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 새사연 신서 4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이하 이후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다양한 지표와 경제학에 근거한 분석을 기초로 현재의 한국경제를 진단한다. 나아가, 현재의 위기를 한국 경제 구조 전환의 기회로 돌리기 위한 전제를 제시하고, 위기를 넘어설 대안을 이야기 한다.

책을 읽는 중이던 2월 4일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증권, 자산운용, 선물, 종합금융, 신탁 등으로 분리되어있던 자본 시장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불거진 미국에서 세계경제로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금융 위기를 이 정부는 보고 있기는 하는 걸까? 보고도 못 본척 하는 걸까? 이미 한국경제는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위기 진단과 분석 단계에서 고삐를 놓친 정부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에 폭발적 관심을 보이는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지도, 그에 대한 논리적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의>가  구조 전환을 이야기하는 절실한 이유이다.

새사연의 경제 분석 자료를 통해 이야기해 온 위기의 진단과 <이후의 한국경제>에서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 드러나는 각각의 지표가 새사연이 진단한 내용을 강하게 증거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라 말할 수 있다. 
미국정부가 7,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그 순간 미국은 이미 ’보이지 않는 손’이 주도하는 시장의 조율 능력을 부정했다. 지난 30년간 위기의 연속으로 점철된 미국식 경제시스템은 미국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이자, 일자리와 집을 잃는 고통의 화살이 되어 돌아갔다. 책은 거품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서민이라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경고한다. 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쫓는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미국경제가 시난고난 하던 지난해, 한국의 금융시장이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당하던 때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수출로 인한 자본의 유입이었다. 그러나, 미국 수출시장에 대한 의존이 큰 한국경제가 수출에서 기대할 것은 현격하게 줄었다. 미국 뿐 아니라, 경기침체가 세계화 된 조건에서 어느 곳으로 물건을 팔아 경제를 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 국민이 스스로 먹고 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며, 내수 경기를 살리는 정책만이 세계금융위기의 풍랑을 견뎌낼 방파제가 될 수 있음을 <이후의>는 역설한다. 

내수경기를 살리는 주요 방안은 우리 나라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 ’조정협의 의무제’가 아니라 원자재 가격 인상 비용을 원 - 수급업자가 상호 분담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의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기 살을 깎아 대기업의 수입을 보장하던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중소기업 기업이 겪는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국책은행을 공공의 영역에 두는 것이 중요 함을 강조한다. <이후의>는 금융기업으로 변모하여 자본의 공정한 분배자의 역할 보다,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 몰두하는 은행이 맞고 있는 자기자본비율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은행이 공공성을 회복하는 기회임을 지적한다. IMF 이후 공적자금으로 목을 추기고 회생의 길을 걸어 온 은행은 모기지론으로 부동산 버블을 부추겼다. 또 외국인 주주가 반 넘게 지분을 가진 은행들은 앞을 다투어 과도한 배당금 지급에 몰두했다. 결국, 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 앞에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느라 돈을 움켜쥐고 돈의 유통을 꺼리고 있어 경기 회복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부실 의혹을 받는 은행들이 늘어 다시금 은행가의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이후의>는 바로 이 때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택이 은행의 공공성을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실제가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의 권능이 사라진 시대에 자본시장을 조율하고 질서를 부여할 힘을 정부가 은행을 통해서 진행할 기회를 잃지 말라는 이야기다.  (허나 자통법의 시행으로 은행은 사익 추구에 더 몰두할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의 민영화 움직임이라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불거진 유동성의 위기가 확산되어가던 작년 미국 경제에 응급 수혈을 해 준 것은 중국과 중동 등지의 국부펀드들이었다. 국부펀드의 작용 방향과 의미는 아직 미증유이다. 허나 금융자본이 GDP의 4배를 넘어서는 지금에도 여전히 산업자본은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위기가 확산되는 미국의 사례를 좇을 것인지, 산업경제의 밑바탕을 굳건히 다지는 경제 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인지 선택할 시점이다.

<이후의>는 지금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이 ’진정한 내수기반 경제로 전환’ 하기 위한 구조 변화의 기회라고 지적한다. 지금껏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불균형과 양극화를 가져왔고, 외풍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경제 체질을  지녀왔다.  물론 내수 기반 역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허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가결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감세가 아니라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을 요청한다. 재정지출을 1조 원 늘리면 1만 3,000명의 고용이 유발되며, 0.11%의 추가 성장이 가능한 반면, 법인세(비용)를 1조 원 낮추면 고용 유발은 2322명, 경제성장률은 0.013%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설사 감세를 하더라도 부가가치세 등 서민의 세금을 낮춰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거두려는 다른 나라들의 선택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또한 정부 지출과 공적자금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곳에 투자한다는 공적자금 투입의 제1원칙에 따라 ’토목건설’이 아니라  ’사회 서비스’ 분야에 정부의 돈을 들이는 ’21세기 방식의 뉴딜’일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관심을 가지면 어디서든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 국민은 그동안 낯 설던 경제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그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떤 지향성을 갖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후의>는 한국경제의 원형인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한국경제의 분석, 그리고 위기의 결절점에 선 한국경제의 대안을 이야기 한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를 읽으면서 분석에서 대안을 위한 논의로 넘어서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늦었지만, 여기서도 잘못된 해법을 찾았다간 더 큰 혼란을 맞을 거라는 예감을 매일의 뉴스에서 만난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