 

빨간구두, 신호원, 오를라, 윌리엄 윌슨 모두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지만

그 중 내게 으뜸은 윌리엄 윌슨!

'우울과 몽상'에서 그의 작품을 몇편 읽어보았음에도 이 책을 통해 진가를 확실히 느낌.

글솜씨와 말재간이 정말 탁월하고 멋져.

근데 윌리엄 윌슨이 양심이라는 건가?

뭐가 뭐를 죽인거야?

'네'와 '내'가 무엇을 지칭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섬.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건 신호원-오를라-빨간구두.

오를라를 읽다가 상상으로 인해 지독한 감옥에 갇혔던 경험이 떠올라서 더 무서웠다.

여러 시들은 원문으로 읽으면 멋질게 틀림없지만

번역된 시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함.

원문으로 읽을 줄을 알아야말이지.

루이스 캐롤의 시 '바다코끼리와 목수', 존 클레어의 '오소리'가 기억에 남음.

근데 그 시들은 뭘 이야기하고자 한거여?

환상시는 정말 뜬구름 잡는 것 같다니까.

 

난 리뷰를 왜 이렇게 건조하게 쓸까?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탄이 다 담기질 않는다.

 

 

 

 

우리에게는 주변에 함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면,

우리는 그 빈 공간을 유령으로 채운다.

 

ㅡ 기 드 모파상 <오를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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