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는 마당에서 낡고 녹슨 물뿌리개로
이제 몇 송이 남지 않은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던 날이라,
토미는 왜 물을 주느냐고 삐삐한테 물었다.
삐삐가 지겹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네 생각이지. 난 밤새도록 깨어 있었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 꽃들에게 물을 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를 생각하느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비가 조금 내린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