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 차베스의 상상력, 21세기 혁명의 방식 새사연 신서 2
김병권. 손우정. 안태환. 여경훈. 이상동. 정희용. 한우림 지음 / 시대의창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장’을 염두하고 주도하면서 ’진보’적인 대안에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방의 주도나 파놉티콘의 지배가 아니라, 만인이 주인이 되고 참여자가 되며 다양한 진보적 요구와 희망이 조화롭게 반영되는 시놉티콘의 사회를 열어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민에 답하는 과정에서 집어든 책이다.

2005년쯤 한국사회의 다양한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참여한 다종 다양한 토론회와 심포지움이 활발했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민주노총이 10년을 맞는 때라 더욱 활발했던 토론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콘이 국민들의 뭇매를 맞던 때라서 더욱 절실하게 총의를 모으려 했었다. 각이한 결론으로 매듭을 짓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의견은 여전히 한국사회는 많은 희망을 품고 있으며,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며, 문제의식을 느끼는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아 대안을 고민하면 필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물론, 다양한 문제가 돌출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결말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고민할 때, 사람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전형을 찾는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나라들이나 역사를 굳이 찾아서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겠다.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대는 차베스가 집권하는 나라 베네수엘라 (정식 명칭 볼리바리안 베네수엘라) 역시, 그 중 하나의 전형이 될만한 모델이다. 허나 환경과 토양이 다르므로 모델 이상의 기대를 갖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를 읽게 된 것은 과연, 베네수엘라와 차베스가 품은 희망의 요소들이 근거가 있는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회를 내재적인 눈으로 경험하지 못한 중에 <다시 쓰다>를 읽고 난 느낌의 총체는 근거 있는 희망이란 생각이다.

1. 자율적인 써클이 만든 헌법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치어를 잡지 않을 방안을 토론하여 규제내요을 만든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농촌의 사람들이 마실방에 모여서,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이며 문화적인 협력을 이룰 방안을 토론한다. 그리하여 도시가 지역을 존중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한 법률을 만들어낸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장면들이다.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저마다의 삶에서 길어 올린 소중한 원칙과 가치를 법으로 만들었다. 차베스의 표현은 때론 과격하나 국민들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치열함에 비하면 오히려 우아하달 수 있다.

2. 시장과 소통하는 법
모든 것을 독식하고, 이윤을 위해서 국민 위에 올라서 호령하는 사람들과 말이 통하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두고 토론에 나서야 할지 알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베네수엘라의 선택이었다.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권을 쥔 그 신자유주의와 연을 끊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의 성장 기반인 석유를 바탕으로 일군 생산력을 시장에 내놓기도 하고, 시장에서 사들이기도 하면서, 시장을 넘어서는 질서를 만들어낸다. 때로는 금융화에 맞서 별도의 남미 시장을 구축하기도 하면서 기존의 사회주의 나라들이 선택한 길과는 다른 사회주의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3. 놀라운 자치력
볼리바리안 서클 자체가 가진 자치력도 놀랍지만, 작은 마을 단위에서든, 대도시의 공장에서든 수평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어 마련한 자치력을 잘 발휘해 나간다는 점이다. 까라까스 봉기에서 언론이 국민에게 등을 돌리자 소출력 방송을 활용하여 항쟁에 정보를 제공한다.  대형 쇼핑매장을 가진 자본이 파업을 하면, 사람들은 공동체 단위로 소규모 가게와 생산자를 연결하여 유통라인을 묶는다.
이 모든 행동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자본이 파업한 공장을 돌리기 위해 오랜 동안 일 해오던 기술자들이 지혜와 경험을 모아 기계를 다시 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여하기도 하며, 하나의 써클이 다른 써클들과 연대하기 위해 트럭과 트랙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해서야 소통하기도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부단히 시도하고 모색한 결과이다. 

지난해 촛불의 바다를 보면서, 누군가는 혼라이라고 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희망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촛불의 과정에서 다시 펼쳐본 <다시 쓰다>에는 계속되는 모색이 담겨있었다. 우리와 달리 막강한 에너지원을 가진 나라가 주변의 나라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니 검증된 편린일지라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넓고 긴 눈으로 들여다 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모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by 키큰나무숲 http://blog.naver.com/winwint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